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9, 2013

우리말, 눈 덮인 산 2013-12-2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7.(금요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가 보낸 편지가 있고, 그 아래에, 편지에 대한 답장이 있습니다.
같이 봐 주십시오.
꼭 같이 읽어보고 싶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



[눈 덮인 산]

눈이 많이 내렸죠?
일터에 나오면서 창밖을 보니
눈 덮인 산이 참 멋지네요.

눈 덮인 산...
눈 덮힌 산...
뭐가 맞죠?

먼저
"일정한 범위나 공간을 빈틈없이 휩싸다."는 뜻의 낱말은 '덮다'입니다.
이 낱말의 피동사는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입니다.
눈에 완전히 덮여서, 눈에 덮인 산처럼 씁니다.

또,
표준 발음법13항에 따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붙게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읽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라고 했습니다.
가끔은 [눈 더핀] 산도 바라보면서 살면 어떨까요?

우리말123


어제 받은 답장을 소개합니다.

오랜만에 답장을 보내는군요.
"표준 발음법13항에 따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붙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발음합니다."

하나. 홑받침, 쌍받침, 조사, 어미, 접미사, 음절...
이런 용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여, 이 풀이를 보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깨우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요?

둘. 본디 글보다 말이 먼저여서, '더핀'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덮인'으로 적자고 학자들이 정한 것이지요. 곧, '덮인'을 '더핀'으로 소리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것이지요.

셋.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까닭은, '더핀, 더퍼라, 더프니, 더프면, 더펐더니' 따위가, 같은 뜻의 낱말이 어떤 씨끝(어미)이 붙음에 따라 그렇게 소리난 것임을 알게 되어, 그 낱말을 '덮-'이라고 적으면 쉬이 알아보겠다 싶어 그리한 것이지요.

넷. 문법이 먼저 있어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먼저 있어 그 법칙을 세우고자 애쓴 결과가 문법이지요. 따라서, 만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문법에 어긋난다면, 우리는 혹시 문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결코 학자들보다 어리석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머리로 문법을 따지지 않고도) 말을 잘 부려씁니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말처럼, 문법을 따지는 학자들이 외려 '자연스런' 말을 하지 못하는 걸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다섯. 문법은 무척 어렵고, 완전하지도 않습니다. 말은 자연스레 발전한 것인데 사람이 모자란 머리로 어떻게든 그 법칙을 세워 보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문법책을 보면서 열심히 말을 배우고자 한다면, 틀림없이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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