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6, 2013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2013-11=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6.(수요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것을 '들르다'라고 합니다.
이 낱말과 헷갈리는 게 '듣다'의 피동사인 '들리다'입니다.
안녕하세요.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왜이리 시간을 잘도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 드렸더니, 어머니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날짜가 하루씩 건너뛰는 것 같다고요. 너무 빨리 간다는 뜻이겠죠. ^^*

오늘은 반가운 친구가 일터로 찾아온다고 하네요.
수원을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르겠다고 해서 점심때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것을 '들르다'라고 합니다.
이 낱말과 헷갈리는 게 '듣다'의 피동사인 '들리다'입니다.

'들르다'는
친구 집에 들르다,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술집에 들러 한잔했다처럼 씁니다.
이를 집에 들리다... 포장마차에 들렸다가... 술집에 들려...라고 쓰면 안 됩니다.
'들리다'는 음악 소리가 들리다, 천둥소리가 들리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처럼 씁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설렙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야코죽지 말고 힘내!]

안녕하세요.

흔히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그것은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우리의 혼과 넋이 들어있으므로 우리가 끝까지 보듬고 가야 하는 거죠.
실은 저도 우리말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공부하잖아요. ^^*

지난 1월 중순에,
KBS 라디오에서 한 아나운서 사회자가 방송 중에 '쿠사리'란 일본말을 썼습니다.
다른 사회자가 이것을 꼬집자 "아니다. 표준어다."라고 맞받았습니다.
사실 '쿠사리'는 '면박' 혹은 '핀잔'으로 다듬어서 써야 할 낱말인데 그 아나운서가 몰랐던 거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방송에서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말로 밥 먹고 사는 아나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입니다.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이 어렵게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마땅하죠.
그래서 공부해야하고......

쿠사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말이지만,
일본말처럼 보이는 우리말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야로'가 그렇고,
오늘 소개할 '야코죽다'도 그렇습니다.

실은 요즘 제가 자주 듣는 말이 바로 '야코죽다'입니다.
"충남대 떨어졌다고 너무 야코죽지 말고 힘내!"라는 말이죠.

'야코죽다'는 '기죽다'를 속되게 말하는 낱말입니다.
큰 호텔 가더라도 절대 야코죽지 말아라처럼 씁니다.
이왕이면
'큰 호텔에 가더라도 기죽지마라'라고 쓰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야코죽다가 속어일지언정 일본말은 아닙니다.

저 요즘 기죽어 있지도 않고 야코죽지도 않았습니다.
씩씩합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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