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9, 2013

우리말, 웬과 왠지 2013-11-1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9.(화요일)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도 무척 춥네요.
아직 겨울이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날씨가 매서운 것을 보니 올겨울도 무척 추우려나 봅니다.
웬 가을 날씨가 이리 추운지...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까닭인지 몰라, 웬 걱정이 그리 많은지, 웬 날벼락,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냐?, 웬 낯선 사람처럼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라는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처럼 씁니다.

올겨울은 일찍 찾아오고, 눈도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왠지’ 눈 구경을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겨울도 오기 전에 ‘웬’ 추위인지 모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상 예보의 정밀도? 정확도?]

날씨가 무척 포근하죠?
지난주 초에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추울 거라고 했는데 따뜻하네요.

며칠 전에 기상청장이 기상 예보가 잇달아 빗나간 것을 사과했습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예측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리인지도 모르죠.
오늘은 기상청 예보가 잘 맞아떨어지길 빌며 정밀도와 정확도를 좀 알아볼게요.

사전에 보면,
정밀도는 '측정의 정밀함을 나타내는 정도.'이고,
정확도는 '바르고 확실한 정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게 그거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서 풀어볼게요.

제가 시계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시계는 한국표준시각보다 5분 빠릅니다.

이 시계가 내년에도 5분 만 빠르고, 10년 뒤, 100년 뒤에도 5분 만 빠르다면,
이 시계는 정밀한 겁니다.
곧, 여러 번 반복해도 측정값이 같다면 그것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표준시각과는 다르므로 이 시계는 정확한 시계는 아닙니다.
참값과 견줘 차이가 나므로 정확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표준시각보다 5분 빠른 제 시계가
매년 1분씩 차이가 줄어들어,
내년에는 표준시각보다 4분 빠르고, 그다음 해에는 3분 빠르고... 4년 뒤에는 1분 빠르고,
5년 뒤에는 표준시각과 맞는다면,
해가 바뀌면서 같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므로 이 시계는 반복 간에 차이가 있어 정밀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5년 뒤에 본 시간은 표준시각과 일치하여 5년 뒤 그 시계는 정확한 시계가 되는 거죠.

다시 정리해 보면,
정밀도(精密度, precision)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正確度, accuracy)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다른 보기로 좀 풀어볼까요?
군대에서 총 영점을 잡을 때,
종이 한가운데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밖에 조금씩 큰 동그라미를 그린 종이에
가늠자로 종이 한가운데를 보고 총을 여러 발 쏩니다.
그때 총알이 지나가면서 뚫린 구멍이 오른쪽 위쪽에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그 총은 정밀한 겁니다.
비록 종이 가운데는 아니지만 연속해서 총을 쏴도 거의 같은 오른쪽 위쪽을 뚫고 지나갔으므로 그 총은 정밀한 거죠.
흩어짐이 작은 겁니다.
그러나 종이 가운데를 맞추지 못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거죠.

정확한 총은,
총알이 종이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경우입니다.

그러나
처음 쏜 총알은 종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고,
두 번째로 쏜 총알은 종이 오른쪽 위를 뚫고 지나가고,
세 번째는 왼쪽 아래, 내 번째는 다시 한가운데...
뭐 이렇게 맞췄다면,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흩어짐이 큰 그 총은 정밀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은 겁니다.

이제는 정밀과 정확을 가르실 수 있겠죠?

이제 언론 기사를 좀 보죠.
기상청에서 1월 31일 낸 보도자료에는 정확이라는 낱말은 8번 나오지만 정밀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고 언론에서 쓴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중앙일보, 1월 31일.
http://news.media.daum.net/culture/life/200701/31/joins/v15565534.html
'자료의 정밀도와 예보관의 예측 능력에 따라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에 쓴 '자료의 정밀도'는 '자료의 정확도'가 맞습니다.
같은 것을 잰 결과로 어제 나온 자료와 오늘 나온 자료가 똑같다면 그건 정밀한 거지만,
기사에 쓴 '자료'는 날씨를 예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말하므로 '반복'이 들어간 자료가 아닙니다.
어제 잰 온도와 오늘 잰 온도는 다른 게 마땅하잖아요.
뒤에 나온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는 맞습니다.

YTN, 2월 1일.
http://tvnews.media.daum.net/part/lifetv/200702/01/ytni/v15591822.html
'우리 현실에 맞고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을 도입해 예보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은
슈퍼컴퓨터에 같은 자료를 넣고 어제 돌리고, 오늘 돌리고, 내일 돌려도 그 결과가 같다면,
그 예보 모델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기상을 예측하는 자료는 수시로 변합니다.
기상과 관련된 자료를 넣어 기상 예보를 뽑아내는 데 그 예보와 실제 기상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정밀'한 게 아니라 '정확'한 겁니다.
따라서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아니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맞습니다.
뒤에 쓴,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는 맞는 말입니다.

머리아프신가요?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쉽게,
정밀도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한다는 것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중앙일보 기사 가운데
'자료의 정밀도'가
기상 예보에 쓸 자료는 얻는 관측과정과 우연오차,
곧, 관측장비와 관측방법에 따른 반복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연오차란 원인이 불명확한 오차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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