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 2014

우리말, 큰물/시위/물마 2014-10-3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0. 31.(금요일)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쓰려고 애쓰는 것도 필요하고,
자주 쓰는 말을 더 자주 써서 입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지금 내리는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데...
다행스럽게도 많이 내리지는 않나 봅니다.

비가 많이 와서 땅 위에 넘치는 물을 '물마'라고 합니다.
이러한 물마도 워낙 긴 가뭄 끝이라 곧 스며들 것이다,
거리의 자동차들이 행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똥을 튀기며 물마 위를 빨리 달리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또,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넘쳐 흘러 육지를 침범하는 일은 '시위'라고 합니다.
시위가 들다, 장수 이하로 모든 군사들은 어서 하루바삐 큰비가 쏟아져서 강물에 시위가 나기만 기다린다처럼 씁니다.

더 쉬운 말로는 '큰물'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강이나 개천에 갑자기 크게 불은 물"을 뜻하는데,
큰물이 지다, 지난여름 큰물에 가옥 여러 채가 떠내려갔다, 큰물이 나서 우리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처럼 씁니다.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쓰려고 애쓰는 것도 필요하고,
자주 쓰는 말을 더 자주 써서 입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큰물이 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게와 개 가르기]

안녕하세요.

어제 어떤 분이 '내비게이션'을 '길찾개'로 다듬으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록 국립국어원에서 '길도우미'로 다듬기는 했지만 그건 왠지 길을 안내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어제 보낸 편지에서 병따개와 병따게 가운데 어떤 게 맞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오늘도 '게'와 '개'를 좀더 알아볼게요.

좀 뭉뚱그려서 갈라보면,
'게'는
움직씨(동사) 지다, 집다 따위에만 붙어 이름씨(명사)를 만들지만,
'개'는
거의 모든 움직씨에 붙어 그러한 사람, 사물, 연장이라는 뜻을 더합니다.
오줌싸개, 코흘리개가 그러한 사람을 뜻하고,
찌개, 병따개, 덮개, 지우개 따위가 그러한 사물이나 연장을 뜻하겠죠.
비행기에 붙은 날개도 그렇게 보면 쉽게 풀립니다. 날다에 개가 붙어 나는 물건이 된 거죠.

따라서,
내비게이션을 길찾개라고 바꾸는 것은 문법에도 맞는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더 나가서
포클레인을 굴착기니 굴삭기니 따지지 말고 '땅파개'로 하면 쉽고,
컨베이어나 캐리어를 '나르개'로 바꾸면 멋지고,
필터나 여과기는 '거르개'로 바꾸면 낫지 않나요?

누군가는 그러겠죠.
이미 우리말로 굳어진 필터나 캐리어, 컨베이어, 포클레인을 꼭 '개'를 붙여 어색하게 우리말로 바꿔야 하냐고...

그분들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태권도 구령에는 우리말이 한 100개쯤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태권도를 배워도 우리말로 구령하고, 국제경기에서도 우리말로 구령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죠?
한쪽에서는 다른 나라 말을 가져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말을 다른 나라로 퍼 나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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