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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헛가래질과 헹가래]
"오랜만에 가래나 맞춰보자!" "예? 가래를 맞춰요?" "니하고 오랜만에 같이 일하게 됐응깨, 일 시작하기 전에 손 맞추듯이 삽을 맞춰야 안 쓰것냐."
지난 주말에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농사일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아버지 산소에 나무 몇 그루 심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고추밭을 좀 일궜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일 시작 전에 저와 손을 맞추고자 가래를 맞추자고 하신 거였습니다. ^^* 제가 농업기계를 전공했는데도 저희 집에는 농기계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그 흔한 트랙터나 경운기 한 대도 없습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농사일 하는 도구는 오로지 삽과 호미뿐입니다. ^^* 그 삽으로 며칠 전에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삽과 비슷한 가래라는 게 있습니다. 삽은 아실 것이고, 가래는 삽보다 조금 깁니다. 여기까지가 기초 공부입니다. ^^*
'헹가래'라는 말 아시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로 기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을 축하하거나 잘못이 있는 사람을 벌줄 때 하는 겁니다. 헹가래를 치다, 헹가래를 올리다처럼 씁니다.
이 헹가래가 실은 가래를 맞추는 데서 나왔습니다. 농사일 할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실수를 막고자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합니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쓰는 말에는 농업에서 온 게 무척 많습니다. 20년쯤 전부터 정보화사회라고 하고, 그전 200년쯤 전부터 산업화사회라고 하고, 그 이전부터 수천 년이 농경사회였으니 농업에 우리 선조의 넋과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농사짓는 제가 이렇게 우리 글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오랜만에 어머니와 가래를 맞춘 느낌이 지금도 손에 남아 있습니다. 그 느낌 오래오래 지니며 즐겁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편지는 좀 길었네요. 내일은 짧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었습니다. '조개'를 '고개'라고 썼습니다. 잘못을 꼬집어 주신 분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2.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제 마음이 차분하지 않나 봅니다. 그래서 실수가 잦나 봅니다. 자리를 옮기고 맡은 일도 바뀌고...... 그 자리를 또 옮기고......
어제 새 자리로 다시 옮겼습니다. 새 자리에서도 그 쪽사람들과 가래를 잘 맞추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헛가래질을 좀 해 봐야 하는데...... '손운동'과 '목운동'을 좀 하면서... ^___^*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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