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9, 2013

우리말, 뒤치다꺼리 2013-12-3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30.(월요일)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을 '뒤치다꺼리'라고 합니다.
애들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자식이 많으니 학비 뒤치다꺼리도 힘들다처럼 씁니다.
이를
'뒤치닥거리'나 '뒷치닥거리'로 쓰면 틀립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에 눈이 내렸습니다. 다행히 어젯밤과 새벽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더는 쌓이지 않더군요.
오늘은 새벽 5시에 나와 직원들과 함께 비료를 뿌리는 장치를 트랙터에 붙여 일터 길에 염화칼슘을 살포하고, 트랙터로 눈을 치웠습니다.
눈이 내릴 때마다 새벽에 나오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제가 조금 힘들어서 남들이 크게 편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은 기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제가 있는 기획실이라는 곳이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니까요.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을 '뒤치다꺼리'라고 합니다.
애들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자식이 많으니 학비 뒤치다꺼리도 힘들다처럼 씁니다.

이를
뒤치닥거리나 뒷치닥거리로 쓰면 틀립니다.
남의 자잘한 일을 보살펴서 도와주는 것도 '치다꺼리'로 씁니다. '치닥거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무당이 하는 굿의 하나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이나 살 따위를 푸는 것은
'푸다꺼리'가 아니라 '푸닥거리'가 바릅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주신 기쁨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거부]

무척 춥네요.
남부지방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는데 큰 피해가 없기를 빕니다.
오늘 편지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1. 가끔 잘 오던 편지가 오지 않는다면서 왜 전자우편 주소를 지웠느냐고 나무라시는 분이 계신데요.
저는 잘 가는 주소의 전자우편 주소를 일부러 지우지 않습니다.
우편함이 가득 찼거나 한 달 동안 한 번도 읽지 않으시는 경우 자동으로 지워집니다.
혹시 우편함이 가득 찼던 적이 없는지 봐 주십시오.

2. 책을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시면서 저에게 몇 권 보내달라는 분이 계십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책을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돈도 없고 할 일도 많아서...^^*
우리말 편지 책은 가까운 서점에서 사시거나
서점에 책이 없으면 주인에게 가져다 달라고 하시면 다 가져다주십니다.
출판사는 '뿌리와이파리'이고 책이름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입니다.
인터넷에서 사셔도 됩니다.
인터파크, 알라딘, YES24 같은 곳에서도 사실 수 있습니다.

3. 우리말 편지를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추천하시기 어렵다는 분도 계십니다.
전자우편 주소만 저에게 주시면 제가 한꺼번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카드사 수수료 인하 거부'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1/05/Edaily/v15286638.html?_RIGHT_COMM=R9
내친김에 다음 뉴스에서 '인하'를 넣고 검색해 보니 56,000개의 기사가 있다고 나오네요.
네이버에서는 155,710개의 기사가 나오고...
가격 인하, 금리 인하, 수수료 인하....

'인하'는 물건 따위를 끌어내리거나 가격을 낮춘다는 말인데,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값 내림'이나 '내림'으로 다듬었습니다.

언론이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하가 일본말찌꺼기이고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말이라는 것을 모르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의 자격이 의심스럽고,
그것을 알고도 그따위 기사를 썼다면 국민은 만만하게 본 것이고...

제발 정신 차리고 기사를 쓰는 그런 바른 기자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기분 좋게 보내시길 빕니다.
저는 이번 주에 집을 옮기는데 아내가 아직 이사갈 집 주소를 알려주지 않네요.
걱정입니다. ^^*

우리말123

보내기)
국립국어원에서 '가격'을 다듬지는 않았지만,
이 낱말도 價格(かかく[카가꾸])라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값'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왜 가격이라는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 눈 덮인 산 2013-12-2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7.(금요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가 보낸 편지가 있고, 그 아래에, 편지에 대한 답장이 있습니다.
같이 봐 주십시오.
꼭 같이 읽어보고 싶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



[눈 덮인 산]

눈이 많이 내렸죠?
일터에 나오면서 창밖을 보니
눈 덮인 산이 참 멋지네요.

눈 덮인 산...
눈 덮힌 산...
뭐가 맞죠?

먼저
"일정한 범위나 공간을 빈틈없이 휩싸다."는 뜻의 낱말은 '덮다'입니다.
이 낱말의 피동사는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입니다.
눈에 완전히 덮여서, 눈에 덮인 산처럼 씁니다.

또,
표준 발음법13항에 따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붙게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읽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라고 했습니다.
가끔은 [눈 더핀] 산도 바라보면서 살면 어떨까요?

우리말123


어제 받은 답장을 소개합니다.

오랜만에 답장을 보내는군요.
"표준 발음법13항에 따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붙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발음합니다."

하나. 홑받침, 쌍받침, 조사, 어미, 접미사, 음절...
이런 용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여, 이 풀이를 보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깨우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요?

둘. 본디 글보다 말이 먼저여서, '더핀'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덮인'으로 적자고 학자들이 정한 것이지요. 곧, '덮인'을 '더핀'으로 소리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것이지요.

셋.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까닭은, '더핀, 더퍼라, 더프니, 더프면, 더펐더니' 따위가, 같은 뜻의 낱말이 어떤 씨끝(어미)이 붙음에 따라 그렇게 소리난 것임을 알게 되어, 그 낱말을 '덮-'이라고 적으면 쉬이 알아보겠다 싶어 그리한 것이지요.

넷. 문법이 먼저 있어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먼저 있어 그 법칙을 세우고자 애쓴 결과가 문법이지요. 따라서, 만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문법에 어긋난다면, 우리는 혹시 문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결코 학자들보다 어리석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머리로 문법을 따지지 않고도) 말을 잘 부려씁니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말처럼, 문법을 따지는 학자들이 외려 '자연스런' 말을 하지 못하는 걸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다섯. 문법은 무척 어렵고, 완전하지도 않습니다. 말은 자연스레 발전한 것인데 사람이 모자란 머리로 어떻게든 그 법칙을 세워 보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문법책을 보면서 열심히 말을 배우고자 한다면, 틀림없이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Dec 26, 2013

우리말, 문외한 2013-12-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6.(목요일)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없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문외한(門外漢)'입니다.
이를 [무뇌한]이나 [무눼한]으로 읽다 보니 쓰기도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애들과 맘 편하게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

아침에 일터에 나와 컴퓨터를 켜니 저 눈길을 확 끄는 편지가 하나 있네요.
"제가 컴퓨터에 무뇌한이라 파일 내려받는 방법을 모릅니다. 파일을 보내주세요."라는 글입니다.

컴퓨터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 파일을 내려받는 방법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저에게 편지를 보내 그 파일을 보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무뇌한'입니다.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없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문외한(門外漢)'입니다.
이를 [무뇌한]이나 [무눼한]으로 읽다 보니 쓰기도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을 너무 소리 나는 대로만 쓰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동지나해]

누군가
"동해바다를 한국은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로 하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네요.
......
아무 말 않겠습니다.

동지나해가 어딘지 아세요?
동지나해(東支那海)는 '동중국해'의 음역어입니다.
오늘은 이 단어나 씹으면서 '평화의 바다' 씹는 것을 갈음하겠습니다.

옛날에 진나라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했는데,
그 진나라의 이름에서 china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상인들이 진나라를 china라고 부른 거죠.
그 china를 한자로 표시한 게 '支那'입니다.
그래서 '동지나'는 중국의 동쪽이라는 말이 되고,
동지나해는 중국의 동쪽에 있는 바다인 서해가 되는 거죠.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라,
한자로 된 외국 나라나 도시이름입니다.
마땅히 그런 것을 쓰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구라파(歐羅巴)는 Europe을 한자로 읽은 것이고,
나성(羅城)은 Los Angeles,
노서아(露西亞)는 러시아,
라마(羅馬)는 로마,
말련(末聯)은 말레이시아,
묵서가(墨西哥)는 멕시코,
백림(伯林)은 베를린,
분란(芬蘭)은 핀란드,
불란서(佛蘭西)는 프랑스,
비율빈(比律賓)은 필리핀,
서반아(西班牙)는 스페인,
서서(瑞西)는 스위스,
서전(瑞典)은 스웨덴,
아세아(亞細亞)는 아시아,
애급(埃及)은 이집트,
오지리(墺地利)는 오스트리아,
이태리(伊太利)는 이탈리아,
인니(印尼)는 인도네시아,
화란(和蘭)은 네덜란드,
호주(濠洲)는 오스트레일리아,
윤돈(倫敦)은 런던입니다.

정리하죠.
요즘 세상에
런던을 윤돈(倫敦)이라고 하는 넋 빠진 사람은 없겠죠?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고 하는 사람도 이제는 없죠?

그러나 아직도
유럽이라 하지 않고 구라파라 하고,
프랑스를 불란서라 하고,
스페인을 서반아라고 하고,
이탈리아를 이태리,
네덜란드를 화란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넋 빠진 사람입니다.

오늘은 왠지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겠죠? ^^*

우리말123

보태기)
1.
'동해바다'도 말이 안 됩니다.
동해가 東海로 "동쪽에 있는 바다"인데 뒤에 '바다'가 왜 붙죠?
'동해'가 맞습니다.
다만, 몇몇 뛰어난 국어학자는 한자말에서 우리말이 살아남기 위한 현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하십니다.
그렇다면 좀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

2.
사실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문제입니다.
'中國'은 나라의 가운데라는 뜻으로 중화사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앙에 있는 세계 제일의 문명국이라는 뜻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겠죠.
그렇다고 중국을 '지나'라고 부를 수도 없고...쩝...

3.
종교인들은 다 아시겠지만,
출애굽기는 出埃及記로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시나이 산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기록한, 구약 성경의 둘째 권입니다. 

Dec 23, 2013

우리말 편지, 2013년에 읽은 책을 정리했습니다 2013-12-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4.(화요일)
이렇게 보내드린 글은 맘껏 편집하셔서 여기저기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쓰셔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올 한 해 읽은 책을 정리한 것을 모아서 보내드립니다.

파일이 커서 여기에 올라가지 않네요.
그래서 어제 저녁에 부랴사랴 카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파일 올리려고요. ^^*

http://cafe.daum.net/urimal123/TqCt/1
위 주소로 들어가시면 파일을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책 읽은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글이라서,
일반 독후감과 달리 책 소개, 차례, 책에서 따온 글, 짧은 제 느낌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보내드린 글은 맘껏 편집하셔서 여기저기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쓰셔도 됩니다.
저작권이나 뭐 이딴 거 전혀 없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나라 밖에서 받으시는 분은 한글이 안보이신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pdf파일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바꿔서 보내드리겠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집가심]

오늘은 저희 집 이삿날입니다.
비록 전세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더 큰집으로 갑니다.
집을 사서 가면 좋으련만 그런 돈은 없고...
제 깜냥에 그렇게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저는 일터에 나가지만
장모님과 아내는 하루종일 집가심을 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집가심'이 뭔지 아세요?

먼저 '가심'은
"깨끗하지 않은 것을 물 따위로 씻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입가심'은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 내는 것"을 뜻하고,
'볼가심'은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을 뜻합니다. 볼에 있는 시장기를 떼는 거겠죠. ^^*
그럼 마땅히 '집가심'은
"집안을 청소하는 것"을 말하겠죠?
본래는
"초상집에서 상여가 나간 뒤에 무당을 불러 집 안의 악한 기운을 깨끗이 가시도록 물리치는 일."을 뜻했는데,
지금은 그런 뜻보다는 집안 청소라는 뜻으로 더 쓰입니다.

입가심은 알지만,
설마 볼가심, 집가심이라는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우리말123

우리말,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2013-12-2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3.(월요일)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드리네요.
그동안 잘 계셨죠? 저는 지난 주말에 외국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오늘부터 빼먹지 않고 편지 잘 보내겠습니다. ^^*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는 옷을 ‘든벌’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합하면 옛날에는 ‘든난벌’이라 했을 테지만, 현대에는 ‘난든벌’이라고 말한다. 문도 먼저 열고 그 다음에 닫는다고 해서 ‘여닫이’이고, 서랍도 빼고 닫는다고 ‘빼닫이’라 부른다.
‘병이 나다’라 하기도 하고, ‘병이 들다’라 하기도 한다. ‘몸살이 났다’를 ‘몸살이 들었다’라 하면 무척 어색하고, 반대로 ‘감기 들었다’를 ‘감기 났다’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몸살은 피로가 누적되어 신체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다. 발병 원인이 신체 내부에 있고 이것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들다’가 아니라 ‘나다’로 말한다. 그러나 감기는 밖에서 몸 안으로 한기가 스며들거나 병균이 침입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나다’가 아니라 ‘들다’로 말하는 것이다.
‘감기 들다’를 ‘감기에 걸렸다’라고도 말한다. ‘걸리다’라고 말했을 때는 뭔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이 있는 경우이다. 옆 사람 답안지를 몰래 보다 들키면 ‘걸렸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감기에 걸렸다’라고 하면 자신의 몸 관리에 부주의해서 감기 병균이 들어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성병이나 에이즈 같은 질병은 ‘에이즈 났다’, ‘에이즈 들었다’라 하지 않고 ‘에이즈 걸렸다’, ‘성병에 걸렸다’라고 말한다. 이들 병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어제 집을 옮겼는데요.
포장이사를 하니 참 편하더군요.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이사하는 걸 보니,
아침부터 아저씨 몇 분이 들어오시더니,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나서,
창문에 걸쳐진 사다리로 짐을 싣더군요.
큰 짐은 바퀴 달린 수레로 밀고,
작은 짐은 들쳐메고...
순식간에 해치우더군요. ^^*

저는 그 틈에도 우리말을 생각했습니다.
저게 들쳐메는 게 맞나, 둘러메는 게 맞나?
들쳐업다는? 둘러업다는 맞나?
여러분도 헷갈리시죠?

들쳐업다, 둘러업다, 들쳐메다, 둘러메다 가운데 어떤 게 맞죠?

'번쩍 들어올려서 업다.'는 뜻의 낱말은


또,
'들어올려서 어깨에 메다.'는 뜻의 낱말은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그게 그것 같아 헷갈리시죠?
표준어는 둘러메다와 둘어업다입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이자리를 빌려 어제 저희집 이사를 해 주신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Dec 9, 2013

다운ㆍ패딩소재 혁명 예고 ............ 국제섬유신문

                               다운ㆍ패딩소재 혁명 예고

 세계 최초 화섬, 실크 응용. 다운 프루프용 초경량 직물 양산
제이에스화인, sqm당 15~50g 신개념 초경량 소재 특허 획득
화섬, 실크 장점 극대화. 감성ㆍ보온성ㆍ견명ㆍ촉감ㆍ심미성 탁월
‘아르마니’, ‘휴고보스’ 등도 제품 평가. 가격도 저렴 대량 수요 전망


화섬직물 신소재 개발의 총아인 제이에스화인텍스타일(대표 김종성)이 세계 최초로 실크와 화섬을 응용한 초경량 다운프루프용 견혼방 교직물을 개발. 특허 획득과 함께.....................

Dec 8, 2013

우리말, '사리'와 '개비 2013-12-0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9.(월요일)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인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사리'와 '개비'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면 한 사리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사리’는 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면을 세는 단위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리’가 면이나 덤인 것으로 오해하게 되면, 면은 사라지고 그냥 단위만 써서 “사리 주세요.”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나아가서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주문할 때도 “사리 주세요.” 하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마치 문구점에 가서 연필을 산 뒤에 추가로 주문하면서 그냥 “자루 주세요.” 하는 것과 한가지이다.

‘자루’라는 말도 가끔 ‘개비’와 혼동된다. ‘자루’와 ‘개비’는 둘 다 길고 곧은 물건을 셀 때에 쓰는 단위명사인데, 손잡이가 있거나 그 안에 심이 들어 있는 것일 때에는 ‘자루’를 쓴다. 그래서 손잡이가 있는 삽이나 지팡이 같은 물건을 셀 때에도 ‘자루’고, 심이 들어 있는 연필을 셀 때에도 ‘자루’이다.

하지만 길고 곧은 물건 가운데 손잡이도 없고 심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주로 ‘개비’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그래서 장작을 쪼갠 것도 ‘장작 한 개비’처럼 ‘개비’를 쓰고, 담배를 낱개로 셀 때에도 ‘담배 한 개비’라고 말한다. (이때, ‘개피’나 ‘가치’는 모두 비표준말이다.) 제사상에 피우는 향을 셀 때에도 ‘향 한 자루, 두 자루, …’가 아니라 ‘향 한 개비, 두 개비, …’라고 말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낫잡다/낮잡다]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낫잡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 멋진 우리말인데 요즘은 많이 쓰지 않죠.

오늘은 낫잡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낫잡다'는
[낟ː짭따]로 발음하고
'금액, 나이, 수량, 수효 따위를 계산할 때에, 조금 넉넉하게 치다.'는 뜻입니다.
손님이 더 올지 모르니 음식을 낫잡아 준비해라,
경비를 낫잡았더니 돈이 조금 남았다처럼 씁니다.
어제 제가 만난 분은
'무슨 일을 할 때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말고 낫잡아 둬야 일하기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낫잡다와 발음이 거의 같은,
'낮잡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낟짭따]로 발음하고
'실제로 지닌 값보다 싸게 치다.'나
'사람을 만만히 여기고 함부로 낮추어 대하다.'는 뜻입니다.
물건값을 낮잡아 부르다, 그는 낮잡아 볼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처럼 씁니다.
'남의 재주나 능력 따위를 실제보다 낮추어 보아 하찮게 대하다.'는 뜻의
'얕잡다'와 거의 같은 뜻이죠.

세상 살면서,
남을 낮잡아 보면 안 되지만,
내가 준비하는 일은 낫잡으면 좋습니다. ^^*

우리말123

Dec 5, 2013

우리말, 숨탄것 2013-12-0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6.(금요일)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버스로 일터에 나다닙니다. 차가 고장이 나서 고치고 있는데 이달 말쯤에나 나온다고 하네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책을 볼 때도 있지만 창밖을 스치는 세상을 구경할 때도 잦습니다.
앙상한 졸가리만 남은 나무, 아직 불을 켜지 않은 사무실, 여전히 불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 등...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숨'이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뜻하지만,
채소 따위의 생생하고 빳빳한 기운도 '숨'이라고 합니다.
김장할 때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잖아요. ^^*

이렇게 '숨'이 동물에도 쓰이고 식물에도 쓰인다면,
'숨탄것'도 동물에만 쓰는 게 아니라 식물에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숨탄것은 여러 가지 동물만 이르는 게 아니라 식물에도 써야 한다는 것이죠.

일터에 나오면서 창밖으로 보는 여러 가지 숨탄것을 보면서 제 삶을 되돌아봤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며 왜 살지?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졸가리/줄거리]

안개가 많이 끼었네요. 출근길 조심하시길 빕니다.

어제 점심을 먹고 잠시 밖에 나와 있을 때,
문득 제가 일하는 건물 들목에 있는 나뭇가지를 보니 무척 앙상하더군요.
잎이 다 떨어진 줄거리를 보니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줄거리...
이사람 가끔 오타 내더니 줄거리가 뭐야 줄거리가...
나무에 줄거리가 어딨어? 소설에나 나오는 게 줄거리지...
또 오타겠지?

아니요.
줄거리 맞습니다.
줄거리는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고구마 줄거리라는 말 많이 쓰시잖아요.
바로 그 줄거리입니다.

'줄거리'는 '졸가리'의 큰말이기도 합니다.
'졸가리'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뜻합니다.
겨울이 되니 잎이 무성하던 나무들이 졸가리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졸가리들도 땔감으로는 쓸모가 있다처럼 씁니다.

졸가리건 줄거리건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보니 제 마음마저 추워지네요.
벌써 봄을 기다리는 것은 좀 거시기한가요?

우리말123

보태기)
6:22분 MBC에서 '야채 장사'라고 하네요.
도대체 언제까지 저런 덜떨어진 말을 방송에서 들어야 하는지...

오늘 편지에서 '입구'라고 하지 않고 '들목'이라고 했습니다.
그 까닭은,
국립국어원에서 일본말 찌꺼기인 입구(入口)를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한자 낱말은 중국에서 만든 것도 있고, 일본에서 만든 것도 있고, 우리가 만든 것도 있습니다.
모두 한자로 만들긴 했지만,
우리가 만든 한자 낱말은 나름대로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든 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에 우리의 영혼이 살아 있듯이,
일본에서 만든 일본식 한자에는 일본의 영혼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쓰지 말자는 겁니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마땅한 우리말이 없다면 그 말을 우리에 맞게 고쳐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 노력 없이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쓴다면
그건 일본 영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 영혼이 왜 나쁘냐고요?
일본이 우리 영혼을 더럽혀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쁩니다. 그래서 싫습니다.
이것 말고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차지했고,
우리 문화를 없애고자 이름까지 바꾸도록 강요했고,
전쟁때는 우리나라 여자를 성적 노리개로 삼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나댑니다.
이래도 일본을 좋아해야 하나요?

Dec 4, 2013

우리말, 얽히고설키다 2013-12-0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5.(목요일)
'얼키고설키다'로 쓰거나 '얽히고 설키다'로 쓰면 틀립니다.
'얽히고설키다'만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오전에 일이 좀 있어서 편지를 못 썼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이 다 그렇겠지만, 살다 보면 얽히고설킨 관계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한가운데 있으면 일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죠.
오늘 그런 일이 좀 있었습니다. ^^*

가는 것이 이리저리 뒤섞이거나 관계, 일 따위가 이리저리 복잡하게 되는 것을 '얽히고설키다'고 합니다.
가지를 뻗어 얽히고설켜 있는 수목들, 얽히고설킨 인연, 일이 얽히고설켜서 풀기가 어렵다처럼 씁니다.

노끈이나 줄 따위로 이리저리 걸거나 이리저리 관련되게 하는 게 '얽다'이고 입음꼴(피동형)이 '얽히다'입니다.
'설키다'는 사전에 없는 낱말로 운을 맞추고자 넣은 말 같습니다.

이를 '얼키고설키다'로 쓰거나 '얽히고 설키다'로 쓰면 틀립니다. '얽히고설키다'만 바릅니다.

비슷한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가 '얼기설기'입니다.
얼기설기 걸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얼기설기 얽힌 듯도 하나처럼 씁니다.
'얼기설기'보다 거센 느낌을 주는 말이 '얼키설키'입니다.
그래서 '얽히고설키다'를 '얽키고설키다'로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애먼 일에 얽히고설켜 맘고생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죠?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두루말이 화장지/두루마리 화장지]

이번에 집을 옮겼더니 가끔 집에 오시는 분들이 화장지를 사오시네요.
술술 잘 풀리라는 뜻으로 화장지를 사오시고,
거품처럼 잘 일어나라는 뜻으로 비누를 사오신다고 합니다.
제 일도 그렇게 잘 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

화장지를 보면 대부분 둥글게 말려있죠?
그런 것을 '두루말이'라고 할까요, '두루마리'라고 할까요?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음식'은 '달걀말이'인데...

여기에는 재밌는 게 숨어있습니다.
우리 맞춤법은
'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말다는 뜻이 살아 있으면 '말이'라고 써야 하고,
그런 뜻이 없어졌다면 '마리'라고 소리나는대로 써야 맞습니다.

그래서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것은 '달걀말이'가 맞습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화장지에 말다는 뜻이 살아 있을까요?
그런 뜻이 남아 있으면 '두루말이' 화장지가 맞고,
그런 뜻이 없어졌다면 두루마리' 화장지가 맞는데......

사전도 제각각입니다.
야후 사전에 보면,
'두루마리'를 표제어로 올려놓고
낱말 풀이에는 '두루말이'를 썼습니다.

다음 사전에는
'두루마리'만 표제어로 올라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두루말이'가 맞다고 되어있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루마리'가 맞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진 민중서림에서 나온 사전에는,
두루마리가 맞다고 나와 있네요.

어느 게 맞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여러분 모두 두루마리 화장지 풀리듯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길 바라고,
더불어서 잘 풀리는 여러분 일에 저도 꼽사리 좀 끼워주세요. ^^*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에서는 제가 푼것과 좀 다르게 설명했네요.
아래는 국립국어원 묻고 답하기에 있는 글을 따온 겁니다.

'계란말이, 멍석말이'에서는 '계란, 멍석' 등이 추출될 수 있으나 '두루마리'에서는 '두루'가 단독으로 추출될 수가 없습니다.
즉 '두루마리'의 '두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루마리'의 의미가 '가로로 길게 이어 돌돌 둥글게 만 종이'라는 점에서 부사 '두루'와 '말이'가 합쳐진 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멍석말이, 계란말이' 등은 합성어이지만 '두루마리'는 단일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말, 당초에 2013-12-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4.(수요일)
이 '당초'에 '-에'가 붙어 '당최'라는 어찌씨(부사)가 됩니다.
부정의 뜻이 있는 말과 함께 쓰여 '도무지', '영'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죠.
'당최'를 '당췌'로 쓰면 틀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오다 보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더군요.
근데 이게 안개가 아니라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라고 하니 걱정입니다.

중국….
몇 년 전에는 동북공정으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더니,
며칠 전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땅을 포함하여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하는 일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다고 무시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아직도 우리를 자기네 나라 변방에 있는 작은 속국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당초(當初)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일이 당초 생각과는 다르게 풀렸다, 당초 5월 말까지 끝내기로 한 조사…. 처럼 씁니다.

이 '당초'에 '-에'가 붙어 '당최'라는 어찌씨(부사)가 됩니다.
부정의 뜻이 있는 말과 함께 쓰여 '도무지', '영'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죠.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당최 모르겠다, 겨울에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온다니 어찌 된 일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처럼 씁니다.

'당최'를 '당췌'로 쓰면 틀립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맨 처음을 뜻하는 말로 ‘애초(-初)’도 있습니다.
애초를 강조하면 ‘애당초’입니다.
당초와 애초를 합친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외교부가 하는 꼬라지 하고는...]

뉴스를 보니 북한에서 탈출하신 국군포로를
영사관에서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북으로 끌려갔다고 하네요.
며칠 전에는 탈북자의 애타는 전화를 박대하더니...
도대체 외부교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특히 탈북자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일 텐데 왜 그렇게 처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하는 꼬라지 보라는 욕이나 듣죠.
정말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끝난 텔레비전 연속극 가운데,
여자 주인공이 눈을 약간 내리깔고
'...꼬라지 하고는...'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연기자에게 부탁하여 외교부 앞에서 그 소리 한번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딱 어울리는 말인데...

'어떤 형편이나 처지 따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 '꼴'입니다.
이 꼴은 낮잡아 이르는 말이 '꼬락서니'입니다.
비에 젖은 꼬락서니가 가관이다, 정치인들 하는 꼬락서니가 다 그렇지 뭐...처럼 씁니다.

'꼬라지'는
많이 쓰기는 하지만
실은 아직 표준어는 아닙니다.
아직은 사투리입니다.

꼬라지를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쓰시더라도 '꼬락서니'가 표준어고 '꼬라지'는 사투리라는 것을 알고 쓰시라는 겁니다.

외교부에서 하는 꼬라지를 보면... 참...
북으로 끌려가신 분들은 어찌 되셨을지...
그래놓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요? 그러면 다 인가요?
저야말로 그 '유감'에 '유감'입니다.
이런 때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잘못했다고 하는 겁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비는 겁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마치는 겁니다.
유감은 무슨 얼어 죽을 유감...
하는 꼬라지 하고는...

내친김에 한 말씀 더 드리죠.
어젯밤 MBC 9시 뉴스 헤드라인 뉴스에서
북송된 국군포로 이야기를 하면서 외교라인의 헛점을 보였다고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헛점이라뇨.
'불충분하거나 허술한 점'은 헛점이 아니라 허점입니다.
MBC뉴스에도 그런 '허점'이 있군요.


우리말123

Dec 3, 2013

우리말, 채신머리 2013-12-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3.(화요일)
이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채신'이나 '채신머리'입니다.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입니다.
이를 體身으로 생각해서 '체신'이나 '체신머리'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포근하네요.
이렇게 포근한 날씨처럼 기분 좋은 일이 자주 일어나길 빕니다.

요즘 제 일터에는 올 한 해 수행한 과제를 평가하고자 외부 손님들이 많이 오십니다.
직원들은 평가를 받는 거라서 몸가짐이나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

처신(處身)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뜻합니다.
처신이 바르다, 처신을 잘해야 남에게 귀염을 받는다처럼 씁니다.

이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채신'이나 '채신머리'입니다.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입니다.
이를 體身으로 생각해서 '체신'이나 '체신머리'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손님 앞에서 채신머리없이 구는 것도 문제지만,
속 빈 강정이면서 억지로 채신머리를 세우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쉼표와 마침표]

어제는
오랜만에 집에서 쉬면서
동료 식구를 저희 집으로 불러 재밌게 놀았습니다.

잡채로 일단 입을 좀 푼 뒤,
매운탕과 낙지볶음으로 속을 채웠습니다.
마땅히 곡차도 곁들여서...^^*

저는 어제 잡채, 매운탕, 낙지볶음 따위를 먹었는데요.
'잡채, 매운탕, 낙지볶음'이 맞을까요, '잡채?매운탕?낙지볶음'이 맞을까요?
오늘은 가운뎃점과 쉼표의 쓰임을 갈라볼게요.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가운뎃점을 다음과 같은 때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1. 쉼표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누어질 때
(보기) 철수·영희,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2.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을 나타내는 숫자에
(보기) 3·1 운동, 8·15 광복
3.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보기) 충북·충남 두 도를 합하여 충청도라고 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가운뎃점을 씁니다.

그리고 쉼표는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씁니다.
(보기)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어제 저는
잡채, 매운탕, 낙지볶음을 안주로 먹었고,
소주·맥주 같은 곡차를 마셨습니다.
(실은 복분자술을 마셨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은 온점, ','은 반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온점, 반점보다는
마침표, 쉼표가 더 낫지 않나요?

Dec 2, 2013

섬유산업 미래 밴더가 ‘좌우’ .............국제섬유신문

섬유산업 미래 밴더가 ‘좌우’


글로벌 의류수출 밴더 15社 올 수출 80억불 원ㆍ부자재 구매 40억불
세아, 한세, 한솔 등 원ㆍ부자재 구매 국산 30%, 외산 70%
각사 국내 거래선 1천개社. 대형화 투자 가격경쟁력 시급
섬산련 주도 스트림간 회의. 소재ㆍ밴더 동반성장 마련해야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를 비롯한 초대형 글로벌 의류수출 업체들의 올 수출 규모가 업체 당 최고 14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글로벌 의류수출 밴더들이 사용하고 있는 섬유 원ㆍ부자재의 국산 사용 확대 여부가 국내 섬유산업의 판도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지고........................

대 이란 섬유수출 ‘청신호’ ............. 국제섬유신문

대 이란 섬유수출 ‘청신호’

포멀블랙, 환편니트 수출 비상구 보인다
이란 핵협상 타결. 막혔던 섬유 대량 수출 뚫릴 듯
포멀블랙 한국 독무대 막장투매 방지 제값 받아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재제조치로 죽음의 시장으로 전락한 대 이란 섬유 수출이 이란 핵협상의 극적 타결로 직물류를 중심으로 섬유 수출이 다시 급격한 활황국면을 보일 것으로..........................

Dec 1, 2013

우리말, 녘 2013-12-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월요일)
맞습니다. '녘'에는 방향을 가리키는 뜻도 있습니다.
"들이 있는 쪽이나 지역"을 '들녘'이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1. 오늘 아침 7:12에 KBS 뉴스에서 달력을 만드는 업체를 소개하면서
달력을 만드는 원칙이 업체마다 다른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업체 사장이 "달력 만드는 방식이 다 틀리다."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틀리다'로 나왔습니다.
달력 만드는 방식이 업체마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데 왜 틀리다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이제 사전을 바꿔야 한다고도 말씀하시더군요.

2.
지난주에 새벽녘이나 저물녘으로 쓰고 저녁은 그냥 '녁'을 쓴다고 말씀드리면서
'녘'은 어떤 때의 무렵으로 새벽녘이나 저물녘에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걸 보시고 한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녘'의 '시간성'만을 지적했는데, '들녘'에서의 '녘'은 들이 있는 쪽이나 지역으로 '공간성'까지 뜻한다고요.
맞습니다. '녘'에는 방향을 가리키는 뜻도 있습니다.
"들이 있는 쪽이나 지역"을 '들녘'이라고 합니다. ^^*
고맙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화요일과는 다른 느낌입니다.(화요일과는 틀린 느낌입니다가 아닙니다.^^*)

일터에 나오셨으니 저물녘에 집에 가실 때까지 열심히 일합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들러리]

들러리가 뭔지 아시죠?
제가 얼마 전에 들러리를 선 일이 있어서 오늘은 들러리 말씀 좀 드릴게요.

'들러리'는
'들르다'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의존명사 '이'가 붙은 겁니다.
들르다의 뜻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이므로,
들러리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이 되겠죠.
이 낱말은 본래 우리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서양 결혼식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해 잡귀들이 나쁜 마법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잡귀들의 그런 마법에서 신부를 보호하고자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가 들러리입니다.
악귀로부터 진짜 신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게 바로 '들러리'죠.

이러한 관습은 고대 로마까지 올라가는데요.
로마에서 신부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친구들을 동원해 신부를 납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고자 신부와 비슷하게 생긴사람을 골라 비슷한 옷을 입혀 납치당하는 것을 막은 거죠.

요즘은 그 뜻이 바뀌어,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만 맞춰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낮잡아 들러리라고 하는 거죠.

아무쪼록 제가 들러리를 섰던 그 분이 잘 되길 빕니다.
그래야 제 들러리 노릇도 빛이 나죠. ^^*

우리말123

Nov 28, 2013

우리말, 오구탕 2013-11-2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9.(금요일)
'오구탕'은
"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을 이르는 이름씨(명사)로
날이 훤할 때까지 그 조그만 방 속에서 오구탕을 치는 통에...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그제 보낸 편지에서 '오구탕을 친다'는 월을 썼습니다.
많은 분이 '오구탕'이 뭐냐고 물으셨고, '오구탕을 친다'는 게 좀 어색하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오구탕'은
"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을 이르는 이름씨(명사)로
날이 훤할 때까지 그 조그만 방 속에서 오구탕을 치는 통에...처럼 씁니다.

며칠 전에 눈이 와서 조치원에는 가지 못했지만,
어제저녁에는 반가운 후배를 만나 맘껏 오구탕을 치며 놀았습니다.
후배가 훌륭한 논문을 써서 이름있는 학술지에 실렸기에 그걸 축하해주는 자리였습니다.

황경아 박사!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 실린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해서 훌륭한 연구성과 많이 내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주망태]

소주, 생맥주, 캔맥주, 병맥주, 양주, 칵테일 거기에 막걸리로 마무리...
그렇게 마셨으니 어제 제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겠죠.
어제는 온종일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어제 제 꼬락서니가 딱 고주망태였습니다.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를 고주망태라고 하는데요.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말입니다.
오늘은 고주망태나 알아볼게요.

'고주'는 '고조'에서 온 말입니다.
고조는 '술, 기름 따위를 짜서 밭는 틀'입니다.
옛말로 지금은 이를 '술주자'라고 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노 따위로 엮거나 그물처럼 떠서 만든 그릇'입니다.

술을 받는 틀 위에 망태를 올려놓으면
그 망태는 언제나 술에 절여 있겠죠?

어제 제가 딱 그 모양 그 꼴이었습니다.
술에 절여있는... 작취미성의 상태...

반성하는 뜻으로 이번주는 술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번 주는 제발 술 마실 일이 없기를 빕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오지랖 2013-11-2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8.(목요일)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입니다.
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쓰는 것을 봤습니다.
오지랖이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눈이 내리면 좀 포근할 것 같기도 한데, 바람만 불어 더 추운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니 '침묵하는 법'이 나와 있네요.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조용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 릭 워렌의《하나님의 인생 레슨》중에서 -

* 때때로
침묵이 필요합니다.
침묵하는 법만 알아도
깨달음의 절반은 이룬 셈입니다.
침묵해야 고요해지고, 고요해야
타인의 소리, 하늘의 소리도 들립니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말을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나서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도 적당해야지….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입니다.
이 오지랖이 넓으면 두루 여미기에 좋을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것은 좀….

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쓰는 것을 봤습니다.
오지랖이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햇빛, 햇볕, 햇살]

어제는 햇볕이 참 좋았죠?
아침에 안개가 낀 걸 보니 오늘도 날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 쬐는 해의 따뜻한 기운이
햇볕일까요, 햇빛일까요?
아주 쉽게 가를 수 있는데도 가끔은 헷갈립니다.

햇볕은 해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고,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밝은 빛입니다.

쉽죠?
그럼 아래를 갈라보세요.
햇볕이 따뜻하다, 햇빛이 따뜻하다.
햇볕에 옷을 말린다, 햇빛에 옷을 말린다.
햇볕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 햇빛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
가르실 수 있죠?

답은,
햇볕이 따뜻하다,
햇볕에 옷을 말린다,
햇볕에 그을리다,
햇빛을 잘 받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입니다.

내친김에,
'해가 내쏘는 광선'은 햇살입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햇살이 퍼지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햇볕은 해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고,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며,
햇살은 해가 내쏘는 광선입니다.

오늘의 문제,
눈부신 햇살? 햇빛? 햇볕?
어떤 게 맞을까요?

고맙습니다.

Nov 27, 2013

우리말, 저녁과 저물녘 2013-11-2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7.(수요일)
'녘'은 "어떤 때의 무렵"으로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합성어로 그렇게 쓰지만,
'저녁'은 '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저녁'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눈이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눈이 없어서 좀 실망했습니다. ^^*

저는 오늘 저녁에 조치원에 갑니다.
예전에 국무조정실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서 오구탕을 치기로 했거든요.
아마 조치원이 들썩거릴 겁니다. ^^*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를 '저녁'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저녘'이라고 쓰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아마도 새벽녘이나 저물녘 때문에 그렇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녘'은 "어떤 때의 무렵"으로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합성어로 그렇게 쓰지만,
'저녁'은 '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저녁'입니다.

오늘 '저녁'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족치다]

오늘은 족치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왜 족치다를 소개하게 되었는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고...^^*

족치다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
'견디지 못하도록 매우 볶아치다.'는 뜻으로,
범인을 족쳐 자백을 받다, 그 사내를 잡아서 족쳐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 '족치다'는 '족대기다'에서 온 말입니다.
족대기다나 족치다나 뜻은 거의 같은데,
몹시 족대기는 것을 족치다고 하니까
족치다가 좀더 심하게 볶아치는 것이겠죠.

이런 말에는,
다그치다, 몰아치다, 볶아치다, 잡도리하다, 죄어치다, 종애 곯리다, 직신거리다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표준말이고,
다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아래는 근거가 없거나 약한 말입니다. ^^*
1.
족치다는 足치다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옛날에 결혼식에서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북어로 발바닥을 쳤는데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죠.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412/77_1.html

2.
'족대'는 '궤나 장·상자 따위를 놓을 때, 그 밑에 건너 대는 널.'인데,
이 널빤지로 사람을 괴롭히는데서 족대기다가 나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쳇말로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

날씨가 무척 추울거라고 하네요.
건강조심하세요.

우리말123

보태기)
다그치다 : 일이나 행동 따위를 빨리 끝내려고 몰아치다.
몰아치다 : 기를 펴지 못할 만큼 심하게 구박하거나 나무라다.
볶아치다 : 몹시 급하게 몰아치다.
닦달하다 :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냄
잡도리 :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죄어치다 : 재촉하여 몰아대다.
종애 곯리다 : 남을 속이 상해 약오르게 하다
직신거리다 : 짓궂은 말이나 행동으로 자꾸 귀찮게 굴다

Nov 26, 2013

우리말, 며칠 2013-11-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6.(화요일)
현재 쓰는 맞춤법에서 '몇 일'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무조건 '며칠'이 맞습니다.
한 광고에 나오듯이, 단언컨대, '몇 일'은 없습니다. 모두 '며칠'입니다. ^^*
안녕하세요.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갑니다.
벌써 11월 마지막 주고, 다음 주부터는 12월입니다.
요즘은 하루하루 흘러가는 게 겁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지?"라고 묻는 게 두려운 거죠. ^^*

그리 많지 않은 몇 날을 적을 때는 '몇 일'이 아니라 '며칠'입니다.
그리고 그달의 몇째 되는 날도 '며칠'로 적습니다. 본말은 '며칟날'입니다.

그러나 월은 '며월'이 아니라 '몇 월'로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며칠'로 써야 할지 '몇 일'로 써야 할지 적잖이 헷갈립니다.
'몇 월 몇 일'이 맞는지 '몇 월 며칠'이 맞는지...

그러나 걱정마십시오.
현재 쓰는 맞춤법에서 '몇 일'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무조건 '며칠'이 맞습니다.
한 광고에 나오듯이, 단언컨대, '몇 일'은 없습니다. 모두 '며칠'입니다. ^^*

이 한 해가 가려면 '며칠' 남았죠?
해 놓은 일은 없고,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누가 시간 좀 잡아 주시면 안 될까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떨거지/결찌]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결찌가 모여 재밌게 놀았습니다.
그날 주재는 담근 술이었습니다.
여기에 쓴 주재는 酒材입니다.

양주로 입을 가신 뒤,
처가 구례에서 가져온 산수유 담근 술,
오디 담근 술, 칡 담근 술, 복분자 담근 술...
아니나 다를까 사람은 모여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면 뭐합니까, 자주 모여서 서로 부대껴야죠.

'떨거지'라는 낱말 아시죠?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한통속으로 지내는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은
'결찌'라는 낱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어찌어찌하여 연분이 닿는 먼 친척.'을 말합니다.
우리가 황해 감사의 결찌가 아니라면...처럼 씁니다.
북한에서는 '먼 친척'을 '결찌'라고 합니다.

'가까운 남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친척이라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가까운 이웃에 사는 남만도 못하다는 뜻이겠죠.

떨거지와 결찌도 가까워지려면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주재를 주제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친해지고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오늘은 생각나는 결찌가 있으시면 먼저 전화를 해 보세요. ^^*

우리말123

Nov 21, 2013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은? 2013-11-2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2.(금요일)
어느 외국인이 물어본 거라는데요.
동사 '가다'는 가요. 가라. 가! 처럼 쓰는데
동사 '하다'는 하요, 하라, 하!가 아니라 해요, 해라, 해!가 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시네요.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한 광고에서 나왔듯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주말 즐겁게 보내실 계획 세우셨죠?
저는 애들과 같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 집 문에 비닐을 쳐 드릴 생각입니다. ^^*

아침에 어떤 분이 저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셨네요.

어느 외국인이 물어본 거라는데요.
동사 '가다'는 가요. 가라. 가! 처럼 쓰는데
동사 '하다'는 하요, 하라, 하!가 아니라 해요, 해라, 해!가 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시네요.

제가 잘 몰라서 여러분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위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랜만에 일본말찌꺼기나 좀 씹어볼게요.

어제 어떤 분이 저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몇 시에 어디에서 무슨 회의를 하니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라고 하네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우리말로 좀 하시지......

'기 송부한'은 '이미 보내드린'으로 바꾸면 되고,
'지참'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됩니다.

지참(持參, じさん[지상])은 일본말찌꺼기입니다.
'무엇을 가지고서 모임 따위에 참여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지니고 옴'으로 다듬었습니다.
우리 문화를 없애려고 기를 썼던 일본을 생각하면 일본어 찌꺼기는 단 한마디도 쓰기 싫은데,
그게 뭐 그리 좋다고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가 아니라
'이미 보내드린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이미 보내드린' 대신에 '기 송부한'을 쓰고,
'가지고 오세요.' 대신에 '지참하세요'를 써야만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위신이 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많이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편지나 물품 따위를 부치어 보냄.'이라는 뜻의
'송부'도 행정순화용어에 들어있습니다.
'보냄'으로 쓰시는 게 좋습니다.

Nov 20, 2013

우리말, 싫증과 실증 2013-11-2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1.(목요일)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은 '싫증'입니다.
'실증'은 확실한 증거, 또는 실제로 증명한다는 뜻으로
실증된 사실, 실증적 방법, 실증주의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와 차를 세우는데 라디오에서 모던 토킹이 부른 'You're my heart you're my soul'이 흘러나왔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 노래를 다 듣고 내렸습니다.

그 노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하면서 싫증이 날 때까지 지겹도록 듣던 노래입니다.
그런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더군요. ^^*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은 '싫증'입니다.
말 그대로 싫어하는 증상(症)이죠.
이를 '실증'이라고 쓴 것을 어디선가 봤습니다.

'싫증'과 '실증'은 뜻이 전혀 다른 낱말입니다.
'실증'은 확실한 증거, 또는 실제로 증명한다는 뜻으로
실증된 사실, 실증적 방법, 실증주의처럼 씁니다.

아침에 제가 들었던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아 잇습니다.
http://blog.naver.com/assa3325?Redirect=Log&logNo=133395398

이 노래를 아시는 분들은
'싫증'날 때까지 들어보세요.^^*
이게 아마 옛 추억을 더듬는 '실증'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

고맙습니다.

보태기)
우리말 편지를 보내는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6년 전에 주간동아에 제 이야기가 실렸는데요.
예전에 보낸 편지에 그게 나와 있네요. ^^*
아래 사이트에 가시면 그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7/01/24/200701240500040/200701240500040_1.html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명조 --> 바탕, 고딕 --> 돋움]

이상하게 새벽부터 잠이 깨네요.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4시... 다시 자다 깨서 시계를 보면 5시...

주간동아에 제 이야기가 나왔네요.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7/01/24/200701240500040/200701240500040_1.html
제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꼼꼼하게 쓰셨군요.
참고로, 저는 광주농고를 졸업한 게 아니라,
광주서석고등학교를 졸업(10회)했고, 광주농고에서 교사생활을 한 겁니다.
기사를 써 주신 이미숙 님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여러분은 일터에서 주로 무엇으로 일하세요?
저는 주로 컴퓨터로 일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트랙터가 주 무기(?)였는데,
이곳에 오니 컴퓨터가 주 무기가 되네요. ^^*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가운데서도 주로 문서편집기로 이런저런 자료를 만드는 게 제 일입니다.
저는 hwp라는 문서편집기를 쓰는데,
거기에 나오는 글꼴 말씀 좀 드릴게요.

명조체가 뭔지 아시죠?
내리긋는 획은 굵고 가로로 긋는 획은 가는,
중국 명나라 때의 서풍을 따른 글꼴이 바로 명조체입니다.

고딕체는,
획이 굵은 활자체로 15세기경 유럽의 서풍을 따른 글꼴입니다.

고딕체와 명조체 많이 들어보셨죠?
저는 학교에서,
'ㅣ'를 쓸 때,
맨 위가 왼쪽으로 약간 꺾여있으면 명조체,
그렇지 않고 그냥 반듯하게 내리그었으면 고딕체라고 배웠습니다.

바로 이 명조체와 고딕체를 국립국어원에서 바탕체와 돋움체로 다듬었습니다.
1996년에 신문 제작 분야에서 쓰이는 낱말을 다듬을 때 그렇게 바꿨습니다.
'물체의 뼈대나 틀을 이루는 부분'이 바탕이니,
대표글꼴을 바탕체라고 하는 게 마땅하죠.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뒤로 요즘은 hwp를 막 시작하면 대표글꼴로 명조체가 아니라 바탕체가 바로 뜨는 겁니다.
한 때는 명조체 대신에 신명조체라는 것을 만들어서 쓰다가 지금은 바탕체가 으뜸글꼴입니다.

우리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 말고도,
글꼴이 아름답기로도 손꼽힙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글꼴이 나와 우리 한글의 멋을 한껏 뽐낼 수 있길 빕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주의와 주위 2013-11-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20.(수요일)
'주의'와 '주위'는 다릅니다.
'주위가 산만하다'고 하면 지금 제 일터처럼 나무를 파헤쳐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뜻이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면 어떠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이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쌀쌀하네요. 내일까지는 추울 거라고 합니다.

요즘 제 일터에서는 나무를 파서 전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농촌진흥청이 전주로 이사를 하는데, 나무는 생장이 멈춘 가을에 옮기는 게 좋다면서 지금 나무를 파네요.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추워 좀 삭막한데,
나무까지 파내서 주위가 더 어수선하네요.

'산만하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散漫이라는 한자말로,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글이 산만하다, 주의가 산만하다처럼 씁니다.

'주의'는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하여 기울임"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주의가 산만하다, 주의를 기울이다, 주의를 끌다, 주의를 집중하다, 주의를 환기하다처럼 씁니다.

'주위'는
"어떤 곳의 바깥 둘레"입니다.

'주의'와 '주위' 소리가 비슷하다 보니
가끔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주의'와 '주위'는 다릅니다.
'주위가 산만하다'고 하면 지금 제 일터처럼 나무를 파헤쳐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뜻이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면 어떠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이릅니다.

제 책상 '주위가 산만'해서 그런지 '주의가 산만'해서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가 없네요. ^^*
제 책상 위에 여러 물건이 널려 있어서 그런지 정신이 어수선해서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가 없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터줏대감]

오늘은 귀신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전통 속에 살아 있는 귀신을 소개해 드릴 거고,
종교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가위눌렸다는 말 아시죠?
거기에 나오는 가위가 바로
자는 사람을 누른다는 귀신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집에는 여러 가지 귀신이 함께 삽니다.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축신 따위가 바로 그런 귀신들입니다.

굴왕신은 무덤을 지키는 신이고,
두억시니는 사납고 못된 장난으로 사람을 못살게 구는 귀신,
성주는 집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귀신이며,
조왕은 부엌을 맡은 귀신입니다.
주당은 뒷간을 지키는 귀신이고,
터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입니다.
또,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산아를 돌보는 세 신령을 삼신이라고 합니다.
삼신할머니가 애를 점지해 주셔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 어렸을 때 기억에,
아버님이 상가에 다녀오시면 집안에 들어오시기 전에 뒷간에 먼저 다녀오셨습니다.
그 까닭은,
혹시라도 상가에서 붙었을지도 모르는 나쁜 귀신을
뒷간에 사는 주당이 떼 내주라고 뒷간에 먼저 가신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뒷간에 들어가시면 항상 모자를 먼저 벗으셨습니다.
요즘도 모자를 쓴 채 어른에게 인사를 하지 않듯이,
집안의 귀신에게 모자를 벗고 예의를 갖춘 거죠.

'집단의 구성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 터줏대감입니다.
이 말도 터주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에서 온 말입니다.

오늘 제가 왜이리 주절주절 귀신이야기를 지껄이는지 궁금하시죠?
실은 어제부터 제가 일하는 곳에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셨습니다.
그분은 농촌진흥청 외부과제를 담당하게 되는데,
아무쪼록 앞으로 계속, 쭉~~~ 그 자리에서 그 일을 맡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터줏대감이 되길 빕니다.

혜진 씨!
같이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농촌진흥청 외부과제 터줏대감이 되시면 나중에 저 좀 잘 봐주세요. ^^*

우리말123

Nov 19, 2013

우리말, 웬과 왠지 2013-11-1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9.(화요일)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도 무척 춥네요.
아직 겨울이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날씨가 매서운 것을 보니 올겨울도 무척 추우려나 봅니다.
웬 가을 날씨가 이리 추운지...

'웬'은 관형사로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입니다.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까닭인지 몰라, 웬 걱정이 그리 많은지, 웬 날벼락,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냐?, 웬 낯선 사람처럼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다만, '왠지'는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라는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처럼 씁니다.

올겨울은 일찍 찾아오고, 눈도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왠지’ 눈 구경을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겨울도 오기 전에 ‘웬’ 추위인지 모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상 예보의 정밀도? 정확도?]

날씨가 무척 포근하죠?
지난주 초에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추울 거라고 했는데 따뜻하네요.

며칠 전에 기상청장이 기상 예보가 잇달아 빗나간 것을 사과했습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예측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리인지도 모르죠.
오늘은 기상청 예보가 잘 맞아떨어지길 빌며 정밀도와 정확도를 좀 알아볼게요.

사전에 보면,
정밀도는 '측정의 정밀함을 나타내는 정도.'이고,
정확도는 '바르고 확실한 정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게 그거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서 풀어볼게요.

제가 시계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시계는 한국표준시각보다 5분 빠릅니다.

이 시계가 내년에도 5분 만 빠르고, 10년 뒤, 100년 뒤에도 5분 만 빠르다면,
이 시계는 정밀한 겁니다.
곧, 여러 번 반복해도 측정값이 같다면 그것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표준시각과는 다르므로 이 시계는 정확한 시계는 아닙니다.
참값과 견줘 차이가 나므로 정확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표준시각보다 5분 빠른 제 시계가
매년 1분씩 차이가 줄어들어,
내년에는 표준시각보다 4분 빠르고, 그다음 해에는 3분 빠르고... 4년 뒤에는 1분 빠르고,
5년 뒤에는 표준시각과 맞는다면,
해가 바뀌면서 같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므로 이 시계는 반복 간에 차이가 있어 정밀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5년 뒤에 본 시간은 표준시각과 일치하여 5년 뒤 그 시계는 정확한 시계가 되는 거죠.

다시 정리해 보면,
정밀도(精密度, precision)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正確度, accuracy)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다른 보기로 좀 풀어볼까요?
군대에서 총 영점을 잡을 때,
종이 한가운데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밖에 조금씩 큰 동그라미를 그린 종이에
가늠자로 종이 한가운데를 보고 총을 여러 발 쏩니다.
그때 총알이 지나가면서 뚫린 구멍이 오른쪽 위쪽에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그 총은 정밀한 겁니다.
비록 종이 가운데는 아니지만 연속해서 총을 쏴도 거의 같은 오른쪽 위쪽을 뚫고 지나갔으므로 그 총은 정밀한 거죠.
흩어짐이 작은 겁니다.
그러나 종이 가운데를 맞추지 못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거죠.

정확한 총은,
총알이 종이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경우입니다.

그러나
처음 쏜 총알은 종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고,
두 번째로 쏜 총알은 종이 오른쪽 위를 뚫고 지나가고,
세 번째는 왼쪽 아래, 내 번째는 다시 한가운데...
뭐 이렇게 맞췄다면,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흩어짐이 큰 그 총은 정밀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은 겁니다.

이제는 정밀과 정확을 가르실 수 있겠죠?

이제 언론 기사를 좀 보죠.
기상청에서 1월 31일 낸 보도자료에는 정확이라는 낱말은 8번 나오지만 정밀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고 언론에서 쓴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중앙일보, 1월 31일.
http://news.media.daum.net/culture/life/200701/31/joins/v15565534.html
'자료의 정밀도와 예보관의 예측 능력에 따라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에 쓴 '자료의 정밀도'는 '자료의 정확도'가 맞습니다.
같은 것을 잰 결과로 어제 나온 자료와 오늘 나온 자료가 똑같다면 그건 정밀한 거지만,
기사에 쓴 '자료'는 날씨를 예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말하므로 '반복'이 들어간 자료가 아닙니다.
어제 잰 온도와 오늘 잰 온도는 다른 게 마땅하잖아요.
뒤에 나온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는 맞습니다.

YTN, 2월 1일.
http://tvnews.media.daum.net/part/lifetv/200702/01/ytni/v15591822.html
'우리 현실에 맞고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을 도입해 예보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은
슈퍼컴퓨터에 같은 자료를 넣고 어제 돌리고, 오늘 돌리고, 내일 돌려도 그 결과가 같다면,
그 예보 모델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기상을 예측하는 자료는 수시로 변합니다.
기상과 관련된 자료를 넣어 기상 예보를 뽑아내는 데 그 예보와 실제 기상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정밀'한 게 아니라 '정확'한 겁니다.
따라서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아니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맞습니다.
뒤에 쓴,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는 맞는 말입니다.

머리아프신가요?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쉽게,
정밀도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한다는 것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중앙일보 기사 가운데
'자료의 정밀도'가
기상 예보에 쓸 자료는 얻는 관측과정과 우연오차,
곧, 관측장비와 관측방법에 따른 반복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연오차란 원인이 불명확한 오차를 말합니다.

한ㆍ중FTA 섬유보호책 강구 ............. 국제섬유신문

한ㆍ중FTA 섬유보호책 강구

“초민감 품목 양허제외. 민간품목 관세 20년 내 철폐”
윤 장관, 협상과정 공개 개성공단 제품 중국수출 가능도
섬유ㆍ패션ㆍ신발산업 창조산업 적합. 집중 육성 방침



정부는 한ㆍ중FTA협상과 관련,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섬유 품목 중 초민감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시킨 것은 물론 민감 품목에 대해서도 20년 내 관세 철폐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개성공단 생산 제품도 중국으로 수출되도록 협상하고 있으며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급 아웃도어 생산기지로.................................

Nov 17, 2013

우리말, 멀거니와 멀겋다 2013-11-1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8.(월요일)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은 '멀거니'입니다.
이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그리 많이 논 것 같지는 않은데 벌써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입니다.
아직 정신이 덜 들긴 했지만, 오늘부터 며칠 열심히 살면 또 쉬는 주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삽시다. ^^*

우리말에 '멀겋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1. 깨끗하게 맑지 아니하고 약간 흐린 듯하다.
2. 국물 따위가 진하지 아니하고 매우 묽다.
3. 눈이 생기가 없이 게슴츠레하다.
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이와 헷갈리는 어찌씨(부사)가 '멀거니'입니다.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로
혼자 멀거니 앉아 있다, 이마를 짚고 책상 위를 멀거니 내려다보니...처럼 씁니다.
이 '멀거니'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혼자 멀거니 앉아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멀건 눈망울을 하고 있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합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내 사랑 현아 씨!]

어제 제가 충남대학교 교수 공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야 제 실력이 부족하고 그럴만한 깜냥이 안 되기에 떨어졌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차마 말할 용기가 없어서,
휴대전화 문자로 써서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했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충남대가 사람을 볼 줄 모르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몰라본 충남대가 운이 없는 것이지
당신이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니 기죽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별 말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은 벌써 충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부부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서 사나 봅니다.

오늘은 제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랑타령이나 좀 해 볼까요?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15세기 한글 자료에도 나타나는데,
'생각하다'와 '사랑하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사랑하다는 뜻만 남은 거죠.
이것은 국립국어원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고,
다른 책을 보니,
사랑하다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는데,
생각 사(思) 자와 헤아릴 량(量) 자를 써 사량으로 쓰다가
그게 변해 '사랑'이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국어학자가 아닌 저는 사랑의 뿌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을 품은' 낱말이나 좀 알아볼게요.

사랑옵다 :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굄 :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
굄성 : 남의 사랑을 받을 만한 특성
넨다하다 : 어린아이나 아랫사람을 사랑하여 너그럽게 대하다.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돋가이 : 사랑이나 우정이 도타이, 돈독히, 두텁게
두남받다 : 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
멋진 말이니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한 번씩 써 보세요.

내 사랑 현아 씨!
사랑해요.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굄 받을 짓만 골라하는 지안이 원준이를 그느르며
서로 돋가이 의지하고 기대면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외치고 싶은 말,
현아 씨! 사랑해요. ^^*


우리말123

우리말, 잠 이야기 2013-11-1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5.(금요일)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안녕하세요.

눈 깜짝하니 벌써 주말이네요.
저는 오늘 저녁에 광주에 가서 상가에도 들르고, 선배님 만나 은사님 정년퇴임 건도 상의드리고 새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주말에는 애들 친구네 가족과 함께 1박 2일 놀러 가기로 했고요. 저도 나름대로는 바쁩니다. ^^*

오늘도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가 쓰는 허섭스레기 같은 글보다는 전문가가 쓰신 글에서 배울 게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성기지 님의 글을 자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에 관한 우리말글_성기지 학술위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느라 만든 말이 ‘저승잠’이다. “흔들어 깨워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이 드는 잠”이다. 80년대에 널리 읽혔던 소설 가운데 <죽음보다 깊은 잠>이란 게 있는데, 바로 저승잠이다. 그런가 하면, ‘이승잠’이란 말도 있다. “이 세상에서 자는 잠”이란 뜻으로, 병을 앓고 있는 중에 계속해서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의식불명’이니, ‘식물인간’이니 하는 말을 쓰지만, 옛날에는 아직 이 세상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이승잠’이라 했다.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이나 책을 읽다가 자게 되면, 그 다음날에 일을 하면서 도무지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아무리 참아도 나른하고 자꾸 눈이 감기는 잠”을 ‘이슬잠’이라고 한다. 이슬잠이 오면 의자에 앉은 채로 그냥 자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앉아서 자는 잠”을 ‘말뚝잠’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말뚝잠을 자는 것이니, 잠이 깊이 들 리는 없다.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자주 깨면서 자는 잠을 ‘노루잠’ 또는 ‘괭이잠’이라고 한다. 초상집에 가서 밤을 새울 때에는 아무데서나 잠깐씩 눈을 붙여 잠을 자게 되는데, 이것을 ‘토끼잠’이라고 한다.

‘꽃잠, 왕잠, 저승잠’이 깊은 잠이라면, ‘이슬잠, 말뚝잠, 노루잠, 토끼잠’은 얕은 잠이라고 할 수 있다. 잠 가운데 재미있는 말 한 가지를 더 들면, ‘해바라기잠’이란 게 있다. 수학여행이나 캠프를 가게 되면, 이불 한 장에 여러 사람이 가운데에 발을 모으고 바큇살처럼 둥그렇게 누워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해바라기잠’이라 한다. 해바라기의 모습을 본뜬 말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충남대학교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실은 제가 작년 말에 충남대학교 교원공채에 응모한 적이 있습니다.
1차 서류심사, 2차 논문심사, 3차 공개발표까지 하고,
지난주 목요일에 4차 총장면접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 발표하는데, 아무래도 저는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대학교 교수를 너무 쉽게 봤나 봅니다.
교수 자리가 그렇게 녹록한 자리가 아닌데...

오늘은 아쉬움을 달래며 녹록과 록록, 녹녹을 갈라볼게요.

먼저,
'녹녹하다'는 그림씨로
'물기나 기름기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좀 무르며 보드랍다.'는 뜻입니다.
녹녹하게 반죽을 하다처럼 쓰죠.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녹록(碌碌/錄錄)하다도 그림씨인데,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는 뜻과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녹록하지 않은 사람/나도 이제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처럼 씁니다.

록록하다는 북한에서 쓰는 말로,
'녹록하다'를 그렇게 씁니다.

굳이, 억지로 말을 만들어보자면,
제가 충남대학교를 녹록하게 보고 덤빈 거죠.
(녹녹하게나 록록하게가 아닙니다.)
그러니 떨어지죠. ^^*

아마도 교수가 되기에는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니,
실력과 덕을 더 쌓고, 좀더 겸손해지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고 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일부러 말을 만든 것이고,
저는 절대 충남대학교를 만만하게 보거나, 호락호락하게 보거나 녹록하게 보지 않습니다.
비록 저를 떨어뜨린 학교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를 빕니다.
더불어 이번에 충남대학교 교수가 되신 정 박사님의 앞날에도 큰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저는 오늘부터 베풂을 실천하고자
오늘 점심때 우리 과 직원을 모두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겠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수 떨어진 기념(?)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말 123

보태기)
움직씨 '베풀다'의 이름씨는 '베품'이 아니라 '베풂'입니다.

Nov 13, 2013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2013-11-1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1. 14.(목요일)
흔히 이삿날을 택할 때, ‘손 없는 날’을 가려서 정한다.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날짜를 셀 때, 아흐레와 열흘이 들어간 날(9, 10, 19, 20, 29, 30)을 가리킨다. 이때의 ‘손’은 날수를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춥다고하네요.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 긋그제, …’와 같이 고유어를 지켜서 쓰고 있지만, 절대적 가리킴말에서는 고유어들이 차츰 힘을 잃어 가고 한자말들이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예전에는 ‘초하룻날, 초이튿날, 열하룻날, 열이튿날’처럼 말했었지만, 지금은 흔히 ‘일일, 이일, 십일일, 십이일’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 날짜 세기에서, ‘일일’(1일)부터 ‘이십구일’(29일)까지는 ‘초하루, 초이틀, …, 스무아흐레’처럼 말하지만, ‘삼십일’(30일)은 ‘서른날’이 아니라 ‘그믐날’이라 한다. 또한, 1일부터 9일까지의 우리말은 ‘하루, 이틀, 사흘, …, 아흐레’가 아니라,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 초아흐레’라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흔히 이삿날을 택할 때, ‘손 없는 날’을 가려서 정한다.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날짜를 셀 때, 아흐레와 열흘이 들어간 날(9, 10, 19, 20, 29, 30)을 가리킨다. 이때의 ‘손’은 날수를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이다.

음력으로 한 해의 열한 번째 달을 ‘동짓달’,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섣달’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룻날을 ‘설날’이라고 하는데, 이는 ‘섣+날’이 변한 말이다. 전통적인 우리말 날짜 세기로 ‘섣달 그믐날’이라고 하면, 음력 12월 30일을 가리킨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섣달’이라 하고, 30일은 ‘그믐날’이라 한다. 우리 선조는 이처럼 음력으로 그 해의 12월 말일을 ‘섣달 그믐’으로 불러 왔다.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의 바로 다음날이 정월 초하루이고, 이 날이 음력 설날이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애호박/늙은 호박]

어제는 날씨가 끄물끄물(꾸물꾸물이 아닙니다.)하더니,
오늘은 출근길에 신호등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네요.
오늘 하루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면서 잘 보내시길 빕니다.

얼마 전에 '마르지 않은 붉은 고추'를 뭐하고 하는지를 문제로 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답이 풋고추가 아니라 '물고추'였습니다.

오늘은 호박이야기입니다.
'덜 여문 어린 호박'은 '풋호박'이 아니라 '애호박'이라고 합니다.
그럼,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뭐라고 할까요?

실은,
며칠전 제가 어느 집에 가서 본 호박이 바로 그 호박이었습니다.
나중에 약으로 해 드시려고 놔둔 것 같았습니다.
거 참 맛있게 보이더군요. ^^*

오늘 이야기로 돌아와,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뭐라고 할까요?
참고로 '늙어서 빛이 누렇게 된 오이'는 '노각'이라고 합니다.

답은...

우리말123

보태기)
답은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좋은 우리말 몇 개 더 소개해 드릴게요.
굴타리먹다 : 참외, 호박, 수박 따위가 땅에 닿아 썩은 부분을 벌레가 파먹다.
머드러기 :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수북한 사과 더미 속에서 머드러기만 골라 샀다처럼 쓰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