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3, 2013

우리말,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2013-12-2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12. 23.(월요일)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드리네요.
그동안 잘 계셨죠? 저는 지난 주말에 외국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오늘부터 빼먹지 않고 편지 잘 보내겠습니다. ^^*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는 옷을 ‘든벌’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합하면 옛날에는 ‘든난벌’이라 했을 테지만, 현대에는 ‘난든벌’이라고 말한다. 문도 먼저 열고 그 다음에 닫는다고 해서 ‘여닫이’이고, 서랍도 빼고 닫는다고 ‘빼닫이’라 부른다.
‘병이 나다’라 하기도 하고, ‘병이 들다’라 하기도 한다. ‘몸살이 났다’를 ‘몸살이 들었다’라 하면 무척 어색하고, 반대로 ‘감기 들었다’를 ‘감기 났다’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몸살은 피로가 누적되어 신체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다. 발병 원인이 신체 내부에 있고 이것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들다’가 아니라 ‘나다’로 말한다. 그러나 감기는 밖에서 몸 안으로 한기가 스며들거나 병균이 침입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나다’가 아니라 ‘들다’로 말하는 것이다.
‘감기 들다’를 ‘감기에 걸렸다’라고도 말한다. ‘걸리다’라고 말했을 때는 뭔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이 있는 경우이다. 옆 사람 답안지를 몰래 보다 들키면 ‘걸렸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감기에 걸렸다’라고 하면 자신의 몸 관리에 부주의해서 감기 병균이 들어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성병이나 에이즈 같은 질병은 ‘에이즈 났다’, ‘에이즈 들었다’라 하지 않고 ‘에이즈 걸렸다’, ‘성병에 걸렸다’라고 말한다. 이들 병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어제 집을 옮겼는데요.
포장이사를 하니 참 편하더군요.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이사하는 걸 보니,
아침부터 아저씨 몇 분이 들어오시더니,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나서,
창문에 걸쳐진 사다리로 짐을 싣더군요.
큰 짐은 바퀴 달린 수레로 밀고,
작은 짐은 들쳐메고...
순식간에 해치우더군요. ^^*

저는 그 틈에도 우리말을 생각했습니다.
저게 들쳐메는 게 맞나, 둘러메는 게 맞나?
들쳐업다는? 둘러업다는 맞나?
여러분도 헷갈리시죠?

들쳐업다, 둘러업다, 들쳐메다, 둘러메다 가운데 어떤 게 맞죠?

'번쩍 들어올려서 업다.'는 뜻의 낱말은


또,
'들어올려서 어깨에 메다.'는 뜻의 낱말은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그게 그것 같아 헷갈리시죠?
표준어는 둘러메다와 둘어업다입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이자리를 빌려 어제 저희집 이사를 해 주신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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