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2, 2013

우리말, '계란 껍질' 2012-11-1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3.(수요일)
아침 6:43 MBC뉴스에서 '계란 껍질'이라는 자막이 나왔고, "계란 껍데기"라고 말했습니다.
'달걀 껍데기'라고 쓰고 말해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어제만큼 춥네요.
그래도 오늘 낮에는 좀 풀릴 거라고 합니다.

아침 6:43 MBC뉴스에서 '계란 껍질'이라는 자막이 나왔고,
"계란 껍데기"라고 말했습니다.

1.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닭이 낳은 알은 '계란'도 맞고 '달걀'도 맞습니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한자 계란보다는 순우리말 달걀을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계란을 찾아보면 달걀로 다듬어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2. '껍질'과 '껍데기'는 물체 겉을 싸고 있다는 것은 같지만,
그 싸는 물질이 단단하지 않으면 '껍질'을 쓰고 단단하면 '껍데기'를 씁니다.
그래서 귤껍질, 사과 껍질이라 쓰고,
달걀 껍데기, 굴 껍데기라고 씁니다.

아침에 MBC 뉴스에 나온 것은
'달걀 껍데기'라고 쓰고 말해야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귤껍질’은 합성어로 사전에 올라 있기에 붙여 썼습니다.
그러나 ‘사과 껍질’은 사전에 오르지 않았기에 띄어 썼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빠, 똥 드세요]

아빠, 똥 드세요.
뭐? 뭘 먹으라고?
똥... 아빠, 이게 똥이에요.

딸내미가 집어든 걸 보니 봄똥으로 무친 김치네요. ^^*

오늘은 봄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봄똥이 뭔지는 아시죠?

속이 꽉 찬 배추와 달리,
가을에 심어 겨우내 눈바람 맞으며 얼었다가 녹은,
옆으로 펑퍼짐하게 퍼진 볼품없는 배추가 바로 봄똥입니다.
생긴 것은 그래도 맛은 기가 막힙니다.
요즘이 딱 그 철이네요.

누가 맨 처음 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봄똥'이라는 이름이 참 멋지지 않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이 '봄똥'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투리도 아닙니다.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죠.

지난주 일요일(4일) 아침에 MBC 고향은 지금에서,
진도를 찾아가 봄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자막에는 '봄동'이라고 나오고,
사회자는 [봄동]이라고 하기도 하고 [봄똥]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사전을 좀 뒤져봤습니다.
야후, 엠파스, 다음에 있는 국어사전에는 봄똥, 봄동 모두 없다고 나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봄똥, 봄동 모두 없습니다.
네이버에는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보태기를 꼭 보세요.)

다음 뉴스검색을 해 보니,
봄똥 6, 봄동 108, 얼갈이 155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어쨌든,
봄동이나 봄똥은 표준말은 아닙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내친김에 '벼락김치'도 소개해 드릴게요.
벼락 치듯 빨리 만들어 먹는 김치가 바로 벼락김치입니다.
설마 그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이 벼락김치는 생김치나 날김치와는 다릅니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들어가시면서 얼갈이 몇 개 사다가
벼락김치를 만들어 드시는 것은 어때요?

겨울 비가 오네요. ^^*

우리말123

보태기
1.
얼갈이에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1. 논밭을 겨울에 대강 갈아엎음.
2.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3.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

다음 뉴스 검색에서 얼갈이가 155개 나왔는데,
이는 3번의 뜻뿐만 아니라 1, 2번의 뜻으로 쓴 기사도 있을 겁니다.


2.
네이버 사전에서 '봄똥'을 찾아보면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우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이라고 나옵니다.
http://kin.naver.com/openkr/entry.php?docid=37642

눈에 걸리는 거 뭐 없나요?
밭에서 자라는 배추 친구는 '무우'가 아니라 '무'입니다.
사전이 틀렸습니다.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를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한+ 국어대사전>(남영신, 성안당)를 아직 장만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거기에는 올라 있습니다.
봄-동[-똥] {명} 얼갈이 배추. 이른봄에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키가 작고 달다.
봄동-배추[-똥배:-] {명} = 봄동.
<토박이말 쓰임사전>(이근술, 최기호, 동광출판사)에도 올라 있습니다.
봄동 {이} 봄배추.
* 봄동 무침의 준비물 : 봄동 간장 멸치액젓 설탕 식초 식용유 깨소금 고춧가루 파 마늘. (한국일보 95. 3. 7.)
님은 표준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신문에 났기에 옮깁니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0443581&cp=nv
그는 또 사전을 만들 때, 범위나 규범을 미리 정해 놓은(프리디스크립티브) 방식보다는 실제로 사용되는
사례 위주의 서술적인(디스크립티브) 방식이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사전들에
일종의 권위를 부여해 사용 방법이나 잘못 등을 규범화해 놓은 데 비해 최근 영미권에서는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와 용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
“옛날 사전들은 속어나 은어 등을 잘 싣지 않았지만 요즘 사전 편찬자들은 가능하면 사용자 입장에 서려고 합니다.
특히 남북한의 언어를 모으는 겨레말큰사전은 더욱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표준'이라는 이름을 달 사전을 만드는 데 얼마만 한 품을 들였을까요?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누비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들을 모았을까요?
책상머리에서 바삐 허둥지둥 만든 사전이 '표준말'을 정하다니, 우스운 일 아닙니까?
어떤 한자쟁이가 어쩌다 쓴 한자말은 신주 모시듯 받들고, 시골 무지렁이가 흔히 쓰는 우리말은 헌신짝 보듯 하는,
그런 사전쟁이가 만든 사전에 감히 '표준'이라는 말을 집어넣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치밉니다.
아니, 도대체 19세기도 아닌 21세기에, 나라를 등에 업고 '표준말'을 정하다니! 그것부터가 어이없습니다.


답장)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는 표준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까닭은 제가 보내는 편지에서 표준말이 아닌것을 설명할 깜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지는
표준말인 얼갈이만 쓰자는 게 아니라,
봄동이나 봄똥이 아직 표준어로 오르지 않아 아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편지에 선생님의 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성제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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