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0, 2014

우리말, 발자국 소리 2014-02-1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2. 10.(월요일)
‘발자국’은 ‘발로 밟은 곳에 남은 자취’를 말한다. 이 자취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지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자국’을 보고 뒤를 따를 수는 있어도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따라 갈 수는 없다.
안녕하세요.

제가 사는 수원에는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음에도 아침 출근길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강원도는 오죽할까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발자국 소리]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거나 도로 한쪽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잘 달리지 못할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에 이런 일이 생기면 지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엔 너나없이 “차가 막혀서 지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차가 막히다’라는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막히다’는 말은 ‘길이 막히다’라는 경우에나 쓸 수 있는 것이지, 차가 막힐 수는 없다.
이때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차들이 너무 많아서 ‘밀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꾸 차들이 밀리게 되면 나중에는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가 막히다’라는 말은 ‘차들이 밀리다’로 고쳐 쓰거나, 아니면 ‘길이 막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이처럼 뜻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말들은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있다.
“맨발 벗고 뛰어라.”고 하는데, 발을 벗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 말은 “신발 벗고 뛰어라.” 또는 “맨발로 뛰어라.”로 고쳐 써야 하겠다.
또, 아이들을 회초리로 때릴 때, 흔히 “종아리 걷어!” 하고 말하는데, 이것도 표현이 잘못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걷어 올리는 것은 바지자락이지 종아리가 아니다. 이때에는 “바지 걷어!”라고 고쳐 써야 하겠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면, “발자국 소리도 안 들렸는데 언제 왔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발자국 소리’란 표현에 대해 우리는 무척 익숙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잘 아는 시 작품에서도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과 같은 구절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란 어떤 것일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발자국’은 ‘발로 밟은 곳에 남은 자취’를 말한다. 이 자취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지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자국’을 보고 뒤를 따를 수는 있어도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따라 갈 수는 없다.
이때에는 ‘발자국 소리’ 대신 ‘발걸음 소리’로 말하면 된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은 ‘발자국’ 모양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발걸음’ 소리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살찌다와 살지다]

어제는 온 식구가 장보러 나갔습니다.
어머니와 아내는 시장을 보고,
저는 애 둘을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전부리를 했습니다.
그 재미가 솔찬하거든요. ^^*

밥 때 말고 아무 때나 이것저것 먹으면 살찌겠지만
그래도 시장에 가면 주전부리하는 그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제 먹은 게 살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살찌다'와 '살지다'를 알아볼게요.

너무 쉽다고요?
'살찌다'가 맞고 '살지다'는 틀리다고요?
아닙니다.

'살찌다'는 움직씨(동사)로
'몸에 살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다.'는 뜻입니다.
살찐 뚱뚱한 사람/살쪄서 바지가 작다처럼 쓰죠.

'살지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살이 많고 튼실하다.'는 뜻입니다.
살진 암소/살지고 싱싱한 물고기처럼 씁니다.
살찐 암소/살찌고 싱싱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두 개를 같이 써 보면,
제 딸내미가 시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먹으면 살찌게 되고,
(아들은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서 괜찮고...^^*)
그 모습을 보면 살진 게 영 보기 싫은 거죠.

두 가지를 가르실 수 있죠?

이제 두 주만 지나면 새해네요.

보태기)
'솔찬하다' 는 '꽤 많다'는 뜻의 전남지방 사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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