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30, 2014

우리말, 도 긴 개 긴 2014-12-0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1.(월요일)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오랜만에 개그콘서트를 봤습니다.
‘도찐개찐’이라는 소제목을 단 개그가 있더군요.
그건 틀린 말입니다.

흔히, 비슷비슷한 것, 또는 거기서 거기인 것,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별 차이 없는 것을 말할 때,
도찐개찐이나 도길개길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는 '도 긴 개 긴'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낱말입니다.
긴이 닿다, 모와 윷을 놓으니 걸 긴이 되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개그를 개그로 봐야지 거기에 맞춤법을 들이대면 안 된다는 분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개그도 이왕이면 바른 글과 말로 웃길 수 있으면 더 좋다고 봅니다.
개그니까 맞춤법이 틀려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바른말과 옳은 글로 얼마든지 웃길 수 있고,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네요.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쳐 못썼습니다.'라고 썼는데 '미처'가 맞습니다.
'못하다', '않다', '없다', '모르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의 뜻인 어찌씨(부사)는
'미쳐'가 아니라 '미처'입니다.
제 생각이 '미처' 거기에 못 미친 걸 보니 제가 '미쳤'나 봅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저희 집 애들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제 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그래 봐야 35개월입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제법 말을 잘합니다. 두 살 위 누나와 말다툼도 잘합니다. ^^*

오늘 아침에 누나가 방귀를 뀌니
"에이~~~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방송에서도 흔히 방구라고 하는데 저희 집 애들은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또, 끼다고도 안 하고 뀌다고 합니다.
'방구 끼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도 '방귀 뀌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도 애써 정확하게 소리냅니다. 기특하게도...^^*

방구가 아니라 방귀가 맞다는 것은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네요.
오늘은 뀌다와 끼다를 갈라볼게요.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꾸다'는
'꿈'과 관련된 이름씨와 함께 쓰여 "꿈을 보다."는 뜻입니다. 꿈을 꾸는 거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방귀를 뀌고 나면 먼저 사과할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하루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주위에 언제나 공기가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말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듬으며 가꿔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이고,
가족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우리말이 없어지고 나서, 외국어 외래어에 다 더럽혀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까요?

저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좋듯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Nov 25, 2014

우리말, 엉터리 자막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8.(금요일)
.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일터에 나오자마자 이승돈 박사와 후반기 과제관리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처 못썼습니다.
편지 짧게 쓰고 오늘 일 들어가야겠네요. ^^*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 씻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더군요.
MBC, 11:47
"술의 힘을 빌어"라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맞습니다.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술의 힘을 빌려'가 맞습니다.

MBC에서 자막이 엉터리라서 바로 KBS로 돌렸습니다.
거기서도 사람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더군요.

KBS, 11:57
'...하길 바랬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바랜 편지, 색이 바래다, 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하길 바랐다'가 맞습니다.

제 눈을 더는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11:58분에 텔레비전을 끄고
왼팔에는 딸내미를 눕히고, 오른팔에는 아들 녀석을 눕힌 채 잠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뭉그적거리다와 밍기적거리다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7.(목요일)
.
안녕하세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뭉그적거리다와 밍기적거리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주말에는 되도록 맘 편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늦잠도 자고 애들과 발 닿는 대로 놀러도 다니고... 누나 집에가서 흙도 좀 만지고...
그게 사는 재미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은 언제나 기쁩니다.

제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뭉그적거리죠. 그러다 애들 시선이 따가우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조금 큰 동작으로 자꾸 게으르게 행동하거나 느리게 비비대는 것을 뭐라고 하시나요?
뭉그적거리다? 뭉기적거리다? 밍기적거리다?

'뭉그적거리다'가 맞습니다.
뭉그적뭉그적처럼 모양을 흉내 낸 말로 쓰이기도 하죠.

비슷한 말로
나아가는 시늉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머뭇거리거나 몸이나 몸 일부를 자꾸 비비대다는 것을
'뭉긋거리다'고 합니다.
마찬가지 모양을 흉내 내 '뭉긋뭉긋'이라고도 씁니다.
'몽긋거리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면서 지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머지 않다와 멀지않다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6.(수요일)
.
안녕하세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머지 않다와 멀지않다]

안녕하세요.

하는 일 없이 시간은 잘도 가네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내일은 좀 늦게 일터에 나오면서 자전거로 와 볼 생각입니다.
집과 일터가 그리 멀지 않거든요.
요즘 기름 값이 하도 올라서... 누구는 그러데요. 이건 오른 게 아니라 튀는 거라고...

오늘은 '멀지 않다'와 '머지않다'를 갈라볼게요.
아래처럼 쓰시면 됩니다.
저희 집과 제 일터는 '멀지 않기'에 자전거로 나오기 좋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과 겨울이 올 테니 덥더라도 조금만 참읍시다.

감 잡으셨나요?

'머지않다'는 시간상으로 멀지 않다는 뜻입니다.
머지않아 소식이 올 것이다, 머지않아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처럼 씁니다.
'멀지 않다'는 공간상으로 멀지 않다는 뜻입니다.
저희 집과 제 일터는 멀지 않습니다처럼 씁니다.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아무리 덥고 짜증 나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많이 웃고 즐기시는 하루를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성대모사/성대묘사/목소리 흉내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5.(화요일)
.
안녕하세요.

요즘 제가 좀 바빴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제때 못 보냈더니, 불규칙하게 오는 편지는 받기 싫다면서 몇 분이 수신거부를 하셨네요.
될 수 있으면 아침에, 그것도 일정한 시간에 편지를 보내고자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네요.
그래서 떠나신다면 어쩔 수 없죠. ^^*

오늘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 제가 게으른 탓이죠.

오늘부터 글피까지는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내일은 수원 한국농수산대학에 가서 특강을 하고,
모레는 일산 킨텍스에서 높으신 분들께 제 일터에서 만든 기계를 설명하며,
글피도 일산에서 열리는 한국정밀농업학회에 갑니다. 제가 부회장이라서 행사 사회도 봐야 합니다.

아마 내일부터 글피까지는 컴퓨터를 만지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성대모사/성대묘사/목소리 흉내]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랫말이 나오는 화면에 '스포츠 하일라이트'라는 게 보이더군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낱말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낱말이 되었을 때는 각각의 낱말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그래서 sunglass '선그라스'가 아닌 '선글라스'가 맞고,
highlight도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맞습니다.

오늘은 '성대모사'를 좀 알아볼게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단, 성대모사(聲帶模寫)는 국어사전에 오른 표준어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을 뜻합니다.
표준말이니 떳떳하게 쓸 수 있는 낱말입니다.

여기에 딴죽을 좀 쳐보죠.

모사(模寫)는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을 뜻합니다.
또, 원본을 베끼어 씀,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뜻이 그리거나 쓰는 것과 관련되지 소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차라리 묘사(描寫)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묘사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이라는 뜻으로 '언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러나 '성대모사'는 표준어이지만, '성대묘사'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성대모사를 '말소리 흉내'나 '목소리 흉내'라고 하면 촌스러운가요?

문화재(文化財)를 아시죠?
"문화 활동으로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을 뜻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입니다.
그런데도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씁니다.
중요 무형 문화재 보유자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문화재는 사물인데 인간문화재로 써서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또한 '기릴 사람'으로 하면 이상한가요?

'기리다'가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추어서 말하는 거잖아요.
선열의 뜻을 기리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다처럼 쓰니
'기릴 사람'이라고 하면 인간문화재의 뜻을 담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 부려 써야 빛이 난다고 봅니다.
모든 것에서 한자를 버리고 순 우리말을 쓰자 거나,
일본어투 말을 한꺼번에 몽땅 버리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말로, 깨끗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쓰자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24, 2014

우리말, 퍼센트와 퍼센트 프로 2014-11-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4.(월요일)
퍼센트는 백분율이고,
이 퍼센트와 퍼센트를 더하거나 뺄 때 포인트를 붙여 줍니다.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뉴스에서 들으니
이번 수능시험 문제 가운데 두 문제의 답이 두 개라고 하네요.
그 가운데 하나가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헷갈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퍼센트'는 백분율의 단위로 %를 씁니다.

흔히들 퍼센트를 프로라고 하는데,
'프로'는 네덜란드어 procent의 준말인 엉터리 영어입니다.
그렇지만 퍼센트와 프로 두 낱말 모두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퍼센트 포인트'는 두 백분율 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를 뜻하며 %P로 씁니다.

이번 수능 문제에
'미국 청소년들의 2006년과 2012년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 도표를 설명하면서
휴대전화 공개율이 2%에서 20%로 18% 올랐다라고 하는 지문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2%와 20%의 차이를 뜻할 때는 18%올랐다고 하는 게 아니라 18%포인트가 올랐다고 해야 합니다.

좀 쉽게 갈라보면,
퍼센트는 백분율이고,
이 퍼센트와 퍼센트를 더하거나 뺄 때 포인트를 붙여 줍니다.

좀 더 나가볼까요?
영어로 point는 일반적으로 점이나 위치를 뜻합니다.
그러나 퍼센트 포인트에서의 포인트는
"퍼센트가 아닌 숫자로 나타낸 양의 변화량"을 말합니다.
곧, 어떤 '변화'를 말할 때는
'포인트'가 곧 '변화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괜히 더 헷갈리게 했나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쯔끼다시를 갈음할 낱말은?]

안녕하세요.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
이틀 만에 진주까지 다녀오기가 무척 벅차네요.
더군다나 교수님이나 업체 사장님까지 모신 채 뒷바라지를 하고 다니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먹는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출장 가서도 잘 먹었고,
어제저녁에도 잘 먹었고 오늘도 환송회가 있어 잘 먹을 것 같습니다. ^^*

어제저녁은 횟집에서 환송회를 했습니다.
횟집에 가면 회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가벼운 안주가 있죠?
그걸 흔히 쯔끼다시라고 하죠?

그게 일본말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일본요리에서 본 안주가 나오기 전에 처음에 내 놓은 가벼운 안주를 つきだし[쯔끼다시]라고 한다네요.

그게 일본말이면 되도록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게 낫겠죠?
요지를 안 쓰고 이쑤시개라 쓰고,
와리바시라 안 쓰고 나무젓가락이라 쓰면 훨씬 좋잖아요.

쯔끼다시를 뭐라고 바꿔 부르면 좋을지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초다짐과 입맷상이 어떨까 싶습니다.

'초다짐'은 "정식으로 식사하기 전에 요기나 입가심으로 음식을 조금 먹음. 또는 그 음식."을 뜻합니다.
'입맷상'은 "잔치 같은 때에 큰상을 차리기 전에 먼저 간단하게 차려 대접하는 음식상"을 뜻합니다.

쯔끼다시가 큰 회가 들어오기 전에 오징어 같은 작은 횟감이 먼저 들어와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니 초다짐이나 입맷상이면 '쯔끼다시'를 갈음할 수 있을 겁니다.

'볼가심'이라는 낱말도 있으나
볼의 안쪽, 곧 입속을 겨우 가시는 정도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이므로 쯔끼다시 뜻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저녁은 고깃집에서 환송회를 하기로 해서 초다짐과 입맷상을 쓸 기회가 없겠네요.
말은 자주 써야 입에 익는데...^^*
언제 횟집에 가시면 입맷상과 초다짐을 꼭 한번 써 보세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발밭다 2014-11-2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1.(금요일)
우리말에 '발밭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흔히 '발밭게' 꼴로 쓰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붙잡아 이용하는 소질이 있다처럼 씁니다.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적절하게 일을 처리하는 재주가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렸네요.
제가 일하는 곳은 기획실입니다.
기획실은 말은 기획을 하는 곳이겠지만, 실은 수도 고장난 것도 고쳐야 하고, 보고자료도 만들어야 하며, 말 그대로 기획도 하는 등 하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워낙 일이 많으니 갈래를 잘 타서 재빠르게 처리 해야 합니다.

우리말에 '발밭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흔히 '발밭게' 꼴로 쓰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붙잡아 이용하는 소질이 있다처럼 씁니다.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적절하게 일을 처리하는 재주가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입 안의 혀같이 발밭게 일을 해 주는 손매가 아쉬워...처럼 습니다.

저는 기획 업무를 거의 10년 가까이 보고 있습니다.
연구직이라서 연구기획 업무를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12월까지만 이곳에 있고, 내년부터 본연의 업무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모든 일을 발밭게 해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 일했다고는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욕심 챙기지 않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했다고 누구 앞에서건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무슨 일을 하건 그렇게 할 것이고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능놀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세상은 참 여러 면이 있나 봅니다.
주말에는 놀러 가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자는 사람도 있고, 교회 나가는 사람도 있고, 서울로 가는 사람도 있고...

'놀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즐거움을 얻으려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을 뜻합니다.
놀이 공간, 건전한 놀이 문화처럼 씁니다.
요즘 ㅅㄱㄱ문제로 ㅊㅂㅈㅎ...

'놀'은 한 가지 일에 집착하여 온 정신을 기울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흥이나 멋과도 통하는 말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놀이를 놀았다고 하고 무당이 굿하는 것도 놀았다고 하나 봅니다.

'능'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빠듯하지 아니하게 넉넉히 잡은 여유."라는 뜻으로
능을 두어 옷을 짓다처럼 씁니다.

이 '능'과 '놀다'가 합쳐지면 '능놀다'가 되어
"쉬어 가며 일을 천천히 하다."는 뜻이 됩니다.

능놀다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매우 많지만, 여기서는 참겠습니다.

저는 오늘 출장 갑니다.
일터 일로 양평, 서산, 부여, 함양, 진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내일 오후에 돌아오니 모레는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제 오후에 일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화가 울어 받아보니 3060이라는 번호의 차가 제 것이 맞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다고 했더니,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계속 시동이 걸려 있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고 묻더군요.
이런... 제가 이유는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놈의 건망증 때문이죠.
비가 올때 사무실에 나오는 바람에 우산 챙기느라 차 열쇠 빼는 것을 깜빡한 겁니다.
요즘처럼 기름 값이 비쌀 때...

이 머리도 이제 다 되었나 봅니다.

말 나온 김에 건망증과 치매의 다른 점을 알려 드릴까요?
건망증은 열쇠를 손에 들고 "내 열쇠가 어딨지?"라고 찾는 것이고,
치매는 열쇠를 손에 들고 "이게 뭐 하는 물건인고?"라고 하는 것이라네요. ^^*

저는 열쇠가 뭐하는 물건인지는 압니다. 아직은... ^___^*

Nov 18, 2014

우리말, 난이도 2014-11-1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8.(화요일)
'난이도'니 '난도'니 하는 말보다는
이번 문제는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냈다,
쉽고 어려운 정도를 잘 조절했다,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았다처럼 쉽게 풀어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수능시험문제로 말이 많네요.
이번에도 잘못 낸 문제가 있나 봅니다. 어지러운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걱정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많은 학생이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난도가 높은 문제가 많았다."고 보도하네요.

잘 아시는 것처럼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입니다.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교육하다,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처럼 씁니다.
이를 '난이도가 어렵다'고 하면 말이 안 됩니다. '쉽고 어려움의 정도가 어렵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난이도'니 '난도'니 하는 말보다는
이번 문제는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냈다,
쉽고 어려운 정도를 잘 조절했다,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았다처럼 쉽게 풀어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한자를 배워야 우리말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틀렸다고 봅니다.

아래는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에 있는 이건범 님의 글을 따온 겁니다.
http://www.urimal.org/448
한자를 모르면 낱말 뜻을 모른다는 주장은 옛날 신문처럼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쓰자고 요구하는 국한문 혼용론자들이 퍼뜨린 미신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나 안중근 의사의 ‘의사’처럼 소리가 같고 뜻이 다른 말은 한자로 적지 않으면 뜻을 혼동하게 된다고 핏대를 세우는데, 이런 대목에서 사람들이 혹하기 쉽다.

“인사과장은 사장님 앞으로 달려가 인사를 했다”라는 문장에서 앞뒤의 ‘인사’를 한글로만 적어놓으면 헷갈린다고 하니 국한문 혼용으로 적어 보자. “人事과장은 사장님 앞으로 달려가 人事를 했다.” 고약하게도 두 낱말은 한자마저 같다. 국한문 혼용론자 가운데 이 문장의 뜻을 이해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떻게 두 낱말의 차이를 알아냈을까? 당연히 앞뒤 문맥을 보고 알아채는 것이다.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를 들을 때도 산부인과 의사와 안중근 의사를 혼동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의 엉터리 주장과 다르게, ‘한자를 알면 낱말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평범한 시민들의 평범한 믿음이다. 사랑 애와 나라 국을 알면 애국이 곧 나라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식이다. 실제로 한자음에 붙어 있는 뜻이 한자어의 뜻을 추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한자어 낱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한자 지식이란 한자를 쓰거나 읽을 줄 아는 지식이겠는가, 아니면 한자의 뜻에 관한 지식인가? 당연히 한자의 뜻에 관한 지식이다. 그러니 애국과 애족의 ‘애’가 모두 사랑이라는 같은 뜻을 지닌 한자라고 알면 되지 반드시 ‘愛’를 쓸 줄 알아야 한다거나 한자로 적어놓고 읽게 강제할 까닭은 없다. 한자를 쓸 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낱말 이해에 차이가 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믿음에도 꽤 큰 함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애인’이라는 말의 사랑은 ‘애국’의 사랑과 결이 몹시 다르고, ‘창문’은 낱낱의 한자가 지닌 뜻을 합치면 다시 ‘창문’이다. 게다가 ‘재물’이라는 한자어는 재물 재에 물건 물이라는 한자의 조합인데, 낱낱의 한자 뜻을 다시 분해해도 재물 재에 물건 물, 물건 물에 물건 건이라 무한한 동어반복만 일어난다. 심지어 ‘선생’은 먼저 태어난 사람이고 ‘제자’는 아우의 아들이 되니, 한자의 뜻을 기계적으로 묶어서 낱말의 뜻에 다가가려는 태도는 게으르고 위험한 공부법이다. 더군다나 ‘사회’나 ‘회사’, ‘미분’과 ‘적분’처럼 낱말 뜻의 껍데기 정도만 표현하는 한자어도 숱하다. 한자를 아는 게 낱말 뜻 이해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오늘은 망종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6:41 MBC 뉴스에서 "난이도가 높다"라고 했습니다.
KBS에서는 "지난해보다 어려워"라고 했습니다.
난이도는 어렵고 쉬운 정도로 높고 낮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비가 오네요. 오후에는 갠다니 다행입니다.
오늘이 절기로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 망 자와 씨 종 자를 써서 "벼나 보리 따위같이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뜻합니다.

세상 일에는 다 때가 있나 봅니다.
지금 이맘때는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나 밀을 거둬들이고
마찬가지 까끄라기가 있는 벼는 모내기를 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망종이라 했나 봅니다.

'깐깐오월'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진짜 있습니다. ^^*
해가 길어서 일하기 지루한 달이라는 뜻으로, '음력 오월'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루하기도 하고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에 깐깐하게 챙길 것도 많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오월이 지나면 농사일로 바빠지는 유월이 옵니다.
망종이 든 유월은 보리 거두랴 모심으랴 정신없이 지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미끈유월'입니다. 한 달이 미끄러지듯이 쉽게 잘 지나가는 거죠.
'미끈유월'이라는 낱말도 진짜 있습니다. 사전 찾아보세요. ^^*

이렇게 바쁜 유월이 지나가면
칠월은 별일 없이 어정거리다가 지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정칠월'입니다.
아 진짜 이런 낱말이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있다니깐요. ^^*

그 다음 달인 음력 팔월은 가을걷이에 바빠서 건들바람처럼 덧없이 획 지나간다고 해서 '건들팔월'입니다.
그럼 구월은 뭐냐고요?
저도 모릅니다. ^^*

저도 유월을 '미끈유월'로 살 것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17, 2014

우리말, 막냇동생 2014-11-1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7.(월요일)
막내와 동생을 합쳐서 한 낱말로 쓸 수 있습니다.
'막냇동생'이라 쓰고 [망내똥생/망낻똥생]이라 소리 냅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무척 춥네요. 추위에 손가락이 곱아 글을 제대로 쓰기가 어려울 정도네요.

저희 집은 1남 7녀입니다. 제 위로 누나가 다섯 있죠. 여동생이 둘이고….
갑자기 동생들이 보고 싶네요.

막내는 '일곱째 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 싫다고 학교 다닐 때 이름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바닷가에 사는 착하고 예쁜 아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막내와 동생을 합쳐서 한 낱말로 쓸 수 있습니다. 합성어로 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사이시옷을 쓰고, '동생'소리도 세게 내야 합니다.
곧, '막냇동생'이라 쓰고 [망내똥생/망낻똥생]이라 소리 냅니다.

그러나 '아우'를 붙일 때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막내아우'라고 쓰죠.

막내야, 날씨가 차다, 늘 건강 잘 챙기길 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팔방미인과 두루치기]

안녕하세요.

어제 보내드린
소라색은 하늘색이나 하늘 빛으로 써야 한다는 글을 보시고
한 분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1. 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이는 '빛'은 앞 낱말과 붙여 씁니다.
예) 감빛, 얼굴빛, 검은빛, 은빛, 금빛, 낯빛, 파란빛, 노란빛, 풀빛, 누른빛, 눈빛, 먹빛, 별빛, 분홍빛
2. '때'는 홀로 쓰이기도 하지만 일부 낱말과 붙어 뜻이 굳어지면 한 낱말로 쓰기도 합니다. 점심에 '때'가 붙어 한 낱말로 의미가 굳어진 말이므로 붙여 씁니다.

제 편지를 보시고 제가 엉터리로 알고 있거나, 제 편지에 보탤 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이렇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도 드립니다. ^^*
거듭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두루치기'가 뭔지 아세요?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안주죠? ^^*
"슬쩍 데친 조갯살이나 낙지 따위에 갖은 양념을 해서 만드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잘 아실 겁니다.

이 '두루치기'에 다른 뜻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팔방미인'과 같은 뜻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그는 농사,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 없는 두루치기다처럼 쓰죠.

제가 아는 두루치기는 다들 재주꾼입니다. 어찌그리 깜냥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재주아치, 슬기주머니, 대갈마치, 모도리, 차돌도 거의 같은 뜻입니다.

재주아치는 "재주꾼"을 이르는 말이고,
슬기주머니는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대갈마치는 "온갖 어려운 일을 겪어서 아주 야무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모도리는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을 뜻하고,
차돌도 "야무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 두루치기도 되고 대갈마치도 되며 모도리가 될 수 있도록 합시다.
바르게 열심히 살다 보면 뭔가 보이겠죠. 그렇지 않나요? ^^*

Nov 16, 2014

우리말, 불임과 난임 2014-11-1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4.(금요일)
불임과 난임을 갈라 다른 뜻으로 써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인도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 수십 명이 죽었다고 하네요.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685346&plink=ORI&cooper=NAVER

불임은 애를 갖지 못하는 일이므로
불임수술은 애를 갖지 못하게 하는 수술일 겁니다.
그런 일을 꼭 해야 하는지를 떠나서,
낱말 풀이는 그게 맞습니다.

그래서
불임과 난임을 갈라서 써야 합니다.
예전에는 불임치료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은 난임치료라고 합니다.
불임치료라는 낱말은 말이 안 됩니다.
불임을 어떻게 치료를 하겠어요. 애를 못 갖는 것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어렵게 임신하거나,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인 난임을 치료해야 임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요즘은
보건복지부 사업도 난임지원사업이고,
높으신 분들이 나와서 이야기할 때도 난임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불임과 난임을 갈라 다른 뜻으로 써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난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드립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곧 애가 찾아올 겁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고 잘 참고 견디시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겁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떠나는 순자 씨가 아쉬워서......]

순자 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더니 기어이 발령이 났네요.
그래도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순자 씨 떠나면 저는 정말 매나니인데 어떻게 할지 걱정입니다.
어떤 분이 오시건 순자 씨 일을 해 내기야 하겠지만,
다시 또 일손을 맞추고 맘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과 일이 보통 일도 아니고...
(매나니 : 무슨 일을 할 때 아무 도구도 가지지 아니하고 맨손뿐인 것)

순자 씨는 무슨 일이 떨어지면 먼저 일의 각단을 잡았습니다. 가리사니를 잡은 거죠.
그렇게 구듭 쳐 주시니 모든 직원이 바로 매개를 짐작하고 벼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순자 씨는 가끔 빼도리도 해서 썰레놓기도 했습니다. ^^*
그런 성품이시기에 가는 그날까지도 맡은 일을 메조지며 메지대고 매기단하셨습니다.
어제 환송회도 한 탕만 뛰고 바로 들어와서 오늘 새벽 3시까지 일을 마무리한 순자 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런 순자 씨의 떠난 자리에는 오래도록 향기가 배어 있을 겁니다.
(각단 : 일의 갈피와 실마리)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 사물을 분간하여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
(구듭 : 귀찮고 힘든 남의 뒤치다꺼리)
(매개 : 일이 되어 가는 형편)
(벼리 :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
(빼도리 : 사물의 짜임새를 고르고자 요리조리 변통하는 일)
(썰레놓다 : 아니 될 일이라도 되도록 마련하다.)
(매조지다 :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
(메지대다 : 한 가지 일을 단락 지어 치우다.)
(매기단하다 : 일의 뒤끝을 깨끗하게 맺다.)

순자 씨는 다른 과에 가서도 일을 잘 해내실 겁니다.
어떤 일이 와도 갈망할 겁니다.
또, 순자 씨가 그 과에 계시니 우리 과 일도 이제는 배끗거리지 않고 잘될 겁니다. ^^*
(갈망 : 어떤 일을 감당하여 수습하고 처리함)
(배끗거리다 : 맞추어 끼일 물건이 꼭 들어맞지 않고 조금 어긋나는 모양)

삶은 두꺼비 씨름이고 언제나 얼락배락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여기서 열심히 할 테니 순자 씨도 그 과에서 열심히 하시길 빕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처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빕니다.
(두꺼비 씨름 : 끝내 승부가 나지 않는 다툼이나 겨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얼락배락 : 성했다 망했다 하는 모양)

순자 씨!

순자 씨가 떠난다니 하늘도 울더군요.
고맙습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___^*


떠나는 순자 씨를 아쉬워하는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연구개발과 성제훈 드림


보태기)
'탕'은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다처럼 씁니다.

Nov 13, 2014

우리말, 조비비다 2014-11-1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3.(목요일)
.
안녕하세요.

어찌 그리 날을 잘 맞추는지요.
수능시험 보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고 날씨가 춥네요. ^^*

모든 시험이 다 그렇지만
시험 볼 때는 떨리고, 결과에 따라 웃는 사람이 있고 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험 보는 사람이 누구보다 고생이지만,
그걸 바라보며 조비비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맘고생이 크다는 것을 알아줄지….

'조바심'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
그 '조바심'이라는 낱말과 비슷한 뜻을 지닌 '조비비다'라는 움직씨(동사)가 있습니다.
(주로 '조비비듯' 꼴로 쓰여) 조가 마음대로 비벼지지 아니하여 조급하고 초조해진다는 뜻으로,
마음을 몹시 졸이거나 조바심을 냄을 이르는 말입니다.
'판결을 앞두고 마음이 조비비듯 하다, 애가 밤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아 조비비듯 기다렸다.'처럼 씁니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데, 시험 때는 왜 그리 떨리는지….^^*
오늘 시험 보신 모든 분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몇 개]

어서오세요.

토요일 아침 6:05, SBS
'열개', '되는게 아냐?'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단위는 앞말과 띄어 씁니다. '열 개'가 맞습니다.
'되는 게 아냐?'가 맞습니다.

토요일 오전 10:54, KBS1
출연자가 "제 와이프"라고 이야기했고, 자막에는 '제 부인'이라고 나왔습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아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어느 방송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압정'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자막에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대가리가 크고 촉이 짧아서 흔히 손가락으로 눌러 박는 쇠못."이라 나와 있고
'누름 못', '누름 핀'으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9:13, KBS뉴스
"첫 접촉을 가졌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으로 만났다."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후 4:40, MBC
'홍길동씨'라고 이름과 '씨'를 붙여서 썼습니다.
호칭과 이름을 띄어서 쓰는 게 맞습니다.
곧이어 41분에
'몇개'라는 자막이 있었습니다.
'몇 개'가 맞습니다.

일요일 오후 6:18, MBC
'옷걸이가 좋다'고 했습니다.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옷걸이'는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이고,
"옷을 입은 맵시."는 '옷거리'입니다.
옷거리가 좋다, 옷거리가 늘씬하다처럼 씁니다.

일요일 오후 6:23, KBS2
'세시간'이라는 자막과 '3시간'이라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세 시간'이 맞고 '3시간'으로 붙여 쓰실 수 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6:54
'성공하던 실패하던'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던'은 과제 '든'은 조건에 쓰입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이 맞습니다.

저는 주말에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닙니다.
근데도 그렇게 보입니다.
이 일을 어쩌죠?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12, 2014

우리말, 핏줄 쓰이다 2014-11-1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2.(수요일)
.
안녕하세요.

오늘 편지 뒤에 붙일 예전에 보낸 편지는 좀 깁니다.
그래서 오늘 편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는 5월이 아쉬워...(핏줄 쓰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5월 31일입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말씀과 함께 제 수첩 이야기를 보내드린 적이 있죠?

오늘은 토요일이라 편지를 쓰지 않는데도
가는 5월이 아쉬워 편지 하나 더 씁니다.

'피'가 뭔지 아시고 '핏줄'이 뭔지도 다 아시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핏줄'을 찾아보면
관용구로 '핏줄 쓰이다'를 들고 있습니다.
"혈연의 친밀감을 느끼다."는 뜻입니다.
어려서 헤어진 자식이나 형제 자매를 나중에 서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다 핏줄 쓰이는 데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를 이 세상에 보냈고,
또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드는 게 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누리집에서 떠도는 글 세 개를 소개할게요.
설마 저작권법이니 뭐니 하는 것에 걸리는 거 아니겠죠?
아래에 붙인 글 세 개는 제가 쓴 게 아니라 누리집에 떠도는 글입니다.

글은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살아있는, 산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1.
아범아! 내 아들아!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며느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손자,
그러한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아서
양로원을 찾아가야만 했던 어머니,

어느날 오후에 아들 며느리가 함께 동승하여
차에 태워서 이름 모를 길에 내려 주면서
하는말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

양로원에 갔다가 어느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어머니의 말씀 한 마디면 공무원과 교육자라는
신분을 그대로 지탱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그 할머니는 자식이 그리워 눈물로
지내 시면서도 우리 아들이 잘 돼야 한다고 하시니
도대체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범아 내 아들아 날 제발 데려 가다오.
밥 굶어도 나는 좋고 헐벗어도 나는 좋단다.
너의 얼굴 바라보면 밥 먹은 듯 배가 부르고,
너와 함께 사는 것은 옷 입은 듯 나를 감싸니"
이 곡의 1절 가사 일부다.

스님께서 19년 전 예천 연꽃 마을 방생법회를
갔을 때 만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로써
하루하루 아들을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였단다.


그 노래의 악보를 우리말 편지 맨 밑에 그림으로 붙입니다.




2.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얼마전 뉴스를 듣는데 90살 노모가 치매에 걸려서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년을 더 사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저는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답니다... 차마 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겐 부끄러워 말할 수 없었던 한 달 여 동안의 내 가슴속 멍을 털어 보고자 이렇게 어렵게 글을 적어 봅니다.

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고등학교때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대학 보내고 집장만해서 장가를 보냈죠. 이만큼이 부모로써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들놈 장가 보내 놓았으니 효도 한 번 받아보자 싶은 욕심에 아들놈 내외를 끼고 살고 있습니다. 집 장만 따로해 줄 형편이 안되어 내 명의로 있던 집을 아들명의로 바꿔 놓고는 함께 살고 있지요.

남편 먼저 세상 떠난 후 아들 대학까지 공부 가르치느라 공장일이며 때밀이며 파출부며. 안해 본 일이 없이 고생을 해서인지 몸이 성한데가 없어도 어쩐지 아들 내외한테는 쉽게 어디 아프다란 말하기가 왜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매번 며느리한테 병원비 타서 병원 다니는 내 신세가 왜 그렇게 한스럽던지.....

참, 모든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며느리랑 함께 살면서 눈치 보면서 알게 모르게 병들고 있을겁니다. 어디 식당에 일이라도 다니고 싶어도 다리가 아파서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아들한테 짐만 된거 같은 생각마져 듭니다.

며느리가 용돈을 처음엔 꼬박 잘 챙겨 주더니 이년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제 병원비 탓인지 용돈도 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아따금씩 아들놈이 지 용돈 쪼개서 꼬깃꼬깃주는 그 만원짜리 서너장에 내가 아들놈은 잘 키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살았지요.

그런데 이따금씩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밥한끼 사주지 못하고 얻어만 먹는게 너무 미안해서 용돈을 조금씩 모았는데 간혹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병원비 달라 소리 못할때마다 그 모아둔 용돈 다 들어쓰고 또 빈털털이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친구들한테 맘먹고 밥한번 사야겠단 생각에 아들놈 퇴근 길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야야, 용돈 좀 다오. 엄마 친구들한테 매번 밥 얻어 먹기 미안해서 조만간 밥 한끼 꼭 좀 사야 안되겠나."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만 아들놈 하는말이 "엄마, 집사람한테 이야기 할께요." 그러곤 들어가지 뭐예요.

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 했어요.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 먹었더니 미안해서 밥 한끼 살라한다." 했더니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4만원을 챙겨 들고 와서는 내밀더라구요.

4만원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친구들 5000원짜리 국밥 한그릇도 못먹이겠다 싶어서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용돈좀 다오 했더니 2만원을 챙겨 주었어요.

그렇게 세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받은 돈이 채 10만원이 안되었지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틀렸다 싶어서 괜한짓을 했나 후회도 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깐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지길래 며느리한테 세번에 거쳐 받은 10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화장대 서랍에 돈을 넣어 뒀지요.

그런데 그 서랍속에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구요.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9월14일 왠수 40000원 9월15일 왠수 20000원 9월17일 또 왠수 20000원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용돈을 달래서 받아 간 걸 적어 둔 거였어요.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들고 나와서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 했는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거 같았으니까요.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달 전 내 가슴속에 멍이 들어 한10년은 더 늙은 듯 하네요.

얼마 전 들은 그 90대 노부부의 기사를 듣고 나니깐 그 노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아마도 자식들 짐 덜어 주고자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며느리랑 아들한테 평생의 짐이 된 단 생각이 들때면 가끔 더 추해지기 전에 죽어야 할텐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이제 곧 손자녀석도 태어 날텐데 자꾸 그때 그 며느리의 가계부 한마디 때문에 이렇게 멍들어서 더 늙어가면 안되지 싶은생각에 오늘도 수십번도 더 마음을 달래며 고치며 그 가계부의 왠수란 두글자를 잊어보려 합니다

차라리 우리 며느리가 이 방송을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젠 자식 뒷바라지에 다 늙고 몸 어디 성한데도 없고 일거리도 없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과 인지 모르시죠?

이 세상 부모로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자식한테 받는 소외감은 사는 의미 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 왔던 의미까지도 무의미해진다라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가슴 아팠던 심정을 털어 놓았느니 며느리 눈치 안보고 곧 태어날 손주녀석만 생각하렵니다.

요즘은 내가 혹시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싶은 두려움에 책도 읽고 인터넷 고스톱도 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방영한 글이며 인터넷에서 글 옮겨 편집하였습니다.


3.
늙은 아버지의 질문


82 세의 노인이 52 세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있었다.
그 때 우연히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구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구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 하세요?”


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 같이 물었다.

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 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했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

Nov 11, 2014

우리말, 다리다/달이다 2014-11-1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1.(화요일)
'다리다'와 '달이다'는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이틀 뒤면 수능시험을 보는 날입니다.
어디에서 보니 '한방에 다린 평온차'라는 게 있네요.

다리다와 달이다는 다릅니다.
'달이다'는,
"약제 따위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이다."라는 뜻으로,
보약을 달이다/뜰에서 달이는 구수한 한약 냄새...처럼 씁니다.

'다리다'는,
"옷이나 천 따위의 주름이나 구김을 펴고 줄을 세우기 위하여 다리미나 인두로 문지르다."라는 뜻입니다.
다리미로 옷을 다리다/바지를 다려 줄을 세우다/다리지 않은 와이셔츠라 온통 구김살이 가 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다리다'와 '달이다'는 뜻이 전혀 다릅니다.
'한방에 다린 평온차'는 아마도 한약재를 넣어서 달인 차라는 뜻일 겁니다.
그렇다면, '한방에 달인...'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한약재를 바닥에 부어 놓고 다리미로 미는 게 아니라면 달이는 겁니다.

시험은 늘 떨립니다.
모두 시험 잘 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무색 치마]

어제도 무척 후덥지근했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후텁지근할 것 같네요.

여름에는 반소매에 흰색 옷을 입어야 덜 덥다는 거 아시죠?
오늘은 색깔이야기입니다.

'무색'이라는 낱말을 아시죠?

무색(無色)은 유색(有色)의 반대말로 "아무 빛깔이 없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무색무취'는 "아무 빛깔과 냄새가 없음"을 뜻합니다.

그 무색 말고...
'무색 치마'라고 하면 어떤 색깔의 치마를 뜻할까요?

색깔이 없는 색? 그 색은 어떤 색이죠?
설마 투명한 치마? 허걱...
아니면 흰색 치마?

'무색'은 '물색'에서 온 말로 "물감을 들인 빛깔"이라는 뜻입니다.
물에 물감을 탄 뒤 그 물에 천을 넣어 천에 물을 들입니다. 곧, '물색'이 '천색'이 되는 거죠.
따라서 '무색 치마'는 흰색이나 투명한 치마가 아니라,
"물감을 들인 천으로 만든 치마"라는 뜻입니다.
울긋불긋한 '무색 치마'도 말이 되고,
샛노란 '무색 저고리'도 말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조선일보에 난 기사하나를 잇습니다.

한글 푸대접, 안될 말이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29/2008052900127.html

Nov 10, 2014

화섬업계 ‘삼각파도' 비명 .......... 국제섬유신문

화섬업계 ‘삼각파도' 비명DTY, 中ㆍ인도산 수입 봇물 국내 시장 급속 잠식

국내 화섬업계가 주력 품목 중 DTY사는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과 인도산으로 인해 안방시장을 내주고 주력 SDY는 국내 업계끼리 시장셰어 유지를 위해 밀어내기 과당경쟁으로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는 안팎 곱사댕이 처지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이같은 국내 화섬업계의 표류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으로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어 화섬업계의 목졸림 현상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어...............


우리말, 어겹되다 2014-11-1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10.(월요일)
우리말에 '어겹'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한데 뒤범벅이 됨."이라는 뜻입니다.
움직씨(동사)로 쓰면 '어겹되다'로 써서
그는 외지 사람들과 어겹되어 함께 어울렸다, 건장한 청년 여럿이 어겹된 채 마구 싸우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월요일은 늘 회의가 많습니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드네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어겹되다]

안녕하세요.

어제 내드린 문제의 답은 '매나니'입니다.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나저나 순자 씨 가면 저는 정말 매나니로 일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어제는 제 선임이었던 오경석 박사 환송회를 했습니다.
다들 서운한 마음에 맘껏 마시고 맘껏 취했습니다.
가끔은 긴장을 좀 풀고 원 없이 망가지고 싶은 때가 있잖아요. 어제가 그랬습니다.
(또 술이야기 한다고 나무라지는 마세요. 제 삶이 이렇습니다. ^^*)

지금은 다른 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새롭더군요.
네 잔 내 잔 따지지 않고 서로 잔을 치고...
서로 옆 사람 잡고 신세타령하고...
젓가락이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르고...
그러면서 얼굴에 우럭우럭 술기운은 오르고...^^*
(우럭우럭 : 술기운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

우리말에 '어겹'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한데 뒤범벅이 됨."이라는 뜻입니다.
움직씨(동사)로 쓰면 '어겹되다'로 써서
그는 외지 사람들과 어겹되어 함께 어울렸다, 건장한 청년 여럿이 어겹된 채 마구 싸우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저는 어제 옛 동료와 어겹된 채 억병으로 마셨습니다.
해닥사그리하게 마셔 댔더니 지금도 문뱃내가 나네요.
(억병 :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 또는 그런 상태)
(해닥사그리 :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
(문뱃내 :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

오 박사님이 또 보고 싶은데 어떡하죠?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6, 2014

우리말, 드레스 코드 2014-11-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7.(금요일)
드레스 코드(dress code)는 국립국어원에서 '표준 옷차림'으로 바꿨습니다.
그 뜻은 "어떤 모임의 목적, 시간, 만나는 사람 등등에 따라 갖추어야 할 옷차림새"입니다.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깔맞춤'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새벽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애들과 같이 수원에 가서 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거든요.
7:30까지 수원에 가야 해서 좀 일찍 집을 나섭니다. ^^*

내일은 어떤 행사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름 있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자리인데, 올 때 '파티 드레스 코드 레드'가 조건이라네요.
아마 걸친 것 가운데 빨간색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드레스 코드(dress code)는 국립국어원에서 '표준 옷차림'으로 바꿨습니다.
그 뜻은 "어떤 모임의 목적, 시간, 만나는 사람 등등에 따라 갖추어야 할 옷차림새"입니다.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깔맞춤'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네이버에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의 색상을 비슷한 계열로 맞추어 연출하는 형태"라고 나오네요.
표준 옷차림이건 깔맞춤이건 드레스 코드보다는 낫습니다. ^^*

빨간색이 들어가야 한다는데...
점잖은 체면에 머리를 빨갛게 염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쌍코피를 내서 갈 수도 없고….
빨간 넥타이는 좀 그렇고….

그냥 가슴에 빨간 손수건이나 하나 달고 가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문제를 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비가 오네요. 오늘 비가 온다는 것을 깜빡하고 어제 차를 두고 갔더니... 출근길에 비 맞은 장닭이 됐습니다. ^^*

제가 이곳 본청에 발령받은 지 벌써 2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과 직원 23명 가운데 20명이 바뀌었습니다.
제 자리가
직급으로 보면 밑에서부터 따지는 게 빠른데, 이곳에서 터줏대감 노릇 하는 것으로는 위에서 치는 게 더 빠르네요.
게다가 곧 순자 씨도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이제 '넘버 투'가 되네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이곳에 와서 순자 씨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순자 씨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저는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가 될 겁니다.
뭔가 일을 하려면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저의 무기(?)인 순자 씨가 가버리면 저는 맨손뿐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오늘은 문제를 내겠습니다.

우리말에
"무슨 일을 할 때 아무 도구도 가지지 아니하고 맨손뿐인 것"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삽이라도 있어야 땅을 파지 ???로야 어떻게 하겠나?처럼 씁니다.
또, 반찬 없는 맨밥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순자 씨가 없으면 저는 국이나 찬도 없이 맨밥으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하니 걱정입니다.

오늘 문제 답을 먼저 보내주신 열 분께는 우리말편지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커 선물도 많이 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2014-11-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6.(목요일)
.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틀린말 몇 개]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두 누나 식구와 함께 강원도에 놀러 갔다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방송에서 듣거나 본 말이 많지는 않네요. ^^*

토요일 오전 9:10, MBC,
"제가 중매를 서던가..."라고 말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씨끝(어미) 던과 든을 많은 분이 헷갈리십니다.
가르기는 아주 쉽습니다.
과거는 '-던'이고, 조건은 '-든'입니다.
사랑했던 사람, 먹었던 음식, 쓰던 연필처럼 쓰시고,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 싫든 좋든 이 길로 간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처럼 쓰시면 됩니다.

토요일 오후 1:20, KBS 라디오,
"수순을 밟다."라고 했습니다.
"정하여진 기준에서 전후, 좌우, 상하 따위의 관계"를 수순이라고 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 차례, 순서로 다듬었습니다. 절차라고 하셔도 됩니다.
일본에서는 손(手)을 て[데]라고 하고 順을 じゅん[준]이라 읽습니다.
이를 합쳐 手順(てじゅん)이라 쓰고 [데준]이라 읽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4분 뒤,
"애매모호하다"라고 했습니다.
'모호하다'나 '아리송하다' 또는 '뚜렷하지 않다'로 쓰시면 됩니다.
애매나 모호나 같은 뜻입니다. 굳이 두 낱말을 겹쳐 쓸 까닭이 없습니다.
비록 사전에는 '애매모호'하다가 올라 있을지라도...
이 낱말은 나중에 다시 좀 볼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4, 2014

우리말, 늘키다 2014-11-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4.(화요일)
'늘키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꿀꺽꿀꺽 참으면서 느끼어 울다."는 뜻으로
앞을 여미고 윽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늘켰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늘키다(억지로 참으며 울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예전에 보낸 편지에서 제가 눈물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 하나 소개할게요.
전자우편으로 온 '아빠의 이야기'라는 글을 보고 있는데 마침 팀장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저를 부르시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제가 또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겁니다.
편지에 실린 글이 너무 슬퍼서 늘키며 울고 있는데 팀장님에게 딱 걸린 겁니다. ^^*

'늘키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꿀꺽꿀꺽 참으면서 느끼어 울다."는 뜻으로
앞을 여미고 윽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늘켰다처럼 씁니다.

지난주에 제가 늘키다 걸린 거죠. ^^*
쑥스러워서 제가 읽던 편지를 주위 분들에게 돌렸습니다. 제가 이것 보다가 이렇게 늘켰노라고...

여러분도 같이 읽어보실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지난 주에 저를 늘킨 편지입니다.




아빠의 이야기.......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단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릴려고 식을까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 싫어 화장실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 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꼼작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전전 날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 여 통을 넣는 바람에 년 말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이 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구.....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뒤, 라이터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

.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생각 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 나...
나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
.


편지를 보고 또 한 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
.

현수야..아빠야
우리 현수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거니?
남자끼린 통한다고 하잖아..
현수야.. 너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 쓰지?
아빠가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많이 봤다.

엄마가 하늘에서 그 편지 받으면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서 울기도 하겠지...
현수야..넌 사랑받기위해 태어났어.
그걸 잊지마.. 아빠가 널 때린다고, 엄마가 현수를 놔두고 갔다고
섭섭해 하지마.....알겠지?
끝으로 사랑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Nov 3, 2014

일본에서 잘 팔리는 패션제품의 비결은? ....... KOTRA

- 일본 바이어, 한국제품 디자인 참신하고 가격경쟁력 중국산보다 높아  -
-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스타일화하느냐가 성패 좌우 -



□ 2회째 개최되는 K-FASHION CREATIVE IN OSAKA

 ○ 10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 패션의 독창성을 어필하고 소비재를 통한 한일 교역 촉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K-FASHION CREATIVE 상담회가 개최됨.
  - 이 행사에는 마루베니 패션링크, 코이즈미 어패럴, 센슈카이 등 일본 관련 유력 바이어가 대거 참석, 엔저에도 한국 패션의 독창성을 어필할 수 있는...............


한국판 ‘유니클로’ 만든다. ......... 국제섬유신문

한국판 ‘유니클로’ 만든다.유니클로 창업 30년 올 매출 13조원. 20년 50조원 목표


도레이 등 신소재 공급 미쓰비시, 이도쥬, 금융 유통역할 분담
정부, 섬산련, 기업. 유니클로, 포에버21 성공사례 벤치마킹해야
한국 SPA브랜드 고전 스트림간 물샐 틈 없는 협력체제 관건
한국 섬유패션 연관스트림 강하고 디자인력ㆍ순발력 강해 승산 충분
삼성물산 등 대기업 日종합상사 역할 맡아 금융 유통지원 견인해야

1984년 일본의 작은 양복점을 운영하던 야나이 다다시씨가 유니클로를 창업한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올 8월 말 결산 기준 매출 규모가 무려 1조3000억엔(원화 기준 13조원. 본지 10월 27일자 7면 참조)에 달한다...................

우리말, '자랑차다'와 '가열차다' 2014-11-0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3.(월요일)
능글차다’, ‘성깔차다’, ‘자랑차다’ 같은 말들은 모두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는 표준말이고, 이런 말들을 자주 활용해서 쓰는 것이 우리말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차네요.
늘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자랑차다'와  '가열차다'-성기지 학술위원

흔히 기운이 가득하면 ‘기운차다’라 하고 어떤 일의 결과가 몹시 좋으면 ‘보람차다’고 말한다. 또 아주 옹골지면 ‘옹골차다’라 하고 희망이 가득한 것을 ‘희망차다’라 표현한다. 이처럼 우리말에 ‘차다’가 붙으면 그 말의 뜻을 한층 보태주거나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다’는 얼마든지 많은 말들에 붙어 쓰일 수 있다.

가령, 매우 능글맞다는 뜻을 나타내고 싶으면 ‘능글차다’고 말하면 되고, 성깔이 보통이 넘으면 ‘성깔차다’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몹시 자랑스러울 땐 ‘자랑차다’라고 하면 된다. ‘능글차다’, ‘성깔차다’, ‘자랑차다’ 같은 말들은 모두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는 표준말이고, 이런 말들을 자주 활용해서 쓰는 것이 우리말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차다’를 붙여서 뜻을 강조하다 보면, 붙여 쓰지 못하는 말에도 종종 ‘차다’를 잘못 붙이는 경우가 있다. “조국 통일의 바람이 가열차게 휘몰아치는”이라고 할 때의 ‘가열차다’가 그러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에 와서 이 ‘가열차게’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말에서는 쓰이지 않는 잘못된 낱말이다. ‘가열차게’ 대신에 ‘맹렬하게’ 또는 ‘힘차게’라고 바꾸어 써야 할 것이다.

비슷한 예를 한 가지 더 들면, “이번 인사 개편 때 구조조정이 야멸차게 진행되었다.”와 같이, 남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을 ‘야멸차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의 원래 바른말은 ‘야멸치다’이다. ‘야멸치다’와 뜻이 비슷한 우리말로 ‘매몰차다’라는 낱말이 있는데, 바로 이 말의 영향으로 ‘야멸치다’를 ‘야멸차다’로 잘못 쓰게 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야멸차다’라고 잘못 쓰다 보니까, 최근에 <표준 국어대사전> 인터넷판에는 이 말도 올림말로 올려서 표준말로 인정하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본데와 본때]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우리말편지에 제가 또 실수를 했군요.
'베개'가 맞는데 '배게'가 맞다고 했고,
오줌싸개가 맞는데 오줌싸게가 맞다고 했습니다.

베개는 제가 실수한 것이고,
오줌싸개는 바로 앞줄에서는 '개'가 맞다고 설명해 놓고 막상 보기를 들면서는 '게'를 쓰는 어이없는 짓을 했습니다.
꼼꼼히 본다고 보면서도 헷갈리는 것을 보면,
역시나 '개'와 '게'가 헷갈리기는 헷갈린가봅니다. ^^*
지금 저처럼
이런 말 저런 말로 많은 핑계를 늘어놓는 모양을 천산지산이라고 합니다.
제 실수를 가리고자 천산지산하는거죠. ^^*


요즘 인사이동이 참 많네요.
어제는 제가 모시던 선임이 연구소로 돌아갔습니다.
한 팀에 보통 연구사 두 명이 일하는데 오경석 박사와 제가 한 팀으로 일했습니다.

오경석 박사는 제가 존경하는 '본데'있는 연구자입니다.
'본데'는 "보아서 배운 범절이나 솜씨 또는 지식"을 뜻하는 말인데 딱 오 박사님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본때'라는 말도 있습니다.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의 됨됨이"를 뜻합니다.
늘 본데있는 오 박사가 연구소로 돌아가서도 일과 연구를 제대로 해서 본때를 보여주길 빕니다. ^^*

아무쪼록 연구 열심히 하셔서 좋은 성과 많이 내시고,
올 안에 승진도 하시고,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그리고 언제 또 식구끼리 모여서 삼겹살 구워먹게요.
이번에는 저희 집에서 모시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v 2, 2014

우리말, 큰물/시위/물마 2014-10-3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0. 31.(금요일)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쓰려고 애쓰는 것도 필요하고,
자주 쓰는 말을 더 자주 써서 입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지금 내리는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데...
다행스럽게도 많이 내리지는 않나 봅니다.

비가 많이 와서 땅 위에 넘치는 물을 '물마'라고 합니다.
이러한 물마도 워낙 긴 가뭄 끝이라 곧 스며들 것이다,
거리의 자동차들이 행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똥을 튀기며 물마 위를 빨리 달리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또,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넘쳐 흘러 육지를 침범하는 일은 '시위'라고 합니다.
시위가 들다, 장수 이하로 모든 군사들은 어서 하루바삐 큰비가 쏟아져서 강물에 시위가 나기만 기다린다처럼 씁니다.

더 쉬운 말로는 '큰물'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강이나 개천에 갑자기 크게 불은 물"을 뜻하는데,
큰물이 지다, 지난여름 큰물에 가옥 여러 채가 떠내려갔다, 큰물이 나서 우리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처럼 씁니다.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쓰려고 애쓰는 것도 필요하고,
자주 쓰는 말을 더 자주 써서 입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큰물이 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게와 개 가르기]

안녕하세요.

어제 어떤 분이 '내비게이션'을 '길찾개'로 다듬으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록 국립국어원에서 '길도우미'로 다듬기는 했지만 그건 왠지 길을 안내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어제 보낸 편지에서 병따개와 병따게 가운데 어떤 게 맞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오늘도 '게'와 '개'를 좀더 알아볼게요.

좀 뭉뚱그려서 갈라보면,
'게'는
움직씨(동사) 지다, 집다 따위에만 붙어 이름씨(명사)를 만들지만,
'개'는
거의 모든 움직씨에 붙어 그러한 사람, 사물, 연장이라는 뜻을 더합니다.
오줌싸개, 코흘리개가 그러한 사람을 뜻하고,
찌개, 병따개, 덮개, 지우개 따위가 그러한 사물이나 연장을 뜻하겠죠.
비행기에 붙은 날개도 그렇게 보면 쉽게 풀립니다. 날다에 개가 붙어 나는 물건이 된 거죠.

따라서,
내비게이션을 길찾개라고 바꾸는 것은 문법에도 맞는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더 나가서
포클레인을 굴착기니 굴삭기니 따지지 말고 '땅파개'로 하면 쉽고,
컨베이어나 캐리어를 '나르개'로 바꾸면 멋지고,
필터나 여과기는 '거르개'로 바꾸면 낫지 않나요?

누군가는 그러겠죠.
이미 우리말로 굳어진 필터나 캐리어, 컨베이어, 포클레인을 꼭 '개'를 붙여 어색하게 우리말로 바꿔야 하냐고...

그분들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태권도 구령에는 우리말이 한 100개쯤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태권도를 배워도 우리말로 구령하고, 국제경기에서도 우리말로 구령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죠?
한쪽에서는 다른 나라 말을 가져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말을 다른 나라로 퍼 나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