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6, 2014

우리말, 난이도 2014-02-2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7.(목요일)
'고난도의 기술'이나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하기 힘든 기술'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오늘은 느긋하게 출근하셨죠?
대학 시험 보는 날을 어찌 이리도 잘 알고 추운지...

이번에도 수능 문제는 '난이도를 조절하여 쉽게 출제했다.'라고 하네요.
아무쪼록 시험 보시는 모든 분이 평소 준비한 실력을 다 쏟아 붓길 빕니다.

오늘은 난이도 이야기입니다.
더불어서 평소에 제가 자주 보기를 드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도 좀 꼬집겠습니다.

난이도(難易度)는 '난도'와 '이도'가 합쳐진 낱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난도가 어려움의 정도고, 이도는 쉬운 정도니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흔히,
'난이도가 있다'는 틀리고, '난이도가 높다'라고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마땅히 '난이도가 있다'는 틀립니다. '쉽고 어려운 정도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다'도 틀린 말입니다.
'쉽고 어려운 정도'가 어떻게 높고 낮을 수 있죠?
이것도 틀린 말입니다.
문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든 보기입니다.
'난이도' 뜻풀이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라고 해 놓고,
그 보기로 '난이도가 높다'를 들어놨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이 틀린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쉽고 어려운 정도가 높고 낮을 수가 있겠습니까.

난이도는
난이도를 조절하여..., 배점은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처럼 써야 합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고난이도, 고난도, 최고난도, 최난도 따위의 낱말도 쓰는데
이런 낱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언론에서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낱말를 만들어서 쓰니,
그저 자극적인 것만 찾는 사람들이
'오리지날 순 진짜 원조 참 기름'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오늘 작심하고 더 좀 씹어보겠습니다.
난이도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게 일본에서 만든 낱말이라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난이도를 難易度(なんいど)라고 쓰고 [난이도]로 읽습니다.
환장할 일입니다.

굳이 난이도를 높이고 난도를 높이는 이상한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문제를 쉽게 냈다고 하면 되지 않아요?
이것마저도 문제를 내는 게 아니라 출제했다고 해야 위신이 서나요?
답답합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MBC 아나운서국에서 펴낸 우리말 나들이라는 책에 보면,
'어떤 기술이 해내기 매우 어려운 상태임을 뜻할 때 '고난도의 기술' 또는 '난도 높은 기술'은 맞지만 '고난이도'로 쓰는 건 틀리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말도 좀 어색합니다.(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속 우리말 나들이, 38쪽)
뜻으로 보면 어려움의 정도를 말하는 난도 앞에 높을 고 자를 써서 어려움의 정도가 매우 크다는 뜻 같은데,
'고난도의 기술'이나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하기 힘든 기술'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Feb 25, 2014

우리말, 폼과 품 2014-02-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6.(수요일)
'우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우리'에 갇힐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폼' 버리고 '품' 잡게요]

어제 어떤 분을 만났는데
별것도 아닌 것으로 폼 잡는게 영 눈에 거슬리더군요.
좀 겸손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은데...

흔히,
'폼 잡는다'는 말을 합니다.
그는 사진기를 폼으로 메고 다닌다, 지금 한창 낮잠 자려고 폼 잡고 있을 텐데..., 그 투수는 공을 던지는 폼이 안정되어 있다처럼 씁니다.

이 폼은
영어 form에서 온 단어로,
국어사전에 올라있긴 하나
국립국어원에서 '자세'로 다듬었습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을 뜻하는 '자세'도 姿勢로 한자어입니다.
일본어투 낱말이나 영어를 다듬으면서 이왕이면 우리말로 다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어에서 온 '폼'과 거의 같은 뜻의 낱말이 '품'입니다.
'행동이나 말씨에서 드러나는 태도나 됨됨이.'이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죠.


말하는 폼이 어른 같다, 생긴 폼이 자기 아버지를 닮았다, 옷 입는 폼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 아이는 조숙해서 동생을 돌보는 폼이 어른 같다처럼 씁니다.
여기서 '폼' 대신 '품'을 써도 뜻은 같습니다.
말하는 품이 어른 같다, 생긴 품이 자기 아버지를 닮았다, 옷 입는 품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 아이는 조숙해서 동생을 돌보는 품이 어른 같다...
다른 게 없죠?
이렇게 낱말 꼴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한데 왜 사람들은 '폼'만 쓰고 '품'을 쓰지 않을까요?
폼 잡다, 폼 재다는 말은 써도,
품 잡다, 품 재다는 말은 안 쓰잖아요.
아마 누군가 그렇게 쓰면 우리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누가 그 까닭을 좀 설명해 주실래요? ^^*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외래어를 쓰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합니다.
그런 사람은
우리나라 보석을 버리고 미국 어느 산골짜기에서 주워온 허드렛돌을 품고 다니면서 자랑할 겁니다.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이거 미제라면서.........

우리말123

보태기)
'품'과 같은 뜻의 낱말이 '품새'입니다.
설마 '폼 잡다'보다 '후카시 잡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겠죠?
ふかし[후카시]가 일본어 찌꺼기라는 것은 다 아시죠?

우리말, 구좌/계좌 2014-02-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5.(화요일)
'우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우리'에 갇힐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구좌가 아니라 계좌/통장]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주말까지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여전히 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요즘 연말이라 이것저것 정리하는 회의가 많은데요.
회의에 오신 분께는 회의비나 참가비를 드립니다.
그러려면 그분들의 주소와 통장번호 따위가 필요한데요.
흔히 통장을 구좌나 계좌라고 합니다.

통장(通帳)은
'금융 기관에서, 예금한 사람에게 출납의 상태를 적어 주는 장부.'를 말합니다.
계좌(計座)는
계정계좌의 준말로 '장부에서 계정마다 차변·대변으로 나누어 기록·계산하는 자리'를 말합니다.
구좌(口座)는 일본말 こう-ざ[고우좌]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계좌'로 다듬었습니다.

다시 정리하죠.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고 찾는 것을 적은 장부에는 고유 번호가 있습니다.
그게 통장번호입니다. 그걸 계좌라고도 하죠.
통장이나 계좌 모두 한자이지만 중요한 것은 구좌는 일본어투 한자라는 겁니다.
마땅한 순우리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자어를 쓰지만,
그래도 구좌는 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아직도 일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되죠.

우리가 별생각 없이 쓰는 말 중에는 일본식 한자어들이 무척 많습니다.
국회, 철학, 경제처럼 지금 와서 다른 말로 바꾸기 어려운 낱말도 많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일본식 한자가 아닌 우리식 한자나 우리 고유어로 바꿀 수 있는 말도 그에 못지않게 많습니다.
그런 것은 하나하나 찾아내서 우리말로 고쳐써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정신이 살아납니다.
우리 말이 바로 서야 우리 정신이 바로 서고, 정신이 바로 서야 민족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바로 서야, 내가 살기 좋잖아요. 안 그래요? ^^*

주말 잘 보내세요.

Feb 24, 2014

화섬업계 비상구 안보인다. ................ 국제섬유신문

화섬업계 비상구 안보인다.국산 화섬사값 인상추진 VS 중국산 가격 내려 어깃장

中생홍ㆍ행리 양사 POYㆍDTY사값 전격 인하 오퍼
국내 화섬업계 눈덩이 적자 2월가격 소폭 인상 차질


중국의 대형 화섬업체가 최근 POY와 DTY사의 대한(對韓) 공급가격을 일제히 인하함으로써 국내 화섬업계의 원사가격정책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따라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 화섬업계의 2월 원사값 일부 현실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 화섬업계가 크게 고심하고 있다....
......................

Feb 23, 2014

우리말, 우리 2014-02-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4.(월요일)
'우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우리'에 갇힐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교보문고 전 대표이사이신 김성룡 님을 모시고 공무원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주제의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 '우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남이냐'할 때의 우리처럼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 쓰입니다.
그러나 이 '우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우리'에 갇힐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라는 하나의 낱말을 그렇게 멋지게 비유를 들어주시더군요.

오늘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지만,
사고는 '우리'에 갇히지 않도록 깨어있는 생각을 하며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사바사바? 짬짜미!]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도 기쁘고 좋은 일만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검찰과 법원의 고위 간부가 사석에서 비밀리에 만났다고 하네요.
왜 만났을까요?
요즘 검찰이 낸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자꾸 기각되고 있는데...
혹시 두 기관이 만나 국민 모르게 뭔가 '사바사바'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겠죠?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사바사바'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있는 낱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사바사바뿐만 아니라 '사바사바하다'는 것까지 올라있습니다.

사바사바의 어원을 좀 볼까요?
이 낱말은 일본어에서 왔다고합니다.
'捌く'에서 '-하다'라는 뜻의 어미 く를 없애고 어간인 さば만 남긴 겁니다.
さば는 고등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さばさば[사바사바]라고 하면 고등어를 다 팔아치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게 발전해서 무엇인가를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발전한 거죠.
마음이 후련하거나 동작이나 성격이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뜻도 있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鯖を?む[사바오요무]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고등어를 세다는 뜻인데, 어물전에서 고등어를 팔면서 대충 세면서 담아 눈속임함을 뜻합니다.

게다가,
산스크리트어의 sabha(사바)에서 온 불교 용어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뜻은 속세라고 합니다.
뭐가 진짜 어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거야 언어학자들이 할 일이죠.
어쨌든 사바사바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을 조작하는 짓'임은 분명합니다.

이런 사바사라를 우리가 쓸 까닭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사바사바를 '짬짜미'로 다듬었습니다.
짬짜미는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을 뜻합니다.

아무쪼록
검찰과 법원의 고위 간부가 만나 '짬짜미' 하지 않았기를 빌고,
뭔가 구린내 풀풀 나는 야로가 없었기를 빕니다.

우리말123

Feb 20, 2014

우리말, 야로/개염/더펄이 2014-02-2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1.(금요일)
(야로: 남에게 드러내지 아니하고 우물쭈물하는 속셈이나 수작을 속되게 이르는 말)
(개염: 부러워하며 샘하여 탐내는 마음)
(더펄이: 성미가 스스럼이 없고 붙임성이 있어 꽁하지 않은 사람)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에 김연아 선수 보셨나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애들이,
"아빠, 저 선수는 실수하고도 금메달인데, 왜 김연아 선수는 잘했는데도 은메달인가요?"
라고 물었습니다.
할 말이 없더군요.

이건 뭔가 야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야로: 남에게 드러내지 아니하고 우물쭈물하는 속셈이나 수작을 속되게 이르는 말)
텃새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개염을 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심했습니다.
(개염: 부러워하며 샘하여 탐내는 마음)

경기를 끝내고 홀가분한 듯 잠시 눈물을 보였던 김연아 선수,
점수가 나오자 허탈한 웃음을 보였고,
인터뷰에서는 온 힘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하더군요.
더펄이 같은 성격이 참 맘에 듭니다. ^^*
(더펄이: 성미가 스스럼이 없고 붙임성이 있어 꽁하지 않은 사람)

비록 은메달이지만,
우리는
은메달이라 쓰고 금메달이라 읽겠습니다.

김연아 선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 큰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첫과 처음]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땄군요.
한국 선수가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저도 덩달아 축하하면서,
'처음'과 '첫'을 좀 갈라볼게요.

'첫'은
'맨 처음의' 라는 뜻의 관형사로 뒤에 오는 명사와 띄어 써야 합니다.
첫 경험/첫 시험/첫 월급/첫 사건처럼 띄어 쓰죠.
첫 삽을 뜨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가끔은 첫이 접두사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한 단어로 봐서 붙여씁니다.
첫걸음, 첫나들이, 첫날, 첫날밤, 첫눈, 첫돌, 첫딸, 첫마디, 첫머리, 첫사랑, 첫새벽, 첫서리, 첫술, 첫인사, 첫인상, 첫차 따위입니다. 마땅히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습니다.

'처음'은 명사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뜻합니다.
곧,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처음과 나중/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처음이라서 일이 서툴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처럼 씁니다.
명사니까 앞 말과 띄어 씁니다.

다시 앞으로 가 보면,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에서 맨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으므로 '첫 금메달'이 맞고,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으므로,
그런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 맞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피겨사상 처음으로 첫 금메달을 딴 것을 거듭 축하합니다.

우리말123

Feb 19, 2014

우리말, 두문불출 2014-02-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20.(목요일)
'두문불출'을 '두문분출'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말 그대로 문을 막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두문불출'이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목요일입니다.
시간이 이렇게 잘 가도 되는겁니까? ^^*

제 일터에서는 수요일마다 '가정의 날'이라는 것을 합니다.
그날을 제시간에 퇴근해서 일찍 집에 들어가 식구와 함께 지내라는 뜻인데요.
저는 그날 주로 밖에서 친구를 만납니다.
저에게는 '가정의 날'이 아니라 '친구의 날'이죠. ^^*

어제 저녁에는
작년에 국무총리실에서 같이 일했던 벗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늘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왜 그리 반갑던지요. ^^*
앞으로는 참지말고 보고싶을 때는 언제든지 보자고 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보고싶은 동료도 못보고 살아야 하는지...

그 친구 말마따나, 앞으로는 두문불출하지 않고 밖으로 더 자주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날씨도 풀리고 해서요. ^^*

'두문불출(杜門不出)'은
"집에만 있고 바깥출입을 하지 아니함"을 뜻하고,
비유적으로는 집에서 은거하면서 관직에 나가지 아니하거나,
사회의 일을 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두문불출'을 '두문분출'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말 그대로 문을 막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두문불출'이 바릅니다.

우수도 지났고,
이제 곧 날씨가 풀릴 것 같습니다.
추위 기세에 눌려 바깥 구경을 못하고 두문불출하셨다면
이제슬슬 몸을 좀 풀어보시는 건 어때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난 널 짜장 좋아한다]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조금전에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왔습니다.
여러분도 자장면 좋아하시죠?
점심때 먹은 자장면이 맛있어서 오늘은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

자장면이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인 까닭은 아시죠?
우리말에서 외래어는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뻐스가 아니라 버스이고, 프랑스 빠리가 아니라 파리입니다.
자장면도 외래어로 보고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고 씁니다.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맞춤법 규정이 그렇습니다.
(짜장면은 2011.8.31.부터 복수표준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짜장'입니다. 짜장면의 짜장이 아닙니다.
짜장은
우리말 부사로 '과연 정말로'라는 뜻입니다.
그는 짜장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짜장 헛된 이야기만도 아닌 셈이었다처럼 씁니다.

짜장... 처음 들어보셨죠?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난 널 짜장 좋아한다.'고 말해보세요.
그 사람 눈이 휘둥그레지면
이렇게 설명해 주세요.
''짜장'은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정말, 진짜라는 말이다.
따라서 '난 널 짜장 좋아한다'는 말은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한다'는 말이다.'라고...

여러분, 저도 여러분을 짜장 좋아합니다.

우리말123

Feb 18, 2014

우리말, 쓰잘머리 2014-02-1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9.(수요일)
'쓰잘머리'는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이 도끼는 녹이 너무 슬어 장작을 패는 데 쓰잘머리가 없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5시 넘어 일어나 책 좀 보다가
6시쯤 아침 뉴스를 보고
화장실에 들어가 건강 확인하고 샤워를 합니다.
밖으로 나오면 맛있는 아침이 차려져 있고,
아침을 든 뒤 7시쯤 집을 나섭니다.

일터에 나오면,
가장 먼저 지난밤에 온 공문을 확인하고(제가 기획실에 있다 보니….)
오늘 할 일을 확인합니다.
곧이어 높으신 분(?)이 오시면
커피 두 잔 타서 그분 방에 들어갑니다.
같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하루 일정을 이야기하다 보면 9시가 다 돼갑니다.
그때 나와서 우리말 편지를 씁니다. ^^*

이게 아침마다 반복되는 제 일상입니다.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잘한다고 하는데,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매달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아무런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을 때 '쓸데없다'라고 합니다.
이를 좀 세게 말하면 '쓰잘떼기없다(또는 쓰잘데기없다)'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쓰잘데기없다'라는 낱말은 말광(사전)에 없습니다.
'쓰잘머리'는 있습니다.
'쓰잘머리'는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이 도끼는 녹이 너무 슬어 장작을 패는 데 쓰잘머리가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일터에서 열심히 하는 일이
세상을 밝게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
그냥,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아니길 바라고,
쓰잘머리 없는 일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머지않아 연말입니다]

어제 오마이뉴스에 제 이야기가 떴네요.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75194
김영조 기자님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깁니다.
벌써 11월 23일입니다.
곧 11월이 지나가고 12월,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연말...
해 놓은 일은 없는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이러다 보면 또 한 살을 먹겠죠.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올 초에 세운 계획을 다 매조지어야 하는데...

오늘은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담아 '머지않아'를 알아볼게요.
'머지않다[머지안타]'는
'시간적으로 멀지 않다.'는 뜻으로
머지않아 소식이 올 것이다, 머지않아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수위가 점점 차올라 머지않아 강이 범람할 것이다처럼 씁니다.
한 단어이므로 붙여 씁니다.

이와 발음이 비슷한
'멀지 않다[멀:지안타]'는
'멀다'와 '않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뜻은 '공간적으로 떨어지지 않다.'입니다.
집이 멀지 않아 좋다,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머지않다'는 한 낱말로 시간이 오래지 않다는 뜻이고,
'멀지 않다'는 두 낱말로 공간이 떨어지지 않다는 뜻입니다.
가르실 수 있죠?

머지않아 연말입니다.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Feb 17, 2014

우리말, 높은 난이도? 2014-02-1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7.(월요일)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이므로
높거나 낮을 수 없습니다.
굳이 하자면 '높은 난도'라고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따위로 풀이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번 편지에서 제가 제 생일을 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는 것은 '세다'가 아니라 '쇠다'입니다.
제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네요. ^^*

새벽부터 안타까운 뉴스가 있습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서 관광버스 폭탄 테러가 일어나 우리나라 사람 세 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제가 일하는 곳에서 몇 분이 강원도로 일손돕기를 떠나는데,
강원도에 또 눈이 온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아무 탈 없이 일 잘 마치고 돌아오시길 빕니다.

요즘 동계올림픽 이야기가 많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이야기도 많고,
처음 보는 컬링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가끔,
높은 난이도의 경기를 펼쳤다고 하는데,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이므로
높거나 낮을 수 없습니다.
굳이 하자면 '높은 난도'라고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따위로 풀이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석패(惜敗)라는 말도 가끔 합니다.
"경기나 경쟁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아깝게 지다."는 뜻인데요.
아깝게 졌다, 아쉽게 졌다로 말하는 게 더 듣기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도 자주 웃으면서 즐겁게 보냅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엾고 설운 어린아이]

어제는 외국인들을 안내하느라 수원과 서울을 좀 싸대고 다녔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영어라 혀에 쥐가 날뻔했습니다. ^^*

요즘 날씨 춥죠?
어제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 보니 이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구걸하는 어린이가 몇 명 있더군요.
가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푼이라도 넣고 돌아섰습니다.
오늘은 그런 가여운 어린이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겠습니다.

'딱하고 불쌍하다'는 뜻의 그림씨가 뭘까요?
'가엽다'가 맞을까요, '가엾다'가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복수표준어입니다.
'가엽다'와 '가엾다'는 발음이 [가ː엽따]로 같습니다.
다만, 가엽다가 ㅂ불규칙활용이라 쓰임이 좀 까다롭습니다.
가엽다는
가여우니, 가엽고, 가여운으로 쓰고,
가엾다는
가엾으니, 가엾고, 가엾은으로 씁니다.

따라서,
'추위에 떠는 가여운 사람'도 맞고,
'추위에 떠는 가엾은 사람'도 맞습니다.

이런 게 또 있습니다.
'서럽다'와 '섧다'입니다. 뜻이 같은 복수표준어입니다.
'서럽다'는
'서러워, 서러우면, 서럽고, 서러운'으로 쓰고,
'섧다'는
'설워, 설우면, 섧고, 설운'으로 씁니다.

저는 따뜻한 방에서 잡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실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맘 편하게 두 발 쭉 뻗고 자지만,
우리 주위에는 맘 편히 누울 집도 없는 가엽고(가엾고) 설운 어린아이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잠자리에서 하룻밤이라도 맘 편하게 잘 수 있길 빕니다.
저부터 부지런히 나눔의 손길을 뻗겠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떤 분이 편지를 보내셔서 품사 이름을 명사, 형용사 따위로 쓰지 말고,
우리말인 이름씨, 그림씨로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그렇게 쓰겠습니다.

최현배 님께서 한자 품사이름을 이렇게 다듬으셨습니다.
명사(名詞) → 이름씨
대명사(代名詞) → 대이름씨(갈음이름씨)
수사(數詞) → 셈씨
형용사(形容詞) → 그림씨
동사(動詞) → 움직씨
부사(副詞) → 어찌씨
관형사(冠形詞) → 매김씨
조사(助詞) → 토씨
감탄사(感歎詞) → 느낌씨

우리말, 결 2014-02-1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8.(화요일)
우리말 가운데 낱말 끝에 '결'이 들어가는 게 몇 개 있습니다.
꿈결, 아침결, 잠결, 지날결, 말말결, 바람결 따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임시국회가 있어서 어제 좀 늦게 들어갔더니 아침부터 멍하네요.
(실은 새벽 3시에 들어갔습니다.)
꿈결인지 잠결인지 헷갈립니다. ^^*

우리말 가운데 낱말 끝에 '결'이 들어가는 게 몇 개 있습니다.
꿈결, 아침결, 잠결, 지날결, 말말결, 바람결 따위입니다.

'결'은 매인 이름씨(의존명사)로 때, 사이, 짬을 뜻합니다.
그래서
'꿈결'은 "꿈을 꾸는 어렴풋한 동안"이고
'잠결'은 "의식이 흐릿할 정도로 잠이 어렴풋이 들거나 깬 상태"
'아침결'은 "아침때가 지나는 동안"
'지날결'은 "지나가는 길. 또는 그런 편"
'말말결'은 "이런 말 저런 말 하는 사이"
'바람결'은 "어떤 말을 누구에게랄 것 없이 간접적으로 들었을 때를 이르는 말"
입니다.

'바람결'에 들리는 말에 따르면,
요즘 순우리말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어제 '지날결'에 잠깐 일터에 들른 신문사에서 일하는 친구와 '말말결'에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싸다와 쌓다]

어제 축구 보셨어요?

시원하게 잘 했죠? 참 잘하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오늘도 축구 중계방송 이야깁니다.

방송에서 '저 선수는 발재간이 뛰어나니 수비수 여러 명이 동시에 둘러싸야 합니다.'라는 말을 가끔 들으시죠?

오늘은 싸다, 쌓다, 둘러싸다를 좀 설명드릴게요.

'싸다'는,
'물건을 안에 넣고 보이지 않게 씌워 가리거나 둘러 말다'는 뜻으로,
선물을 예쁜 포장지에 싸다, 아기를 포대기로 싸다처럼 씁니다.

'쌓다'는,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다'는 뜻으로,
광에 볏섬을 쌓다, 아궁이 앞에다 장작을 쌓았다, 창고에 물건을 쌓아 놓았다처럼 씁니다.

여기까지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죠? ^^*
마땅히,
발재간이 뛰어난 선수를 막으려면
여러 명이 동시에 둘러싸야 합니다.

실은 오늘 소개해 드릴 낱말은,
'둘러싸다'와 '돌라싸다'입니다.

'둘러싸다'는,
아시는 것처럼 '둘러서 감싸다'는 뜻으로,
김장독을 비닐로 둘러쌌다, 경찰이 시위대를 둘러쌌다처럼 씁니다.

이 '둘러싸다'의 작은말이,
'돌라싸다'입니다.
유리병에 솜을 돌라싸서 보관하다, 깨지지 않도록 도자기를 천으로 돌라쌌다처럼 씁니다.

돌라싸다는 단어 처음 들어보셨죠? ^^*
뭔가 좀 작은것을 싸는 것을 말합니다.

Feb 13, 2014

우리말, 밸런타인데이 2014-02-1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4.(금요일)
'막연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아득하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는 뜻입니다.
'막역하다'도 그림씨로 "허물이 없이 아주 친하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죠?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로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연인들의 결혼을 죽음으로 성사시킨 밸런타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된 거죠. 그 뒤부터 초콜릿과 사탕 따위 달콤한 선물에 사랑의 고백을 담아 남성에게 주는 날이 되었다고 합니다.

2. Valentine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발렌타인'이 아니라 '밸런타인'입니다.

3. 2월 14일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날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뒤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습니다.
  현장에서 잡힌 안 의사는 1년 뒤인 2월 14일 중국 뤼순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돌아가십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나네요.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네가 사형언도를 받은 것이 억울해서 공소를 한다면, 그건 네가 일본에게 너의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이다.
  너는 대한을 위해서 깨끗이 하고 떳떳하게 죽어야 한다.

  아마도 이 편지는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망치 아니하노니….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잠시......
여기까지 쓰고 눈물이 앞을 가려 더는...

4. 비록 음력으로 세기는 하지만 2월 14일이 제 생일입니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바로 이 순간 KBS 2라디오에서 가람과 뫼가 부르는 생일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네요.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 하얀 그 얼굴이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

아침부터 울면서 하루를 시작하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책을 구입하고 책 값을 지불하신다고요?]

며칠 전에 우리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편지에 썼더니,
많은 분이 어떻게 구입하느냐고 물으시네요.
또 어떤 분은 책을 보내달라고 하시면서 책값을 어떻게 지불하면 되냐고 물으시고...

오늘은 그 답변으로 우리말편지를 갈음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 이름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인데,
그 책을 '구입'하시면 안 됩니다.
구입하지 마시고, 그냥 사시면 됩니다. ^^*
구입은 購入(こうにゅう[고우뉴])라는 일본말 찌꺼기거든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구입'을 '사들임'이나 '사들이기'로 다듬었습니다.
우리말 편지 책을 구입하지 마시고 사주세요. ^^*

그리고
책을 사신 뒤 돈을 지불하시면 안 됩니다.
支拂(しはら[시하라])도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치름'으로 다듬었습니다.
그냥 책값을 치르시면 됩니다.

따라서,
날마다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를 책으로 엮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책을 구입하시 마시고 사시고,
책값을 지불하지 마시고 그냥 치르거나 내시면 됩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하죠.
이번에 나온 책을 팔아 생긴 수익금 중 저자 몫은 몽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는데요.
어떤 분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저자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기부하기로 한 게 정말이냐?'라고 묻더군요.
정말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여기서는 달리 대답할게요.

저는 책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전부(全部)는 한자거든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같이 쓰는 한자 낱말입니다.
이와 똑같은 뜻으로 모조리, 몽땅, 다가 있습니다.

우리말이 있는데, 똑같은 뜻의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저는 제 몫을 '전부' 기부하는 게 아니라,
모조리, 몽땅, 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드리는 겁니다.

설마하니,
'저는 책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지 않습니다.'만 따서 어디에 소개하지는 않으시겠죠? ^^*

고맙습니다.
책 많이 사주세요.


보태기)
우리말 편지가 책으로 나오다 보니,
그동안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셨던 분들이 걱정을 하시나 봅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예전처럼 맘대로 올리셔도 됩니다.
맘껏 편집하시고 아무 데나 올리셔도 됩니다.
약속드리지만, 제가 책 내용 가지고, 판권가지고 시비 걸 일 없습니다. ^^*

Feb 12, 2014

우리말, 어제 편지를 읽고 나서 2014-02-1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2.(수요일)
.
안녕하세요.

아침에 뉴스를 들으니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고 하네요. ^^* 축하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김연아 선수가 또 다른 금메달을 따고자 출국한다고 합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일출보다는 해맞이가 좋고,
일몰보다는 해넘이가 더 멋집니다.
같을 뜻을 지닌 우리말이 있다면 한자를 쓰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김연아 선수 출국'이라고 하는 것보다
'김연아 선수 소치로 떠나'라고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한자, 특히 일본에서 만든 한자는 더더욱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부러 우리말을 찾아서 써야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빛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제 편지(세모가 아니라 세밑!)를 보시고
한문수 님께서 아래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한자나 한문, 특히 일본에서 만든 한자 낱말을 보면 좀 거칠게 표현했는데,
그걸 보시고 주신 편지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보내신 분의 허락을 받고 여기에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성 선생님께.

우리말 알리기에 애쓰시는 선생님의 노고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되어 새로운 학습이 됩니다.
그러나 한자, 한문 부분을 설명해 주실 때는 멍한 느낌이 드는 것을
아래 예를 들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결코 딴지?를 걸고자 함이 아닌,
학문적 견해이오니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자는 동이족 은나라에서 갑골문자를 만들었으며,
이 갑골문자의 발달이 한자의 기초가 된 것으로 압니다.
일본의 한자 쓰임세는 왕인 박사의 보급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오늘날 일본 한자는 많은 변형을 가져 왔으나,
그 저변은 우리의 것입니다.
한자는 무조건 중국, 일본말 찌꺼기이며 외래어라는 등식은
많은 잘못이라 봅니다.

또한 아래와 같이 우리 선조들이 수시로 썼던 한자를
'찌꺼기'라 한다면 단군시대 고구려 고려 조선 학자들,
또한 세종대왕께서 썼던 한자(전에 드린 자료: 일본말 표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후 한자 부분은 검증을 통해 발표해 주시길 앙망합니다.

선생님의 아래 문장에 대한 고증자료를 그 밑에 달았습니다.
..................................................




"歲暮"에 대해 총6045건의 자료가 검색되었습니다.

*고전번역서: 522건
1. 고봉 선생 연보(高峯先生年譜) 〔목판본〕 기대승(奇大升)
-오가는 가운데 홀연히 세모(歲暮)를 맞았으니, “세월은 말 위에서 다 보내고, 시서는 상자 속에 쟁여 두었다.
〔日月馬上過 詩書?中藏〕”고 한 옛사람의 말이 꼭 맞는다고 하겠다.


2. 고봉집(高峯集) 제1권 대유의 증별시에 차운하다〔次大裕贈別韻〕
-해 저문 찬 숲에 바위가 문 되었네 / 歲暮寒林石作關


*고전원문 42 건
1. 계갑일록(癸甲日錄) 癸甲日錄 秋淵禹性傳著 萬曆十二年甲申 우성전(禹性傳)
芳盟隔與主人深小?寒齋取次尋歲暮風霜知有托好將疎影倚淸陰 癸亥雨終夕。廉纖不止。


2. 계산기정(?山紀程) ?山紀程卷之二 渡灣○癸亥十二月 十六日
亮水河店 店屬寧遠衛 疊東關驛?關山歲?夢絲絲。百種襟懷寓一詩。馬上憑眸雲盡處。爐頭抱膝月明時。
人如萍草滄江浪。家隔蓮花古洞池。原??馳愁漸瘦。忽驚?髮鏡中窺。


3 난중잡록(亂中雜錄) 亂中雜錄[三] 趙慶男撰 甲午 조경남(趙慶男)
歲暮京南客未回。那堪??此登臺...


* 조선왕조실록 22 건
1. 세조 13년 정해(1467) 8월 20일 (계축) 회령 등지에 거주하는 야인들에게 이시애의 난의 평정을 알리는 유시를 하다
금년 겨울 세모(歲暮) 때에는 두두인(頭頭人)각 씨족이나 부족의 우두머리 되는 이름난 여진(女眞) 추장(酋長...


2. 세조 13년 정해(1467) 12월 29일 (신유) 충순당에 나가 포 쏘는 것을 구경하다
궐내(闕內)의 여러 관사(官司)가 모여서 세모(歲暮)를 숙직하여 지키니, 임금이 주효(酒?)와 내탕(內帑)을 내려 주었다.
【원전】 8 집 154 면【분류】 *왕실-사급(賜給)


3. 성종 16년 을사(1485) 2월 18일 (경오) 정조사로 갔다온 역관이 보고 들은 일에 대해 아뢴 내용
여러 유사(有司)들에게 다방면으로 구제하도록 신칙하여, 이런 불쌍한 사람들이 모두 낙토(樂土)로 돌아가게 하도록 하였었다.
의외에도 지난 세모(歲暮)와 올 연초(年初)에는 성...


* 승정원일기(번역) 22 건


* 일성록 7 건


* 한국문집총간 5423 건
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東國李相國全集卷第二 古律詩 奇尙書退食齋八詠 이규보(李奎報) 1251년
誰知歲暮獨凌寒。請公用意勤封?。莫作花前舊眼看。大湖石揚歷鴛行四十年。有時淸夢繞雲煙。從今莫起靑山想。天遣荊廬落眼前。


2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東國李相國全集卷第五 古律詩 四十四首 次韻文長老賦橘 이규보(李奎報) 1251년
荊土偏生託。璇星遍散飛。斗樞曰璇星。散爲橘。 中藏白玉腦。外襲鬱金衣。種致將侯等。懷宜遺母歸。君從何處得。歲暮見方稀。


* 한국문집총간해제 7 건
1. 눌은집(訥隱集) 李光庭(이광정)
44세 이전의 작품 가운데는 부친을 위해 復讐한 少女를 칭송한 〈江上女子歌〉, 善山의 孝烈女를 노래한 〈?娘謠〉 등이 있다.
그 이후에는 1718년경 歲暮에 거문고를 대신하여 詩로 방아소리를 지은 〈?樂〉, 九玉嚴, ...


2. 관복암시고(觀復菴詩稿) 金崇謙(김숭겸)
숙종 1698 무인 康熙 17 南漢山城에 다녀오다. ○ 10월, 부친과 道峯書院에 다녀오다.
○ 12월, 〈歲暮〉, 〈除夕〉 시 등을 짓다. 숙종 1699 기묘 ...


3. 과암집(果菴集) 宋德相(송덕상)
그 밖에 農巖 金昌協의 心字韻, 屛溪 尹鳳九의 운을 차운한 시들과歲暮의 감회를 읊은 〈歲暮漫吟〉과 같은 시들이 있고,
挽詩로는 〈英宗大王挽章〉을 비롯해 鄭纘志, 李德濟, 崔潛, 李國輔, 趙恒?, 李德鳳, 申鍈 등에 대한 것이 있다. 권...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2014-02-1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1.(화요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는 '들르다'입니다. '들리다'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햇살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에는 지금도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걱정이네요.

오늘은
고등학교 친구가 오후에 일터에 잠깐 들르겠다고 합니다.
수원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제가 보고 싶어 회사로 찾아온다네요. ^^*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는 '들르다'입니다.
친구 집에 들르다, 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시장에 들러 잠바도 하나 사고 이발소에도 다녀왔다처럼 씁니다.

들러, 들르니, 들를게로 써야 합니다.
이를 들려, 들리니, 들릴게로 쓰면 틀립니다.
그건 어떤 소리를 들을 때 그렇게 씁니다. ^^*

오후에 들른다는 친구가 벌써 보고 싶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세모가 아니라 세밑!]

이제 한 열흘 남았죠? 올해가 가려면...

'한 해가 끝날 무렵'을 흔히 '세모'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주 쓰는 이 '세모'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일본에서 歲暮라고 쓰고 せいぼ[세이보]라고 읽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세모'를 '세밑'으로 다듬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세모는 일본어 찌꺼기니 쓰지 말고 '세밑'을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 같은 보통사람은 세밑이 뭐고 세모가 뭔지 잘 모릅니다.
저는 세밑을 세모라고 써도 저 혼자 욕 들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다릅니다.
언론에서는 절대로 세모를 쓰면 안 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국민은 신문에 기사로 나오거나 텔레비전에서 나온 말은 다 옳은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세모를 쓰면 안 됩니다.
언론이 나서서 일본말 찌꺼기를 없애줘야 하는데,
오히려 일본말찌꺼기를 퍼트리면 안 되죠.

언론은 낱말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합니다.
덜떨어진 말 한 마디, 잘못 찍힌 낱말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언론이 더 잘 아시잖아요.

오늘이나 내일쯤 기자님들에게 부탁드릴 게 있는데,
그런 일을 앞두고 언론을 이렇게 씹으면 안 되는데......
이러다 밉보이면 안 되는데...쩝......

Feb 10, 2014

세계 섬유산업 페러다임이 바뀐다 ......... 국제섬유신문

세계 섬유산업 페러다임이 바뀐다중국 섬유산업 4분의1이 해외 이전 추진

의류 이어 대형 방적업체들 줄줄이 탈 적국 러시
베트남에만 18개월간 15개 방적 공장 진입

*엑서더스 에스컬레이션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섬유, 의류, 신발, 모자 등의 제조업체 4분의1이 시설 전체 혹은 일부의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임금 상승 탓이다.

현재 센첸지역의 경우 최저임금이 월 1,500위안 (238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년간도 매년 15-20%씩 최저 임금을 인상하나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

1000억불 시장중 한국은 9억불

세아. 연속 호황과녁 ‘명중’세계 최대 의류벤더 수출외형, 영업이익 거침없는 하이킥

우리말, 발자국 소리 2014-02-1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0.(월요일)
‘발자국’은 ‘발로 밟은 곳에 남은 자취’를 말한다. 이 자취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지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자국’을 보고 뒤를 따를 수는 있어도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따라 갈 수는 없다.
안녕하세요.

제가 사는 수원에는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음에도 아침 출근길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강원도는 오죽할까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발자국 소리]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거나 도로 한쪽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잘 달리지 못할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에 이런 일이 생기면 지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엔 너나없이 “차가 막혀서 지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차가 막히다’라는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막히다’는 말은 ‘길이 막히다’라는 경우에나 쓸 수 있는 것이지, 차가 막힐 수는 없다.
이때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차들이 너무 많아서 ‘밀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꾸 차들이 밀리게 되면 나중에는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가 막히다’라는 말은 ‘차들이 밀리다’로 고쳐 쓰거나, 아니면 ‘길이 막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이처럼 뜻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말들은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있다.
“맨발 벗고 뛰어라.”고 하는데, 발을 벗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 말은 “신발 벗고 뛰어라.” 또는 “맨발로 뛰어라.”로 고쳐 써야 하겠다.
또, 아이들을 회초리로 때릴 때, 흔히 “종아리 걷어!” 하고 말하는데, 이것도 표현이 잘못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걷어 올리는 것은 바지자락이지 종아리가 아니다. 이때에는 “바지 걷어!”라고 고쳐 써야 하겠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면, “발자국 소리도 안 들렸는데 언제 왔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발자국 소리’란 표현에 대해 우리는 무척 익숙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잘 아는 시 작품에서도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과 같은 구절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란 어떤 것일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발자국’은 ‘발로 밟은 곳에 남은 자취’를 말한다. 이 자취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지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자국’을 보고 뒤를 따를 수는 있어도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따라 갈 수는 없다.
이때에는 ‘발자국 소리’ 대신 ‘발걸음 소리’로 말하면 된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은 ‘발자국’ 모양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발걸음’ 소리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살찌다와 살지다]

어제는 온 식구가 장보러 나갔습니다.
어머니와 아내는 시장을 보고,
저는 애 둘을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전부리를 했습니다.
그 재미가 솔찬하거든요. ^^*

밥 때 말고 아무 때나 이것저것 먹으면 살찌겠지만
그래도 시장에 가면 주전부리하는 그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제 먹은 게 살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살찌다'와 '살지다'를 알아볼게요.

너무 쉽다고요?
'살찌다'가 맞고 '살지다'는 틀리다고요?
아닙니다.

'살찌다'는 움직씨(동사)로
'몸에 살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다.'는 뜻입니다.
살찐 뚱뚱한 사람/살쪄서 바지가 작다처럼 쓰죠.

'살지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살이 많고 튼실하다.'는 뜻입니다.
살진 암소/살지고 싱싱한 물고기처럼 씁니다.
살찐 암소/살찌고 싱싱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두 개를 같이 써 보면,
제 딸내미가 시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먹으면 살찌게 되고,
(아들은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서 괜찮고...^^*)
그 모습을 보면 살진 게 영 보기 싫은 거죠.

두 가지를 가르실 수 있죠?

이제 두 주만 지나면 새해네요.

보태기)
'솔찬하다' 는 '꽤 많다'는 뜻의 전남지방 사투리입니다.

Feb 9, 2014

우리말, 불임이 아니라 난임 2014-02-0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7.(금요일)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는 사람을 두고
본때없다거나 본대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본데없다'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강원도는 눈이 많이 내렸다는데 이곳은 봄 날씨처럼 따뜻합니다. ^^*

어제 '엄마를 부탁해'라는 방송이 있었나 봅니다.
애를 배고, 곧 낳을 연예인 몇 명이 나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나 봅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 씨, 그의 아내 김송 씨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싶은데, 애가 들어서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습니다.
그랬던 그 부부가 어제 방송에 나와 임신한 것을 밝혔나 봅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그제 저녁에 서울에 있는 사단법인 한국난임가족연합회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사로 되어있기에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십여 년 전에 활동했던 단체인데, 지금 애가 있다고 인연을 끊으면 안 되죠.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불임과 난임은 다릅니다.
그리고 요즘은 법에도 불임을 쓰지 않고 난임이라 쓰며, 보건복지부 지원사업도 '난임부부 지원'입니다.

애를 갖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부에게
불임부부라고는 하지 맙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그분들 가슴에 못 박는 '불임'이라는 낱말은 쓰지 맘시다.

불임이 아니라 난임입니다.
한 난임 부부가 어떤 게시판에 올린 글이 떠오릅니다.

"어느 우주로부터 우릴 향해 열심히 다가오고 있는 아가에게
빨리 오라 재촉하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그 여리고 작은 발로 제깐엔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좀 느리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엄마 품을 제대로 찾아오리란 걸 믿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암캐도 복제 성공했다]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소식이 있네요.
서울대학교에서 암캐를 복제하는데도 성공했다고 하네요.

작년 이맘때 복제 문제로 시끄러웠었는데,
조금이나마 맘을 달랠 수 있는 소식이네요.

위에서 '개의 암컷'을 '암개'라고 하지 않고 '암캐'라고 했는데요.
이것은 틀린 게 아닙니다.
'개의 암컷'은 '암개'가 아니라 '암캐'가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에 보면,
암 수를 따지면서 거센소리를 인정하는 게 9가지가 있습니다.
암캉아지
암캐
암컷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톨쩌귀
암퇘지
암평아리
입니다.

위에 나오는 것은 거센소리로 발음합니다.
따라서,
암강아지가 아니라 암캉아지가 맞고,
암개가 아니라 암캐,
암것이 아니라 암컷,
암기와가 아니라 암키와,
암닭이 아니라 암탉,
암당나귀가 아니라 암탕나귀,
암돌쩌귀가 아니라 암톨쩌귀,
암돼지가 아니라 암퇘지,
암병아리가 아니라 암평아리가 맞습니다.

새하얀 눈만큼이나 기분 좋은 소식이라서
오늘은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보태기)
수컷을 뜻하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했습니다.
다만,
숫양, 숫염소, 숫쥐 이 세 가지만
'수'가 아니라 '숫'을 씁니다.

Feb 6, 2014

우리말, 본데없다 2014-02-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6.(목요일)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는 사람을 두고
본때없다거나 본대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본데없다'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본데없는 사람]

아침부터 농담 한마디 할게요.
며칠 전에 수능 시험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시험을 제일 잘 본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엄마 친구의 아들과 딸이 시험을 가장 잘 봤다고 하네요. ^^*

오늘은 어제 만난 사람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시쳇말로 참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낫살깨나 드신 분이었는데 여기저기 치받고 다니는 꼴이 영 보기 싫더군요.
저와 직접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을 본데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는 사람을 두고
본때없다거나 본대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본데없다'가 바릅니다.

[본데업따]고 발음하고
본데없어, 본데없으니, 본데없고, 본데없는처럼 활용합니다.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본데없는 놈 같으니라고처럼 씁니다.

남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남도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왜 자기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입는 옷인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때는 빈손으로 돌아갈텐데...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실은 저도 남에게 본데없다는 소릴 듣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남도 좀 보면서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보태기)
본때는
본데없다의 본데와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의 됨됨이나 모양새'라는 뜻입니다.

답장)
오늘 보내주신 편지에 덧붙입니다.
'본데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천고의 이치입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겨레는 예부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풍습을 가졌습니다.
특히 세밑의 '담치기', 정월초이렛날의 '이레놀음', 입춘날의 '적선공덕행'들의 세시풍속과
'고수레', '두레', '김장' 그리고 여러가지 의식주 풍습이 그렇습니다.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면 배달겨레라고 할 수  없겠죠.
우리 토박이말에 '솔개그늘'이라고 있습니다.
뜨거운 한 여름 , 솔개가 지나가다 드리운 작은 그늘이라도
땀흘려 일하는 농부에겐 정말 고마운 것입니다.
우리는 주위에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뭐 거창하게 이웃돕기 이런 건 못하더라도
남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솔개그늘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올 세밑은 우리 모두 이런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잔소리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Feb 5, 2014

우리말, 오뎅과 돈가스 2014-02-0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5.(수요일)
돈가스는 영어의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온 말입니다.
이를 일본에서 돼지고기를 뜻하는 '포크' 대신에 돼지 돈(豚) 자를 쓰고 그 뒤에 커틀릿의 일본어 발음인 'カツレツ[까스레스]'를 덧붙여 '돈까스'라는 해괴망칙한 낱말을 만든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어제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참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거든요.
아들이 일하는 곳에 오셔서,
아들이 먹는 밥을
아들과 함께 먹고,
아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들러,
동료와 함께 잠시 이야기도 나누다 가셨습니다.
아마도 밖에서 거창하게 드시는 점심보다 아들과 함께 드신 식판에 담은 밥이 더 맛있으셨을 겁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

어머니가 오셨을 때
이왕이면 밑반찬이 좋게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필 어제는 어묵국(1)에 돈가스(2) 한 조각과 샐러드(3)가 다였습니다.
괜히 제가 죄송스럽더군요.
그래도 어머니는
'찬은 별로지만 쌀이 좋은지 밥맛이 좋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거기에 찬까지 좋았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으셨을텐데...
만날(4) 그렇게 점심을 때우는 줄 알고 걱정하셨나 봅니다.

내일은 어머니가 또 병원에 가시는 날입니다.
새벽에 모시고 가서 피 빼고 오전에 진료받으셔야 하는데,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머니 생각하시면서 기분 좋게 보내세요.

보태기)
1. 어묵국
생선의 살을 뼈째 으깨어 만든 어묵으로 국을 끓은 것을 두고 오뎅국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뎅은 일본말 お-でん[오뎅]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어 사전에서 お-でん을 찾아보니 '곤약을 꼬치에 꽂아 된장을 바른 식품.'이라고 나와 있네요.
사실 일본에서 말하는 '오뎅'과 '어묵'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묵 형태로 만든 것이고,
오뎅은 어묵과 무·'곤약' 따위 재료를 꼬챙이에 꿰어 장국에 익힌 음식입니다.
어묵으로 오뎅을 만드는 거죠.
오뎅국을 어묵국이라고 하는 게 좋지만, 어묵국도 아직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1-1.
'곤약'도 일본말 찌꺼기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곤약을 다듬은 말로 '우무'가 나와 있네요.

2. 돈가스
돈가스는 영어의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온 말입니다.
이를 일본에서 돼지고기를 뜻하는 '포크' 대신에 돼지 돈(豚) 자를 쓰고
그 뒤에 커틀릿의 일본어 발음인 'カツレツ[까스레스]'를 덧붙여 '돈까스'라는 해괴망칙한 낱말을 만든 겁니다.
그게 우리나라에 건너와 '돈까스'가 된 거죠.
그러나 이마저도 '돈까스'가 아니라 '돈가스'입니다.
우리말에서 외래어에는 된소리를 써서 적지 않거든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돈가스를 올려놓고 '돼지고기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으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좀 억지가 있어 보이죠?
2-1.
'말할 수 없이 괴상하고 야릇함'이라는 뜻의 낱말은 해괴망칙이 아니라 해괴망측(駭怪罔測)입니다.


3. 샐러드
샐러드는 영어 salad입니다.
이를 일본에서 サラダ 라고 쓰고 [사라다]라고 읽습니다.
마땅한 우리말이 없는 서양음식이므로
이는 그냥 샐러드라고 읽고 쓰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설마 이걸 '야채 사라다'라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

Feb 4, 2014

우리말, 말갈망 2014-02-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4.(화요일)
우리말에 '말갈망'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자기가 한 말의 뒷수습."이라는 뜻으로
성질 나는 대로 막말을 해 놓고 말갈망도 못한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전에 좀 바빠서 이제야 편지를 씁니다.

우리말에 '말갈망'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자기가 한 말의 뒷수습."이라는 뜻으로
성질 나는 대로 막말을 해 놓고 말갈망도 못한다처럼 씁니다.

올 한 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말을 덜하며 살고자 합니다.
제가 조리 있게 말할 자신이 없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할 깜냥도 안되기에,
될 수 있으면 말 수를 줄여
말갈망할 일을 만들지 않으며 살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시간 참 잘가죠?]

오늘이 벌써 수요일입니다.
시간 참 잘 가죠?
내일과 모레만 더 나오면 쉴 수 있습니다.
글피는 토요일이고 그글피는 일요일이고...^^*

날이나 좀 세 볼까요?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그끄저께     그저께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3           -2       -1       0       1       2         3        4

삼 일 앞은 '그끄저께'입니다.
'그저께'나 '그그제'가 아닙니다.
'그끄제'라고 해도 됩니다.
'그저께'도 '그제'라고할 수 있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 모레만 입에 익고,
그끄저께나 글피, 그글피는 좀 낯설죠?
그러나 모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내일과 모레 찍고 글피부터 놀 생각으로 열심히 살자고요. ^^*

오늘은 날씨가 좀 풀리겠죠?

답장)
어제 오늘 내일에서 "내일" 의 순우리말은 "하제" 라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맞는지 궁금합니다.

Feb 3, 2014

우리말, 설 잘 쇠셨나요? 2014-02-0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3.(월요일)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짓은 억지나 생떼가 아니라 '뗀깡'입니다.
설 잘 쇠셨나요?

저는 어머니가 저희집에 오셔서 고향에 오가며 길에서 고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설 잘 쇠세요!]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설 잘 보내세요!”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 저마다 정겨운 인사말들을 나눈다. 그러나 설을 잘 보내라는 이 인사말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명절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모처럼 정을 나누기도 한다. 만약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명절을 지냈다면 ‘명절을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차례도 지내고 친척들과 만나 음식도 함께 먹고 했다면 명절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 아니라, ‘쇤’ 것이 된다. 그래서 ‘명절을 쇠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설 잘 보내세요!”보다는 “설 잘 쇠세요!”가 바람직한 인사말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만났을 때 “설 잘 쇠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괜찮지만, “설 잘 보내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알맞지 않다.

‘쇠다’라는 말은 꼭 명절을 지내는 것만 이르는 것이 아니다. 생일이나 갖가지 기념일도 ‘쇠다’라고 말한다. 가령, “생일 잘 쇠었니?” 하면 생일을 맞아 축하 파티도 하고 즐겁게 지냈느냐는 뜻이다. 생일을 그냥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 버렸다면, 생일을 쇤 것이 아니라 보낸 것이 되겠다. 마찬가지로 “부장님, 어제 결혼기념일 잘 쇠셨습니까?” 하면 결혼기념일에 사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느냐는 인사말이다. 이때, ‘생일을 보내다’라든가, ‘결혼기념일을 보내다’라고 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날을 보내버렸다는 뜻이 되겠다.

설을 쇤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생일이나 기념일을 쇤다는 말은 아무래도 낯설다. 그렇지만 되도록 살려 써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 낱말들의 본디 자리를 찾아주는 일에 더욱 힘써 나갔으면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저는 절대 똥기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 KBS 뉴스에서 7시 7분쯤 조류독감 기사를 전하면서
화면에 '3Km 내 매몰'이라고 썼네요.
거리 단위는 Km나 KM가 아니라 km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농촌진흥청 본청에서 일합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은 농업연구상 심사 관리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받는 상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상이 바로 이 농업연구상입니다.
그 상을 추천받아 심사위원들이 심사하실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마땅히 심사 중이라 아무런 말씀도 못 드리죠.
슬쩍 귀띔해 달라는 분도 있고,
자기에게만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대충 상, 중, 하에서 어디인지만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오늘은 그런 낱말을 좀 소개해드릴게요.
잘 아시는 귀띔이 있습니다.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리게 슬그머니 알려주는 것이죠.
아마도 귀를 뜨이게 해 준다는 뜻일 겁니다.
이를 한자로는 내시(內示)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려 주는 것이죠.

재밌는 낱말은 뚱기다와 똥기다입니다.
'뚱기다'는
'팽팽한 줄 따위를 퉁기어 움직이게 하다.'는 뜻도 있지만,
'눈치 채도록 슬며시 일깨워 주다.'는 뜻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중요한 정보를 뚱겨 주다/네가 그렇게 뚱겨 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처럼 씁니다.

'똥기다'는
'모르는 사실을 깨달아 알도록 암시를 주다.'는 뜻입니다.
그는 눈치가 빨라서 두어 마디만 똥겨도 금세 알아차린다처럼 씁니다.

뚱기다와 똥기다. 뜻이 비슷하죠?
좀더 따져보면,
똥기다는 모르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고,
뚱기다는 슬며시 일깨워주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지금 다루는 연구상 결과를
그 누가 물어도
귀띔해주거나, 내시를 주거나, 똥기거나, 뚱기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일이라면 아예 전화도 하지 마세요. ^^*

보태기)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슬그머니 일깨워 줌'이라는 이름씨는 귀뜸이 아니라 귀띔입니다.
귀뜸은 아마도... 귀에다가 뜸을 뜨는 것을 말할 겁니다.
그러나 그런 낱말도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

답장)
내시? 내 평생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지요.
있더군요. 님이 사전에 없는 말을 썼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문득 이게 왜 국어사전에 올라 있나 생각해 보고는
중국말은 어떤가 하고 한중사전(고려대)을 찾아보았지요.
'귀띔'을 보니 '內示'는 없고 '告知, 示意, 暗示, 口信, 透信'이 있더군요.
이상하다 싶어 '내시'를 찾아보았죠. 올라 있지 않더군요. 정말 이상하지요?
인터넷 다음 중국어사전을 보니, 올림말 '내시'는 있는데 중국말은 '暗示'라고 하는군요.
이 낱말[암시]은 우리도 쓰는 거죠. '귀띔'을 보니, '告知, 提示, 暗示, 示意'라고 뒤쳤는데
여기도 '內示'는 없군요. 그러고 보면 '內示'는 중국말이 아닌가 봅니다.
그럼 일본말은 어떤가 하고 한일사전(두산동아)을 찾아보았지요.
올림말 '귀띔'에 '內示'라는 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럼 '내시'는?
드디어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內示'는 일본 한자말이었습니다그려.
일본 한자말이 어찌하여 우리말 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는가 하는 까닭이야 님도 잘 아시겠고...
그런데... 왜 님이 굳이 이런 한자말을 알려주는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말기척 : 무슨 일을 하거나 어디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리는 일'이나 알려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