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8, 2013

우리말, 오구탕 2013-11-2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9.(금요일)
'오구탕'은
"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을 이르는 이름씨(명사)로
날이 훤할 때까지 그 조그만 방 속에서 오구탕을 치는 통에...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그제 보낸 편지에서 '오구탕을 친다'는 월을 썼습니다.
많은 분이 '오구탕'이 뭐냐고 물으셨고, '오구탕을 친다'는 게 좀 어색하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오구탕'은
"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을 이르는 이름씨(명사)로
날이 훤할 때까지 그 조그만 방 속에서 오구탕을 치는 통에...처럼 씁니다.

며칠 전에 눈이 와서 조치원에는 가지 못했지만,
어제저녁에는 반가운 후배를 만나 맘껏 오구탕을 치며 놀았습니다.
후배가 훌륭한 논문을 써서 이름있는 학술지에 실렸기에 그걸 축하해주는 자리였습니다.

황경아 박사!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 실린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해서 훌륭한 연구성과 많이 내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주망태]

소주, 생맥주, 캔맥주, 병맥주, 양주, 칵테일 거기에 막걸리로 마무리...
그렇게 마셨으니 어제 제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겠죠.
어제는 온종일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어제 제 꼬락서니가 딱 고주망태였습니다.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를 고주망태라고 하는데요.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말입니다.
오늘은 고주망태나 알아볼게요.

'고주'는 '고조'에서 온 말입니다.
고조는 '술, 기름 따위를 짜서 밭는 틀'입니다.
옛말로 지금은 이를 '술주자'라고 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노 따위로 엮거나 그물처럼 떠서 만든 그릇'입니다.

술을 받는 틀 위에 망태를 올려놓으면
그 망태는 언제나 술에 절여 있겠죠?

어제 제가 딱 그 모양 그 꼴이었습니다.
술에 절여있는... 작취미성의 상태...

반성하는 뜻으로 이번주는 술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번 주는 제발 술 마실 일이 없기를 빕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오지랖 2013-11-2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8.(목요일)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입니다.
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쓰는 것을 봤습니다.
오지랖이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눈이 내리면 좀 포근할 것 같기도 한데, 바람만 불어 더 추운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니 '침묵하는 법'이 나와 있네요.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조용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 릭 워렌의《하나님의 인생 레슨》중에서 -

* 때때로
침묵이 필요합니다.
침묵하는 법만 알아도
깨달음의 절반은 이룬 셈입니다.
침묵해야 고요해지고, 고요해야
타인의 소리, 하늘의 소리도 들립니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말을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나서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도 적당해야지….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입니다.
이 오지랖이 넓으면 두루 여미기에 좋을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것은 좀….

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쓰는 것을 봤습니다.
오지랖이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햇빛, 햇볕, 햇살]

어제는 햇볕이 참 좋았죠?
아침에 안개가 낀 걸 보니 오늘도 날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 쬐는 해의 따뜻한 기운이
햇볕일까요, 햇빛일까요?
아주 쉽게 가를 수 있는데도 가끔은 헷갈립니다.

햇볕은 해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고,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밝은 빛입니다.

쉽죠?
그럼 아래를 갈라보세요.
햇볕이 따뜻하다, 햇빛이 따뜻하다.
햇볕에 옷을 말린다, 햇빛에 옷을 말린다.
햇볕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 햇빛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
가르실 수 있죠?

답은,
햇볕이 따뜻하다,
햇볕에 옷을 말린다,
햇볕에 그을리다,
햇빛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입니다.

내친김에,
'해가 내쏘는 광선'은 햇살입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햇살이 퍼지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햇볕은 해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고,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며,
햇살은 해가 내쏘는 광선입니다.

오늘의 문제,
눈부신 햇살? 햇빛? 햇볕?
어떤 게 맞을까요?

고맙습니다.

Nov 27, 2013

우리말, 저녁과 저물녘 2013-11-2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7.(수요일)
'녘'은 "어떤 때의 무렵"으로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합성어로 그렇게 쓰지만,
'저녁'은 '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저녁'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눈이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눈이 없어서 좀 실망했습니다. ^^*

저는 오늘 저녁에 조치원에 갑니다.
예전에 국무조정실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서 오구탕을 치기로 했거든요.
아마 조치원이 들썩거릴 겁니다. ^^*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를 '저녁'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저녘'이라고 쓰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아마도 새벽녘이나 저물녘 때문에 그렇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녘'은 "어떤 때의 무렵"으로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합성어로 그렇게 쓰지만,
'저녁'은 '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저녁'입니다.

오늘 '저녁'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족치다]

오늘은 족치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왜 족치다를 소개하게 되었는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고...^^*

족치다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
'견디지 못하도록 매우 볶아치다.'는 뜻으로,
범인을 족쳐 자백을 받다, 그 사내를 잡아서 족쳐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 '족치다'는 '족대기다'에서 온 말입니다.
족대기다나 족치다나 뜻은 거의 같은데,
몹시 족대기는 것을 족치다고 하니까
족치다가 좀더 심하게 볶아치는 것이겠죠.

이런 말에는,
다그치다, 몰아치다, 볶아치다, 잡도리하다, 죄어치다, 종애 곯리다, 직신거리다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표준말이고,
다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아래는 근거가 없거나 약한 말입니다. ^^*
1.
족치다는 足치다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옛날에 결혼식에서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북어로 발바닥을 쳤는데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죠.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412/77_1.html

2.
'족대'는 '궤나 장·상자 따위를 놓을 때, 그 밑에 건너 대는 널.'인데,
이 널빤지로 사람을 괴롭히는데서 족대기다가 나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쳇말로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

날씨가 무척 추울거라고 하네요.
건강조심하세요.

우리말123

보태기)
다그치다 : 일이나 행동 따위를 빨리 끝내려고 몰아치다.
몰아치다 : 기를 펴지 못할 만큼 심하게 구박하거나 나무라다.
볶아치다 : 몹시 급하게 몰아치다.
닦달하다 :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냄
잡도리 :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죄어치다 : 재촉하여 몰아대다.
종애 곯리다 : 남을 속이 상해 약오르게 하다
직신거리다 : 짓궂은 말이나 행동으로 자꾸 귀찮게 굴다

Nov 26, 2013

우리말, 며칠 2013-11-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6.(화요일)
현재 쓰는 맞춤법에서 '몇 일'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무조건 '며칠'이 맞습니다.
한 광고에 나오듯이, 단언컨대, '몇 일'은 없습니다. 모두 '며칠'입니다. ^^*
안녕하세요.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갑니다.
벌써 11월 마지막 주고, 다음 주부터는 12월입니다.
요즘은 하루하루 흘러가는 게 겁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지?"라고 묻는 게 두려운 거죠. ^^*

그리 많지 않은 몇 날을 적을 때는 '몇 일'이 아니라 '며칠'입니다.
그리고 그달의 몇째 되는 날도 '며칠'로 적습니다. 본말은 '며칟날'입니다.

그러나 월은 '며월'이 아니라 '몇 월'로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며칠'로 써야 할지 '몇 일'로 써야 할지 적잖이 헷갈립니다.
'몇 월 몇 일'이 맞는지 '몇 월 며칠'이 맞는지...

그러나 걱정마십시오.
현재 쓰는 맞춤법에서 '몇 일'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무조건 '며칠'이 맞습니다.
한 광고에 나오듯이, 단언컨대, '몇 일'은 없습니다. 모두 '며칠'입니다. ^^*

이 한 해가 가려면 '며칠' 남았죠?
해 놓은 일은 없고,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누가 시간 좀 잡아 주시면 안 될까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떨거지/결찌]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결찌가 모여 재밌게 놀았습니다.
그날 주재는 담근 술이었습니다.
여기에 쓴 주재는 酒材입니다.

양주로 입을 가신 뒤,
처가 구례에서 가져온 산수유 담근 술,
오디 담근 술, 칡 담근 술, 복분자 담근 술...
아니나 다를까 사람은 모여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면 뭐합니까, 자주 모여서 서로 부대껴야죠.

'떨거지'라는 낱말 아시죠?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한통속으로 지내는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은
'결찌'라는 낱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어찌어찌하여 연분이 닿는 먼 친척.'을 말합니다.
우리가 황해 감사의 결찌가 아니라면...처럼 씁니다.
북한에서는 '먼 친척'을 '결찌'라고 합니다.

'가까운 남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친척이라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가까운 이웃에 사는 남만도 못하다는 뜻이겠죠.

떨거지와 결찌도 가까워지려면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주재를 주제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친해지고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오늘은 생각나는 결찌가 있으시면 먼저 전화를 해 보세요. ^^*

우리말123

Nov 21, 2013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은? 2013-11-2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2.(금요일)
어느 외국인이 물어본 거라는데요.
동사 '가다'는 가요. 가라. 가! 처럼 쓰는데
동사 '하다'는 하요, 하라, 하!가 아니라 해요, 해라, 해!가 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시네요.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한 광고에서 나왔듯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주말 즐겁게 보내실 계획 세우셨죠?
저는 애들과 같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 집 문에 비닐을 쳐 드릴 생각입니다. ^^*

아침에 어떤 분이 저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셨네요.

어느 외국인이 물어본 거라는데요.
동사 '가다'는 가요. 가라. 가! 처럼 쓰는데
동사 '하다'는 하요, 하라, 하!가 아니라 해요, 해라, 해!가 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시네요.

제가 잘 몰라서 여러분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위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랜만에 일본말찌꺼기나 좀 씹어볼게요.

어제 어떤 분이 저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몇 시에 어디에서 무슨 회의를 하니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라고 하네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우리말로 좀 하시지......

'기 송부한'은 '이미 보내드린'으로 바꾸면 되고,
'지참'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됩니다.

지참(持參, じさん[지상])은 일본말찌꺼기입니다.
'무엇을 가지고서 모임 따위에 참여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지니고 옴'으로 다듬었습니다.
우리 문화를 없애려고 기를 썼던 일본을 생각하면 일본어 찌꺼기는 단 한마디도 쓰기 싫은데,
그게 뭐 그리 좋다고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가 아니라
'이미 보내드린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이미 보내드린' 대신에 '기 송부한'을 쓰고,
'가지고 오세요.' 대신에 '지참하세요'를 써야만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위신이 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많이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편지나 물품 따위를 부치어 보냄.'이라는 뜻의
'송부'도 행정순화용어에 들어있습니다.
'보냄'으로 쓰시는 게 좋습니다.

Nov 20, 2013

우리말, 싫증과 실증 2013-11-2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1.(목요일)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은 '싫증'입니다.
'실증'은 확실한 증거, 또는 실제로 증명한다는 뜻으로
실증된 사실, 실증적 방법, 실증주의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와 차를 세우는데 라디오에서 모던 토킹이 부른 'You're my heart you're my soul'이 흘러나왔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 노래를 다 듣고 내렸습니다.

그 노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하면서 싫증이 날 때까지 지겹도록 듣던 노래입니다.
그런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더군요. ^^*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은 '싫증'입니다.
말 그대로 싫어하는 증상(症)이죠.
이를 '실증'이라고 쓴 것을 어디선가 봤습니다.

'싫증'과 '실증'은 뜻이 전혀 다른 낱말입니다.
'실증'은 확실한 증거, 또는 실제로 증명한다는 뜻으로
실증된 사실, 실증적 방법, 실증주의처럼 씁니다.

아침에 제가 들었던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아 잇습니다.
http://blog.naver.com/assa3325?Redirect=Log&logNo=133395398

이 노래를 아시는 분들은
'싫증'날 때까지 들어보세요.^^*
이게 아마 옛 추억을 더듬는 '실증'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

고맙습니다.

보태기)
우리말 편지를 보내는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6년 전에 주간동아에 제 이야기가 실렸는데요.
예전에 보낸 편지에 그게 나와 있네요. ^^*
아래 사이트에 가시면 그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7/01/24/200701240500040/200701240500040_1.html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명조 --> 바탕, 고딕 --> 돋움]

이상하게 새벽부터 잠이 깨네요.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4시... 다시 자다 깨서 시계를 보면 5시...

주간동아에 제 이야기가 나왔네요.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7/01/24/200701240500040/200701240500040_1.html
제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꼼꼼하게 쓰셨군요.
참고로, 저는 광주농고를 졸업한 게 아니라,
광주서석고등학교를 졸업(10회)했고, 광주농고에서 교사생활을 한 겁니다.
기사를 써 주신 이미숙 님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여러분은 일터에서 주로 무엇으로 일하세요?
저는 주로 컴퓨터로 일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트랙터가 주 무기(?)였는데,
이곳에 오니 컴퓨터가 주 무기가 되네요. ^^*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가운데서도 주로 문서편집기로 이런저런 자료를 만드는 게 제 일입니다.
저는 hwp라는 문서편집기를 쓰는데,
거기에 나오는 글꼴 말씀 좀 드릴게요.

명조체가 뭔지 아시죠?
내리긋는 획은 굵고 가로로 긋는 획은 가는,
중국 명나라 때의 서풍을 따른 글꼴이 바로 명조체입니다.

고딕체는,
획이 굵은 활자체로 15세기경 유럽의 서풍을 따른 글꼴입니다.

고딕체와 명조체 많이 들어보셨죠?
저는 학교에서,
'ㅣ'를 쓸 때,
맨 위가 왼쪽으로 약간 꺾여있으면 명조체,
그렇지 않고 그냥 반듯하게 내리그었으면 고딕체라고 배웠습니다.

바로 이 명조체와 고딕체를 국립국어원에서 바탕체와 돋움체로 다듬었습니다.
1996년에 신문 제작 분야에서 쓰이는 낱말을 다듬을 때 그렇게 바꿨습니다.
'물체의 뼈대나 틀을 이루는 부분'이 바탕이니,
대표글꼴을 바탕체라고 하는 게 마땅하죠.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뒤로 요즘은 hwp를 막 시작하면 대표글꼴로 명조체가 아니라 바탕체가 바로 뜨는 겁니다.
한 때는 명조체 대신에 신명조체라는 것을 만들어서 쓰다가 지금은 바탕체가 으뜸글꼴입니다.

우리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 말고도,
글꼴이 아름답기로도 손꼽힙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글꼴이 나와 우리 한글의 멋을 한껏 뽐낼 수 있길 빕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주의와 주위 2013-11-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0.(수요일)
'주의'와 '주위'는 다릅니다.
'주위가 산만하다'고 하면 지금 제 일터처럼 나무를 파헤쳐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뜻이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면 어떠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이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쌀쌀하네요. 내일까지는 추울 거라고 합니다.

요즘 제 일터에서는 나무를 파서 전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농촌진흥청이 전주로 이사를 하는데, 나무는 생장이 멈춘 가을에 옮기는 게 좋다면서 지금 나무를 파네요.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추워 좀 삭막한데,
나무까지 파내서 주위가 더 어수선하네요.

'산만하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散漫이라는 한자말로,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글이 산만하다, 주의가 산만하다처럼 씁니다.

'주의'는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하여 기울임"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주의가 산만하다, 주의를 기울이다, 주의를 끌다, 주의를 집중하다, 주의를 환기하다처럼 씁니다.

'주위'는
"어떤 곳의 바깥 둘레"입니다.

'주의'와 '주위' 소리가 비슷하다 보니
가끔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주의'와 '주위'는 다릅니다.
'주위가 산만하다'고 하면 지금 제 일터처럼 나무를 파헤쳐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뜻이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면 어떠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이릅니다.

제 책상 '주위가 산만'해서 그런지 '주의가 산만'해서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가 없네요. ^^*
제 책상 위에 여러 물건이 널려 있어서 그런지 정신이 어수선해서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가 없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터줏대감]

오늘은 귀신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전통 속에 살아 있는 귀신을 소개해 드릴 거고,
종교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가위눌렸다는 말 아시죠?
거기에 나오는 가위가 바로
자는 사람을 누른다는 귀신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집에는 여러 가지 귀신이 함께 삽니다.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축신 따위가 바로 그런 귀신들입니다.

굴왕신은 무덤을 지키는 신이고,
두억시니는 사납고 못된 장난으로 사람을 못살게 구는 귀신,
성주는 집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귀신이며,
조왕은 부엌을 맡은 귀신입니다.
주당은 뒷간을 지키는 귀신이고,
터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입니다.
또,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산아를 돌보는 세 신령을 삼신이라고 합니다.
삼신할머니가 애를 점지해 주셔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 어렸을 때 기억에,
아버님이 상가에 다녀오시면 집안에 들어오시기 전에 뒷간에 먼저 다녀오셨습니다.
그 까닭은,
혹시라도 상가에서 붙었을지도 모르는 나쁜 귀신을
뒷간에 사는 주당이 떼 내주라고 뒷간에 먼저 가신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뒷간에 들어가시면 항상 모자를 먼저 벗으셨습니다.
요즘도 모자를 쓴 채 어른에게 인사를 하지 않듯이,
집안의 귀신에게 모자를 벗고 예의를 갖춘 거죠.

'집단의 구성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 터줏대감입니다.
이 말도 터주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에서 온 말입니다.

오늘 제가 왜이리 주절주절 귀신이야기를 지껄이는지 궁금하시죠?
실은 어제부터 제가 일하는 곳에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셨습니다.
그분은 농촌진흥청 외부과제를 담당하게 되는데,
아무쪼록 앞으로 계속, 쭉~~~ 그 자리에서 그 일을 맡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터줏대감이 되길 빕니다.

혜진 씨!
같이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농촌진흥청 외부과제 터줏대감이 되시면 나중에 저 좀 잘 봐주세요. ^^*

우리말123

Nov 19, 2013

우리말, 웬과 왠지 2013-11-1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9.(화요일)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도 무척 춥네요.
아직 겨울이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날씨가 매서운 것을 보니 올겨울도 무척 추우려나 봅니다.
웬 가을 날씨가 이리 추운지...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까닭인지 몰라, 웬 걱정이 그리 많은지, 웬 날벼락,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냐?, 웬 낯선 사람처럼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라는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처럼 씁니다.

올겨울은 일찍 찾아오고, 눈도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왠지’ 눈 구경을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겨울도 오기 전에 ‘웬’ 추위인지 모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상 예보의 정밀도? 정확도?]

날씨가 무척 포근하죠?
지난주 초에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추울 거라고 했는데 따뜻하네요.

며칠 전에 기상청장이 기상 예보가 잇달아 빗나간 것을 사과했습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예측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리인지도 모르죠.
오늘은 기상청 예보가 잘 맞아떨어지길 빌며 정밀도와 정확도를 좀 알아볼게요.

사전에 보면,
정밀도는 '측정의 정밀함을 나타내는 정도.'이고,
정확도는 '바르고 확실한 정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게 그거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서 풀어볼게요.

제가 시계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시계는 한국표준시각보다 5분 빠릅니다.

이 시계가 내년에도 5분 만 빠르고, 10년 뒤, 100년 뒤에도 5분 만 빠르다면,
이 시계는 정밀한 겁니다.
곧, 여러 번 반복해도 측정값이 같다면 그것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표준시각과는 다르므로 이 시계는 정확한 시계는 아닙니다.
참값과 견줘 차이가 나므로 정확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표준시각보다 5분 빠른 제 시계가
매년 1분씩 차이가 줄어들어,
내년에는 표준시각보다 4분 빠르고, 그다음 해에는 3분 빠르고... 4년 뒤에는 1분 빠르고,
5년 뒤에는 표준시각과 맞는다면,
해가 바뀌면서 같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므로 이 시계는 반복 간에 차이가 있어 정밀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5년 뒤에 본 시간은 표준시각과 일치하여 5년 뒤 그 시계는 정확한 시계가 되는 거죠.

다시 정리해 보면,
정밀도(精密度, precision)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正確度, accuracy)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다른 보기로 좀 풀어볼까요?
군대에서 총 영점을 잡을 때,
종이 한가운데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밖에 조금씩 큰 동그라미를 그린 종이에
가늠자로 종이 한가운데를 보고 총을 여러 발 쏩니다.
그때 총알이 지나가면서 뚫린 구멍이 오른쪽 위쪽에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그 총은 정밀한 겁니다.
비록 종이 가운데는 아니지만 연속해서 총을 쏴도 거의 같은 오른쪽 위쪽을 뚫고 지나갔으므로 그 총은 정밀한 거죠.
흩어짐이 작은 겁니다.
그러나 종이 가운데를 맞추지 못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거죠.

정확한 총은,
총알이 종이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경우입니다.

그러나
처음 쏜 총알은 종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고,
두 번째로 쏜 총알은 종이 오른쪽 위를 뚫고 지나가고,
세 번째는 왼쪽 아래, 내 번째는 다시 한가운데...
뭐 이렇게 맞췄다면,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흩어짐이 큰 그 총은 정밀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은 겁니다.

이제는 정밀과 정확을 가르실 수 있겠죠?

이제 언론 기사를 좀 보죠.
기상청에서 1월 31일 낸 보도자료에는 정확이라는 낱말은 8번 나오지만 정밀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고 언론에서 쓴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중앙일보, 1월 31일.
http://news.media.daum.net/culture/life/200701/31/joins/v15565534.html
'자료의 정밀도와 예보관의 예측 능력에 따라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에 쓴 '자료의 정밀도'는 '자료의 정확도'가 맞습니다.
같은 것을 잰 결과로 어제 나온 자료와 오늘 나온 자료가 똑같다면 그건 정밀한 거지만,
기사에 쓴 '자료'는 날씨를 예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말하므로 '반복'이 들어간 자료가 아닙니다.
어제 잰 온도와 오늘 잰 온도는 다른 게 마땅하잖아요.
뒤에 나온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는 맞습니다.

YTN, 2월 1일.
http://tvnews.media.daum.net/part/lifetv/200702/01/ytni/v15591822.html
'우리 현실에 맞고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을 도입해 예보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은
슈퍼컴퓨터에 같은 자료를 넣고 어제 돌리고, 오늘 돌리고, 내일 돌려도 그 결과가 같다면,
그 예보 모델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기상을 예측하는 자료는 수시로 변합니다.
기상과 관련된 자료를 넣어 기상 예보를 뽑아내는 데 그 예보와 실제 기상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정밀'한 게 아니라 '정확'한 겁니다.
따라서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아니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맞습니다.
뒤에 쓴,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는 맞는 말입니다.

머리아프신가요?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쉽게,
정밀도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한다는 것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중앙일보 기사 가운데
'자료의 정밀도'가
기상 예보에 쓸 자료는 얻는 관측과정과 우연오차,
곧, 관측장비와 관측방법에 따른 반복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연오차란 원인이 불명확한 오차를 말합니다.

한ㆍ중FTA 섬유보호책 강구 ............. 국제섬유신문

한ㆍ중FTA 섬유보호책 강구

“초민감 품목 양허제외. 민간품목 관세 20년 내 철폐”
윤 장관, 협상과정 공개 개성공단 제품 중국수출 가능도
섬유ㆍ패션ㆍ신발산업 창조산업 적합. 집중 육성 방침



정부는 한ㆍ중FTA협상과 관련,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섬유 품목 중 초민감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시킨 것은 물론 민감 품목에 대해서도 20년 내 관세 철폐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개성공단 생산 제품도 중국으로 수출되도록 협상하고 있으며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급 아웃도어 생산기지로.................................

Nov 17, 2013

우리말, 멀거니와 멀겋다 2013-11-1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8.(월요일)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은 '멀거니'입니다.
이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그리 많이 논 것 같지는 않은데 벌써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입니다.
아직 정신이 덜 들긴 했지만, 오늘부터 며칠 열심히 살면 또 쉬는 주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삽시다. ^^*

우리말에 '멀겋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1. 깨끗하게 맑지 아니하고 약간 흐린 듯하다.
2. 국물 따위가 진하지 아니하고 매우 묽다.
3. 눈이 생기가 없이 게슴츠레하다.
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이와 헷갈리는 어찌씨(부사)가 '멀거니'입니다.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로
혼자 멀거니 앉아 있다, 이마를 짚고 책상 위를 멀거니 내려다보니...처럼 씁니다.
이 '멀거니'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혼자 멀거니 앉아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멀건 눈망울을 하고 있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합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내 사랑 현아 씨!]

어제 제가 충남대학교 교수 공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야 제 실력이 부족하고 그럴만한 깜냥이 안 되기에 떨어졌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차마 말할 용기가 없어서,
휴대전화 문자로 써서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했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충남대가 사람을 볼 줄 모르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몰라본 충남대가 운이 없는 것이지
당신이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니 기죽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별 말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은 벌써 충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부부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서 사나 봅니다.

오늘은 제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랑타령이나 좀 해 볼까요?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15세기 한글 자료에도 나타나는데,
'생각하다'와 '사랑하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사랑하다는 뜻만 남은 거죠.
이것은 국립국어원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고,
다른 책을 보니,
사랑하다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는데,
생각 사(思) 자와 헤아릴 량(量) 자를 써 사량으로 쓰다가
그게 변해 '사랑'이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국어학자가 아닌 저는 사랑의 뿌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을 품은' 낱말이나 좀 알아볼게요.

사랑옵다 :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굄 :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
굄성 : 남의 사랑을 받을 만한 특성
넨다하다 : 어린아이나 아랫사람을 사랑하여 너그럽게 대하다.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돋가이 : 사랑이나 우정이 도타이, 돈독히, 두텁게
두남받다 : 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
멋진 말이니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한 번씩 써 보세요.

내 사랑 현아 씨!
사랑해요.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굄 받을 짓만 골라하는 지안이 원준이를 그느르며
서로 돋가이 의지하고 기대면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외치고 싶은 말,
현아 씨! 사랑해요. ^^*


우리말123

우리말, 잠 이야기 2013-11-1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5.(금요일)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안녕하세요.

눈 깜짝하니 벌써 주말이네요.
저는 오늘 저녁에 광주에 가서 상가에도 들르고, 선배님 만나 은사님 정년퇴임 건도 상의드리고 새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주말에는 애들 친구네 가족과 함께 1박 2일 놀러 가기로 했고요. 저도 나름대로는 바쁩니다. ^^*

오늘도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가 쓰는 허섭스레기 같은 글보다는 전문가가 쓰신 글에서 배울 게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성기지 님의 글을 자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에 관한 우리말글_성기지 학술위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느라 만든 말이 ‘저승잠’이다. “흔들어 깨워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이 드는 잠”이다. 80년대에 널리 읽혔던 소설 가운데 <죽음보다 깊은 잠>이란 게 있는데, 바로 저승잠이다. 그런가 하면, ‘이승잠’이란 말도 있다. “이 세상에서 자는 잠”이란 뜻으로, 병을 앓고 있는 중에 계속해서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의식불명’이니, ‘식물인간’이니 하는 말을 쓰지만, 옛날에는 아직 이 세상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이승잠’이라 했다.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이나 책을 읽다가 자게 되면, 그 다음날에 일을 하면서 도무지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아무리 참아도 나른하고 자꾸 눈이 감기는 잠”을 ‘이슬잠’이라고 한다. 이슬잠이 오면 의자에 앉은 채로 그냥 자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앉아서 자는 잠”을 ‘말뚝잠’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말뚝잠을 자는 것이니, 잠이 깊이 들 리는 없다.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자주 깨면서 자는 잠을 ‘노루잠’ 또는 ‘괭이잠’이라고 한다. 초상집에 가서 밤을 새울 때에는 아무데서나 잠깐씩 눈을 붙여 잠을 자게 되는데, 이것을 ‘토끼잠’이라고 한다.

‘꽃잠, 왕잠, 저승잠’이 깊은 잠이라면, ‘이슬잠, 말뚝잠, 노루잠, 토끼잠’은 얕은 잠이라고 할 수 있다. 잠 가운데 재미있는 말 한 가지를 더 들면, ‘해바라기잠’이란 게 있다. 수학여행이나 캠프를 가게 되면, 이불 한 장에 여러 사람이 가운데에 발을 모으고 바큇살처럼 둥그렇게 누워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해바라기잠’이라 한다. 해바라기의 모습을 본뜬 말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충남대학교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실은 제가 작년 말에 충남대학교 교원공채에 응모한 적이 있습니다.
1차 서류심사, 2차 논문심사, 3차 공개발표까지 하고,
지난주 목요일에 4차 총장면접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 발표하는데, 아무래도 저는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대학교 교수를 너무 쉽게 봤나 봅니다.
교수 자리가 그렇게 녹록한 자리가 아닌데...

오늘은 아쉬움을 달래며 녹록과 록록, 녹녹을 갈라볼게요.

먼저,
'녹녹하다'는 그림씨로
'물기나 기름기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좀 무르며 보드랍다.'는 뜻입니다.
녹녹하게 반죽을 하다처럼 쓰죠.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녹록(碌碌/錄錄)하다도 그림씨인데,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는 뜻과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녹록하지 않은 사람/나도 이제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처럼 씁니다.

록록하다는 북한에서 쓰는 말로,
'녹록하다'를 그렇게 씁니다.

굳이, 억지로 말을 만들어보자면,
제가 충남대학교를 녹록하게 보고 덤빈 거죠.
(녹녹하게나 록록하게가 아닙니다.)
그러니 떨어지죠. ^^*

아마도 교수가 되기에는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니,
실력과 덕을 더 쌓고, 좀더 겸손해지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고 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일부러 말을 만든 것이고,
저는 절대 충남대학교를 만만하게 보거나, 호락호락하게 보거나 녹록하게 보지 않습니다.
비록 저를 떨어뜨린 학교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를 빕니다.
더불어 이번에 충남대학교 교수가 되신 정 박사님의 앞날에도 큰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저는 오늘부터 베풂을 실천하고자
오늘 점심때 우리 과 직원을 모두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겠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수 떨어진 기념(?)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말 123

보태기)
움직씨 '베풀다'의 이름씨는 '베품'이 아니라 '베풂'입니다.

Nov 13, 2013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2013-11-1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4.(목요일)
흔히 이삿날을 택할 때, ‘손 없는 날’을 가려서 정한다.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날짜를 셀 때, 아흐레와 열흘이 들어간 날(9, 10, 19, 20, 29, 30)을 가리킨다. 이때의 ‘손’은 날수를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춥다고하네요.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 긋그제, …’와 같이 고유어를 지켜서 쓰고 있지만, 절대적 가리킴말에서는 고유어들이 차츰 힘을 잃어 가고 한자말들이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예전에는 ‘초하룻날, 초이튿날, 열하룻날, 열이튿날’처럼 말했었지만, 지금은 흔히 ‘일일, 이일, 십일일, 십이일’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 날짜 세기에서, ‘일일’(1일)부터 ‘이십구일’(29일)까지는 ‘초하루, 초이틀, …, 스무아흐레’처럼 말하지만, ‘삼십일’(30일)은 ‘서른날’이 아니라 ‘그믐날’이라 한다. 또한, 1일부터 9일까지의 우리말은 ‘하루, 이틀, 사흘, …, 아흐레’가 아니라,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 초아흐레’라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흔히 이삿날을 택할 때, ‘손 없는 날’을 가려서 정한다.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날짜를 셀 때, 아흐레와 열흘이 들어간 날(9, 10, 19, 20, 29, 30)을 가리킨다. 이때의 ‘손’은 날수를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이다.

음력으로 한 해의 열한 번째 달을 ‘동짓달’,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섣달’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룻날을 ‘설날’이라고 하는데, 이는 ‘섣+날’이 변한 말이다. 전통적인 우리말 날짜 세기로 ‘섣달 그믐날’이라고 하면, 음력 12월 30일을 가리킨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섣달’이라 하고, 30일은 ‘그믐날’이라 한다. 우리 선조는 이처럼 음력으로 그 해의 12월 말일을 ‘섣달 그믐’으로 불러 왔다.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의 바로 다음날이 정월 초하루이고, 이 날이 음력 설날이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애호박/늙은 호박]

어제는 날씨가 끄물끄물(꾸물꾸물이 아닙니다.)하더니,
오늘은 출근길에 신호등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네요.
오늘 하루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면서 잘 보내시길 빕니다.

얼마 전에 '마르지 않은 붉은 고추'를 뭐하고 하는지를 문제로 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답이 풋고추가 아니라 '물고추'였습니다.

오늘은 호박이야기입니다.
'덜 여문 어린 호박'은 '풋호박'이 아니라 '애호박'이라고 합니다.
그럼,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뭐라고 할까요?

실은,
며칠전 제가 어느 집에 가서 본 호박이 바로 그 호박이었습니다.
나중에 약으로 해 드시려고 놔둔 것 같았습니다.
거 참 맛있게 보이더군요. ^^*

오늘 이야기로 돌아와,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뭐라고 할까요?
참고로 '늙어서 빛이 누렇게 된 오이'는 '노각'이라고 합니다.

답은...

우리말123

보태기)
답은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좋은 우리말 몇 개 더 소개해 드릴게요.
굴타리먹다 : 참외, 호박, 수박 따위가 땅에 닿아 썩은 부분을 벌레가 파먹다.
머드러기 :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수북한 사과 더미 속에서 머드러기만 골라 샀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Nov 12, 2013

우리말, '계란 껍질' 2012-11-1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3.(수요일)
아침 6:43 MBC뉴스에서 '계란 껍질'이라는 자막이 나왔고, "계란 껍데기"라고 말했습니다.
'달걀 껍데기'라고 쓰고 말해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어제만큼 춥네요.
그래도 오늘 낮에는 좀 풀릴 거라고 합니다.

아침 6:43 MBC뉴스에서 '계란 껍질'이라는 자막이 나왔고,
"계란 껍데기"라고 말했습니다.

1.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닭이 낳은 알은 '계란'도 맞고 '달걀'도 맞습니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한자 계란보다는 순우리말 달걀을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계란을 찾아보면 달걀로 다듬어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2. '껍질'과 '껍데기'는 물체 겉을 싸고 있다는 것은 같지만,
그 싸는 물질이 단단하지 않으면 '껍질'을 쓰고 단단하면 '껍데기'를 씁니다.
그래서 귤껍질, 사과 껍질이라 쓰고,
달걀 껍데기, 굴 껍데기라고 씁니다.

아침에 MBC 뉴스에 나온 것은
'달걀 껍데기'라고 쓰고 말해야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귤껍질’은 합성어로 사전에 올라 있기에 붙여 썼습니다.
그러나 ‘사과 껍질’은 사전에 오르지 않았기에 띄어 썼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빠, 똥 드세요]

아빠, 똥 드세요.
뭐? 뭘 먹으라고?
똥... 아빠, 이게 똥이에요.

딸내미가 집어든 걸 보니 봄똥으로 무친 김치네요. ^^*

오늘은 봄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봄똥이 뭔지는 아시죠?

속이 꽉 찬 배추와 달리,
가을에 심어 겨우내 눈바람 맞으며 얼었다가 녹은,
옆으로 펑퍼짐하게 퍼진 볼품없는 배추가 바로 봄똥입니다.
생긴 것은 그래도 맛은 기가 막힙니다.
요즘이 딱 그 철이네요.

누가 맨 처음 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봄똥'이라는 이름이 참 멋지지 않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이 '봄똥'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투리도 아닙니다.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죠.

지난주 일요일(4일) 아침에 MBC 고향은 지금에서,
진도를 찾아가 봄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자막에는 '봄동'이라고 나오고,
사회자는 [봄동]이라고 하기도 하고 [봄똥]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사전을 좀 뒤져봤습니다.
야후, 엠파스, 다음에 있는 국어사전에는 봄똥, 봄동 모두 없다고 나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봄똥, 봄동 모두 없습니다.
네이버에는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보태기를 꼭 보세요.)

다음 뉴스검색을 해 보니,
봄똥 6, 봄동 108, 얼갈이 155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어쨌든,
봄동이나 봄똥은 표준말은 아닙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내친김에 '벼락김치'도 소개해 드릴게요.
벼락 치듯 빨리 만들어 먹는 김치가 바로 벼락김치입니다.
설마 그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이 벼락김치는 생김치나 날김치와는 다릅니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들어가시면서 얼갈이 몇 개 사다가
벼락김치를 만들어 드시는 것은 어때요?

겨울 비가 오네요.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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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갈이에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1. 논밭을 겨울에 대강 갈아엎음.
2.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3.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

다음 뉴스 검색에서 얼갈이가 155개 나왔는데,
이는 3번의 뜻뿐만 아니라 1, 2번의 뜻으로 쓴 기사도 있을 겁니다.


2.
네이버 사전에서 '봄똥'을 찾아보면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우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이라고 나옵니다.
http://kin.naver.com/openkr/entry.php?docid=37642

눈에 걸리는 거 뭐 없나요?
밭에서 자라는 배추 친구는 '무우'가 아니라 '무'입니다.
사전이 틀렸습니다.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를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한+ 국어대사전>(남영신, 성안당)를 아직 장만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거기에는 올라 있습니다.
봄-동[-똥] {명} 얼갈이 배추. 이른봄에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키가 작고 달다.
봄동-배추[-똥배:-] {명} = 봄동.
<토박이말 쓰임사전>(이근술, 최기호, 동광출판사)에도 올라 있습니다.
봄동 {이} 봄배추.
* 봄동 무침의 준비물 : 봄동 간장 멸치액젓 설탕 식초 식용유 깨소금 고춧가루 파 마늘. (한국일보 95. 3. 7.)
님은 표준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신문에 났기에 옮깁니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0443581&cp=nv
그는 또 사전을 만들 때, 범위나 규범을 미리 정해 놓은(프리디스크립티브) 방식보다는 실제로 사용되는
사례 위주의 서술적인(디스크립티브) 방식이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사전들에
일종의 권위를 부여해 사용 방법이나 잘못 등을 규범화해 놓은 데 비해 최근 영미권에서는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와 용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
“옛날 사전들은 속어나 은어 등을 잘 싣지 않았지만 요즘 사전 편찬자들은 가능하면 사용자 입장에 서려고 합니다.
특히 남북한의 언어를 모으는 겨레말큰사전은 더욱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표준'이라는 이름을 달 사전을 만드는 데 얼마만 한 품을 들였을까요?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누비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들을 모았을까요?
책상머리에서 바삐 허둥지둥 만든 사전이 '표준말'을 정하다니, 우스운 일 아닙니까?
어떤 한자쟁이가 어쩌다 쓴 한자말은 신주 모시듯 받들고, 시골 무지렁이가 흔히 쓰는 우리말은 헌신짝 보듯 하는,
그런 사전쟁이가 만든 사전에 감히 '표준'이라는 말을 집어넣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치밉니다.
아니, 도대체 19세기도 아닌 21세기에, 나라를 등에 업고 '표준말'을 정하다니! 그것부터가 어이없습니다.


답장)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는 표준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까닭은 제가 보내는 편지에서 표준말이 아닌것을 설명할 깜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지는
표준말인 얼갈이만 쓰자는 게 아니라,
봄동이나 봄똥이 아직 표준어로 오르지 않아 아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편지에 선생님의 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성제훈 올림

우리말, 잿밥과 젯밥 2013-11-1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2.(화요일)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에서는 '잿밥'이라 써야 바릅니다.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이때는 당연히 '젯밥'을 써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저도 모르게 옷깃을 세우게 됩니다. 무척 춥네요. ^^*

오늘 아침에 읽은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 '잿밥에 눈먼 의원들, 특권 내려놓겠다는 말이나 말든지'입니다.
먼저,
'잿밥'은 齋밥입니다. 불공드릴 때 부처님 앞에 놓는 밥으로 [재빱/잳빱]으로 읽습니다.
이와 소리가 비슷한
'젯밥'은 祭밥입니다. 제사밥이죠. 제사를 지내고자 차려 놓은 밥으로 [제ː빱/젣ː빱]으로 읽습니다.
소리를 조금 다르게 내야 하지만, 실은 거의 비슷하게 읽고, 거의 다르지 않게 들립니다.

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아니하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입니다.
이때는 잿밥이라 써야 바릅니다.

비슷한 뜻을 지닌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이때는 당연히 '젯밥'을 써야 바릅니다.

사설 제목 끝에 '말든지'를 썼습니다.
'-던지'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이를 때 쓰고,
'-든지'는 어떤 조건을 이를 때 씁니다.
먹었던 과일, 했던 일... 오든지 말든지...

오늘 동아일보 신문 사설을 옮깁니다.
국회에는 현재 16개 상임위원회와 9개 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임위원장은 월평균 세비 1149만 원 외에 직급보조비로 매달 165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활동비 명목으로 월 600만∼700만 원을 받는다. 특위 위원장도 비슷한 금액의 활동비를 받는다. 하지만 활동비 지원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예산을 짜는 국회가 일방적으로 ‘셀프 예산’을 만든 것이다.
19대 국회 들어 지난해 말까지 운영했던 8개 특위의 평균 회의 횟수는 3회다. 평균 회의시간도 1시간 39분에 불과했다. 그러고도 특위 위원장이 챙겨간 활동비만 2억 원이 넘는다.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특위라는 게 원래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제대로 일을 할 리 없다.
지난해 대선 기간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포함해 앞다퉈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천한 것은 의원 겸직 금지, 의원연금 폐지, 국회 폭력 처벌 강화 정도다. 대표적 특권인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게 언제인데 오히려 면책특권을 늘리는 법안이 버젓이 발의돼 있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도 없애겠다고 하더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겠다는 파격적 공약도 내놓았다. 차라리 말이나 말든가.
국회 윤리특위는 자정기능을 상실한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국정감사나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열어 내실을 기하자는 주장도 매년 나오는 식상한 레퍼토리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국회가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국민은 지금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권도 내려놓지 않는 정치권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이대로 가면 19대 국회는 최악의 ‘정쟁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저는 오늘 오랜만에 세종시에 갑니다.
잠시 일했‘던’ 국무조정실도 들를 생각입니다.
저 같은 말단 공무원이 세종시에 ‘가든지 말든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겠지만,
저는 ‘잿밥’에 신경 쓰지 않고 제가 맡은 일이나 잘하고 오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개조식/서술식]

안녕하세요.

요즘은 뭐 이리 내라는 자료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무슨 자료를 개조식으로 정리해서 주말까지 보내달라고 하네요.
개조식이라...

느낌에 우리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개조식이 아니면 서술식일텐데
서술식도 사전에 없을 것 같고...

오늘은 개조식을 좀 뜯어볼게요.

개조(個條)는 '낱낱의 조목을 세는 단위.'라는 뜻의 의존명사로
12개조로 이루어진 회칙처럼 씁니다.
이 개조에
어떤 방식을 뜻하는 '-식(式)'을 붙여 개조식이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개조식은
'조목조목 쓰는 방식' 또는 '조목이나 조항을 나누어 쓰는 방식'정도의 뜻이 되겠죠.
또,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개조식은 일본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정확한 근거를 대지는 못 하겠네요.

아마 사회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데,
권위를 좋아하는 공무원들만 쓰는 낱말일 겁니다.
이런 것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제 딴에는 유식과 권위를 뽐내려고 쓰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기의 무식을 드러낼뿐입니다.

하루빨리 학자들이 모여서 개조식을 다듬어서 좋은 우리말로 고쳐야할 겁니다.
저라면......
서술식은 풀어쓰기로,
개조식은 끊어쓰기로 바꾸고 싶네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5년 전만 해도
IC나 인터체인지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그때 '나들목'이라고 쓰는 사람은 아마 욕 좀 들었을 겁니다.
'너는 그러면, 비행기는 날틀이고,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계집큰서당이라고 하냐? 세상을 너 혼자 사냐?'라는 말로 핀잔을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들목이라고 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낍니다.
이렇게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깨끗한 우리말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기에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다듬어 나가야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사전에 따라 개조식과 서술식이 올라있는 것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습니다.

우리말, 영상 2013-11-1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1.(월요일)
우리말에 '영상(英爽)'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시형 님이 편역하신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209쪽에 보면
많은 걸 일구고 자녀들을 잘 키워내 존경받는 삶, 건강하게 장수하다 조용히 가신 분의 초상을 일컫는 낱말로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상가에 다녀오느라 해남에 갔다 왔더니 주말이 다 가버렸네요.

우리말에 '영상(英爽)'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영상하다'를 올려 "얼굴이 시원스럽게 잘생기다."는 뜻를 지닌 그림씨(형용사)로 풀었지만,
이시형 님이 편역하신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209쪽에 보면
많은 걸 일구고 자녀들을 잘 키워내 존경받는 삶, 건강하게 장수하다 조용히 가신 분의 초상을 일컫는 낱말로 나와 있습니다.

지난주에 돌아가신 친구아버님을 보면서 그 낱말을 떠올렸습니다.
오늘이 발인이네요.
친구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모순과 비각]

안녕하세요.

토요일이라 좀 늦게 나왔습니다.

오늘도 어제 받은 편지를 하나 소개할게요.
저는 하루에 백여 통의 편지를 받는데,
그 가운데는 제가 가끔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저의 잘못을 꼬집어 주시는 것도 있지만,
오늘 소개해 드리는 편지처럼 조금 거시기한 것도 있습니다.

제목 : 참나~~

맞춤법이 틀려서 사람구실을 못했나?
맞춤법이 틀려서 의사소통을 못했나?
맞춤법이 틀려서 죽을죄를 지었나?
맞춤법이 틀려서 인격이 모자랐나?
맞춤법이 틀려서 애를 못 키웠나?
맞춤법이 틀려서 남에게 피해를 줬나?
맞춤법이 틀려서 학업을 못 이루었나?
자기엄마 맞춤법 틀린건 감격스럽고 용서가 되고
남이 틀리면 분수에 걸맞지 않게 우습게 여기고,,,
이보슈~~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쓰고 발음한다 해서
진정 그 사람이 당신같은 사람한테 욕을 먹어야 하는것이오?
그 억지스러운 비하 좀 이젠 그만두시는게 어떻소?
글쎄,,,
매번 느끼지만 맞춤법이야 낸들 모르겠지만
인격이 그다지 본받을 만한 사람은 못되 보이고
왠지 잘난사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사람으로 보이오
이젠 겸손이란 단어도 좀 배워보시오


이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제 어머니가 쓰신 편지를 아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꽤 오래전부터 받아보신 것 같은데...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겸손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제가,
저희 어머니 맞춤법 틀린 건 감격스럽게 보고,
남이 틀리면 분수에 걸맞지 않게 우습게 여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하는 분에게 욕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제 인격이 그다지 본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것은 맞지만,
제가 잘난 사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쨌든 '이젠 겸손이란 단어도 좀 배워보시오'라고 하시니
더 겸손해지도록 힘써야겠군요.

우리말편지 보내는 것도 이런 점에서 보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모순 이야기나 할게요.
그냥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싶네요. ^^*

모순(矛盾) 아시죠?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이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이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기에,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어 보시라고 했다는 데서 나온 게 바로 모순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한 데서 나온 거죠.

이 모순과 비슷한 말이 우리말에도 있습니다.
바로 '비각'입니다.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사전에 나온 뜻은,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 되어 용납되지 아니하는 일'을 뜻합니다.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이 함께 할 수 없듯이,
물과 불 또한 함께할 수 없습니다.

비각...
왠지 오늘은 그 생각이 드네요.

Nov 7, 2013

우리말, 족집게와 [족찝께 2013-11-0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7.(목요일)
주로 잔털이나 가시 따위를 뽑는 데 쓰는, 쇠로 만든 조그마한 기구나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여 내거나 잘 알아맞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족집게'라 쓰고 [족찝께]로 읽는 게 바릅니다.
[쪽-]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날입니다.
많은 학생과 부모가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낼 것 같네요.
아무쪼록 준비한 모든 것을 술술 풀어서 시험 잘 보길 빕니다.

흔히,
시험에 나올 문제를 잘 알아맞히는 것을 두고 '쪽집게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로 잔털이나 가시 따위를 뽑는 데 쓰는, 쇠로 만든 조그마한 기구나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여 내거나 잘 알아맞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족집게'라 쓰고 [족찝께]로 읽는 게 바릅니다.
[쪽-]이 아닙니다.

오늘 시험 보시는 분들
'족집게[족찝께]'처럼 시험에 나올 문제 잘 골라서 준비했죠?

시험 끝났다고 너무 풀어지지는 마세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동서남북? 새한마높!]

안녕하세요.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는 설이 있으니 많은 분이 고향에 가시겠군요.
저도 식구와 함께 고향에 갑니다.
저는 고향이 해남이라 남쪽으로 가지만
사람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다녀오시겠죠?
고향 잘 다녀오시라고 오늘은 동서남북 이야기나 좀 풀어볼게요.

높새바람, 샛바람, 마파람 들어보셨죠?
뜻은 정확히 모르지만 들어는 보셨다고요? ^^*
높새바람은 "북동풍"이고,
샛바람은 "동풍",
마파람은 "남풍"입니다.

실은 우리말에 동서남북을 이르는 낱말이 있습니다.
東西南北은 한자이고,
우리말로는 새한마높입니다.
동이 새,
서가 한,
남이 마,
북이 높입니다.

따라서,
새바람에서 온 샛바람은,
새가 동이라는 뜻이므로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고,
마바람에서 온 마파람은,
마가 남이라는 뜻이므로 남쪽에서 부는 바람입니다.
높새바람은,
높이 북, 새가 동이므로,
북동쪽에서 부는 바람이죠.

우리말에
동서남북을 뜻하는 새한마높이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하게 보이죠?
우리가 우리 것을 이렇게 모르고 있습니다.

반성합시다. ^^*

우리말123


[댓글]
sam2???@hanmail.net

우리말 새한마높의 어원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옛사람들은 동풍=춘풍(春風 봄바람), 서풍=추풍(秋風 가을바람), 남풍=하풍(夏風 여름바람), 북풍=동풍(冬風 겨울바람)으로 인식했습니다.
또,
동풍은 [동이 트다=날이 새다]에서 ‘새’를 가지고 와서 샛바람이라 합니다.
서풍은 [중국이 있는 방향에서 부는 바람=天風=하늘 바람]로 되어 하늬바람이라 합니다.
남풍은 [우리나라의 집들이 남쪽을 마주 바라다보고 있기에 마주 보이는 곳에서 부는 바람]이라 하여 맞바람=>마파람이 됩니다.
북풍은 [집 뒤에는 대개 산을 등지고 있기에 산 위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의 의미인 높바람이 됩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하늬바람은 좀 찜찜합니다.

Nov 6, 2013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2013-11=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6.(수요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것을 '들르다'라고 합니다.
이 낱말과 헷갈리는 게 '듣다'의 피동사인 '들리다'입니다.
안녕하세요.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왜이리 시간을 잘도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 드렸더니, 어머니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날짜가 하루씩 건너뛰는 것 같다고요. 너무 빨리 간다는 뜻이겠죠. ^^*

오늘은 반가운 친구가 일터로 찾아온다고 하네요.
수원을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르겠다고 해서 점심때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것을 '들르다'라고 합니다.
이 낱말과 헷갈리는 게 '듣다'의 피동사인 '들리다'입니다.

'들르다'는
친구 집에 들르다,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술집에 들러 한잔했다처럼 씁니다.
이를 집에 들리다... 포장마차에 들렸다가... 술집에 들려...라고 쓰면 안 됩니다.
'들리다'는 음악 소리가 들리다, 천둥소리가 들리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처럼 씁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설렙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야코죽지 말고 힘내!]

안녕하세요.

흔히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그것은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우리의 혼과 넋이 들어있으므로 우리가 끝까지 보듬고 가야 하는 거죠.
실은 저도 우리말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공부하잖아요. ^^*

지난 1월 중순에,
KBS 라디오에서 한 아나운서 사회자가 방송 중에 '쿠사리'란 일본말을 썼습니다.
다른 사회자가 이것을 꼬집자 "아니다. 표준어다."라고 맞받았습니다.
사실 '쿠사리'는 '면박' 혹은 '핀잔'으로 다듬어서 써야 할 낱말인데 그 아나운서가 몰랐던 거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방송에서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말로 밥 먹고 사는 아나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입니다.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이 어렵게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마땅하죠.
그래서 공부해야하고......

쿠사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말이지만,
일본말처럼 보이는 우리말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야로'가 그렇고,
오늘 소개할 '야코죽다'도 그렇습니다.

실은 요즘 제가 자주 듣는 말이 바로 '야코죽다'입니다.
"충남대 떨어졌다고 너무 야코죽지 말고 힘내!"라는 말이죠.

'야코죽다'는 '기죽다'를 속되게 말하는 낱말입니다.
큰 호텔 가더라도 절대 야코죽지 말아라처럼 씁니다.
이왕이면
'큰 호텔에 가더라도 기죽지마라'라고 쓰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야코죽다가 속어일지언정 일본말은 아닙니다.

저 요즘 기죽어 있지도 않고 야코죽지도 않았습니다.
씩씩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 동거동락 2013-11-0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5.(화요일)
흔히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한 사람을 두고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이라고 하는데요.
같이 살며 즐거움을 함께한 것은 맞지만, 사자성어는 '동거동락'이 아니라 '동고동락'입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은 서울대학교에 계시는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다 대학으로 옮긴 지 벌써 10년째네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동고동락한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입니다. ^^*

흔히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한 사람을 두고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산 것을 떠올려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고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같이 살며 즐거움을 함께한 것은 맞지만, 사자성어는 '동거동락'이 아니라 '동고동락'입니다. ^^*

아침에 받은 편지 가운데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가 눈에 띄네요.
품위 있는 삶을 살려면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시면서,
1,2,3 대화법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한 마디 말하고
두 마디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가운데에는 '잘 듣기'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제 말은 줄이고,
남이 하는 말은 더 들으며 지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께]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 온 편지를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할게요.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께.

우리말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배우지 않으면 통 알 수 없는 게지요.
제 말 많이 하고, 남의 말 많이 듣고, 남이 쓴 글 많이 읽고, 제 뜻을 글로 많이 써 버릇하면
우리말이 어려울 게 무에 있겠습니까.

하긴, 말은 어릴 때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가정에서는 식구끼리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집 밖에 나오면 벗도 많이 사귀지 못하고,
이야기책도 많이 읽지 못하고, 글짓기야 더 말할 것 없고….
게다가 학교에서도 우리말 교육 제대로 시키지 않지요.

그렇다고 가정이나 학교를 핑계로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이라도 마음을 써서 부지런히 배워야겠습니다.
배우다 보면, 우리말이 참 재미있다 느끼실 겁니다.
좀 깊게 들어가면 옛사람들의 생각, 얼이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그럼 어떻게 배워야 하나?’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먼저, 사전을 하나 장만하기 바랍니다. (저는 남영신이 엮은 <한+ 국어대사전>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곤 다름 사람들이 하는 말과 쓴 글을 꼼꼼히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러다 ‘이건(저건)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거든 사전을 찾아보십시오.
사전이 속시원히 말해 주지 않거들랑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책을 들추십시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배움에 이르는 길이 여러분에게 저절로 나타날 겁니다.
(그 길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길을 재미있게, 꾸준히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우리말에 한창 재미 들린 사람이 한 말씀 드렸습니다.




윗글은 제가 어느 땐가 어느 곳에 쓴 글입니다.
님의 편지를 읽으니 그 글이 생각나 옮겨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영어는 어려워도 배워야 할 것으로 알고, 우리말은 어렵다는 핑계로 내팽개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영어는 10년 넘게 배워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드무니 우리말이 훨씬 쉬운 거 아닌가요? (웃자고 한 얘기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영어도 금방 배우고 우리말도 금방 배우지요.
물론 영어는 초급에서 중급 수준으로 올라가는 거고, 우리말은 중급에서 고급 수준으로 올라가는 거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줄곧 살려면 우리말을 잘해야지요.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야 하고, 내 뜻을 다른 사람이 잘 알아듣도록 얘기할 수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지도 못하면서 영어 먼저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설마… 없겠지요?)

Nov 3, 2013

우리말, 난임과 촌스럽다 ........... 2013-11-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4.(월요일)
이제는 '촌스럽다'는 낱말 풀이에
"자연과 함께하고자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촌을 사랑하여 자연과 함께 삶을 꾸리려는 마음가짐"이라는 뜻풀이도 더 넣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일터에 나오다 보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네요.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1. 지난주에 내드린 문제를 맞히신 분 가운데 몇 분을 골라 선물을 보내드릴 겁니다.
실은 제가 일터에서 포털 메일을 볼 수 없습니다. 집에서 틈을 내 주소를 정리하다보니 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2. 오늘 아침 06:46에 MBC뉴스에서 '난임'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불임'이 아닌 '난임'이라고 썼습니다.
불치병은 제아무리 용을 써도 고칠 수 없는 병이고,
난치병은 어렵긴 하지만 고칠 수는 있는 병입니다.
불임과 난임도
불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애를 밸 수 없는 것이고,
난임은 어렵지만 애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임치료를 해서 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마땅히 난임치료라고 해야 바를 겁니다.

'난임'은 많은 분이 힘써서 지금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또 올려야 할 낱말이 바로 '촌스럽다'입니다.
'촌스럽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고 풀어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촌, 먹거리촌이란 말을 만들어 쓰고 더 나가서는 오토캠핑촌이라는 낱말도 만들어 씁니다.
'촌스럽다'가 덜떨어졌다는 뜻만 있다면 그런 낱말을 만들어 쓰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작년에는 귀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도 합니다.
'촌스럽다'가 세련됨이 없다는 뜻만 있다면 귀촌이 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이제는 '촌스럽다'는 낱말 풀이에
"자연과 함께하고자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촌을 사랑하여 자연과 함께 삶을 꾸리려는 마음가짐"이라는 뜻풀이도 더 넣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동남풍과 남동풍]

오늘도 방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며칠 전에
동서남북이 새한마높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동풍은 샛바람이고,
남풍은 마파람,
서풍은 하늬바람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동쪽과 남쪽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을 알아볼게요.
그걸 남동쪽이라고 할까요, 동남쪽이라고 할까요?
그쪽에서 부는 바람이 동남풍일까요, 남동풍일까요?
학교에서는 남동쪽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남동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중국놈들이 깝죽대는 것을 '동북공정'이라고 하지 '북동공정'이라고는 안 하는 것 같고,
베트남과 필리핀을 '동남아시아'라고 하지 '남동아시아'라고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잠시 접어 두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에 보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남동쪽이 아니라 동남쪽입니다.

이쯤 되면 헷갈리시죠?
두 방향의 사이를 말할 때 동서를 먼저 쓸까요, 남북을 먼저 쓸까요?


서양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Northwest 항공이잖아요.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서'를 먼저 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울릉도 동남쪽에 독도가 있다고 말하고,
동남아시아라고 말합니다.
중국도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우는 과학기술은 서양에서 들어온 게 많아서,
과학기술용어는 남북을 먼저 쓰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구과학이나 기상학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재밌는 것은,
국어사전에는 동남풍과 남동풍, 북서풍과 서북풍이 다 들어있습니다.
기상학이라는 서양학문에 따라 기상을 따지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