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6, 2009

우리말, 논문 덜미 2009-10-27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KBS뉴스에서
(6:42)
안중근 의사 '추모'라고 안 하고 '뜻 기려'라고 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

어제 편지를 보시고

희아리아 아니라 희나리가 맞다는 분이 많으셨는데요.
희나리는 채 마르지 않은 장작을 뜻하고
,
"
약간 상한 채로 말라서 희끗희끗하게 얼룩이 진 고추"는 희아리가 맞습니다
.

어제 황우석 전 교수의 선고재판이 있었습니다
.
'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박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정부지원 연구비 횡령과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3
년쯤 전인가요? 그 일이 터진 게
...
한 대학원생이 논문에 실린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덜미가 잡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안타까운 일로 지금도 제 기억 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오늘은 덜미를 알아보겠습니다
.

덜미에는 목덜미도 있고 뒷덜미도 있습니다
.
목의 뒤쪽 부근을 목덜미라 하고

목덜미 아래의 양 어깻죽지 사이를 뒷덜미라고 합니다
.
이 덜미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
일단 붙잡히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 덜미가 결정적인 약점인 샘이죠
.
따라서 덜미를 잡히는 것은 결정적인 약점을 잡히는 것입니다
.
사람도 덜미를 잡히면 힘을 쓸 수가 없게 되어 덜미를 잡은 사람의 뜻대로 끌려가게 됩니다
.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

오늘 편지는 그냥 덜미를 설명하는 것으로만 봐 주십시오
.
황우석 박사의 연구나 활동에 대한 논쟁으로 휘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

고맙습니다
.

오늘치 예전에 보낸 편지는

몇 년 전 황우석 박사 일이 터졌을 때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뉴스를 보니 참 슬프네요
.
단군 이래 최대의 영웅이라는 황우석 교수
.
저는 그 분야의 지식이 없어서 사실이 뭔지 진실이 뭔지도 모르는 어리보기로

(
어리보기 :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
)
가리사니도 없는 날탕이지만
,
(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한 만한 지각
)
(
날탕 : 아무것도 없는 사람
)
저도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래저래 가슴이 아프고 스스럽네요
.
(
스스럽다 : 수줍고 부끄러운 느낌이 있다
)

교수와 원장이 겨끔내기로 하는 기자회견도 가년스럽고
,
(
겨끔내기 : 서로 번갈아 하기
)
(
가년스럽다 : 몹시 궁상스러워 보이다.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데가 있다
)
떼꾼하며 조쌀하지 못한 황 교수와 노 원장을 보는 것도 너무나 힘듭니다
.
(
떼꾼하다 : 몹시 지쳐서 눈이 쑥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
(
조쌀하다 :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
)
애끓고, 애끊는 아픔이 이런 건가 봅니다
.

우련한 진실에 다가서고자

(
우련하다 : 형태가 약간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다. 희미하게 겨우 보이다.)
이것저것 되작거려 동티 내 군것지게 만든 것 같은 언론이 밉기도 하면서
,
(
되작거리다 : 물건들을 요리조리 들추며 자꾸 뒤지다
)
(
동티 : , , 나무 따위를 잘못 건드려 지신(地神)을 화나게 하여 재앙을 받는 일. 공연히 건드려 스스로 화를 부름
)
(
군것지다 : 없어도 좋을 것이 쓸데없이 있어서 거추장스럽다
.)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기에
...

버물린 두 과학자가 안타깝기도 하고
...
(
버물다 : 못된 일이나 범죄 따위에 관계하다
)
불주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
(
불주다 : 남에게 일부러 곤욕이나 해를 입히다
)
이런 일을 겪으면서 셈들게 될 것 같기도 하고
...
(
셈들다 : 사물을 분별하는 슬기가 생기다
)

이번 일이
,
터울대는 과학기술계에 찬물을 끼얹거나
,
(
터울거리다 : 어떤 일을 이루려고 몹시 애를 쓰다
)
조라떨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
조라떨다 : 일을 망치도록 경망스럽게 굴다
)
이번 일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각다분하지만
,
(
각다분하다 : 일을 해 나가기가 힘들고 고되다
)
이번 일을 너볏하게 잘 넘기고 마물러
,
(
너볏하다 :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하다
)
(
마무르다 : 일의 뒤끝을 맺다
)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계를 그느르는 좋은 기회로 만들면 좋을텐데
...
(
그느르다 : 돌보고 보살펴 주다
)
더불어서 과학기술계는 갈음질하는 좋을 기회로 삼으면 좋을텐데
...
(
갈음질 : , 가위 따위의 연장을 날이 서게 가는 일
)

정말로 가슴이 아프네요
......






[
죄와 벌
]

머리가 어지럽네요
.
과학을 한답시고, 기술자랍시고, 연구자랍시고
,
논문이 조작이다 아니다, 줄기세포가 있다 없다는 것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네요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크나큰 죄를 짓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
당연히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

죄와 벌
...
오늘은 죄와 벌 이야기 좀 할게요
.

흔히
,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
이 말은 ‘죄’와 ‘벌’을 구별하지 못하고 쓰는 것입니다
.

‘죄()’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죄를 범하다/죄를 저지르다/죄를 짓다/죄가 많다처럼 씁니다
.

‘벌()’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으로,
엄한 벌/벌을 내리다/벌을 받다/벌을 주다/벌이 무겁다처럼 씁니다
.

따라서
,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은
,
“너 그러면(그런 죄를 지으면) 벌 받는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

죄는 짓고, 벌은 받는 겁니다
.
당연히, 죄를 짓지 않으면 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

이번 일이 꿈이라면 좋겠습니다
.
방송이 미쳐서 엉뚱한 드라마 하나 만든 거라면 좋겠습니다
.
신문이 돌아서 창작소설을 발표한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
인터넷이 어딘가에 잘못 연결되어 혼자 날뛰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

.........






[
조바심
]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황 교수님 이야기네요
.
이제는 많은 분이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기다리시는 것 같습니다
.
(
‘많은 분들이’라고 하지 마세요
.)
사실 조바심 갖고 덤벼봐야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
10
일에서 보름 정도 후면 결과가 나온다니
,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조바심을 버리시라고 조바심 어원을 좀 말씀드릴게요
.

‘조바심’에서 ‘조’는

오곡의 한 가지인 곡식으로,
밥을 짓기도 하고 떡, 과자, , 술 따위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
볏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9월에 줄기 끝에 이삭이 나와 원통 모양의 가는 꽃이 피고 열매는 노란색의 작은 구형입니다
.

‘조바심’에서 ‘바심’은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인 타작(打作)에 맞대는 순 우리말입니다.
따라서 ‘조바심’은 “조를 타작하는 일”이 되겠죠
.

이 조는 잎이 어긋나 좁고 길게 생겼고, 귀가 질겨 떨어내기가 어렵습니다
.
타작하기가 어려운 거죠
.
그래서 조를 떨 때는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여기저기에 비비고 두드리고 문지르며 쳐댑니다
.
게다가 낱알이 작고 가벼워서 한 곳에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

그러니 조를 타작하는 일은
,
타작 과정이 조심스럽고
,
마음먹은 대로 쉽게 떨어지지도 않으니
,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일쑤인 거죠
.
바로 이런 어원을 가지고 태어난 ‘조바심’이

지금은
,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죠
.

이번 일의 진실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
조바심을 버리고 진득하게 조금만 참으면

곧 진실을 알 수 있겠죠
.






[
논문 진위 여부 -->> 논문 진위
]

설마 했는데
...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

결국 그 논문이 조작된거였군요
......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

아픈 가슴을 달래고자 다른 이야기나 좀 할게요
.

뉴스를 들으니
,
서울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논문 진위’를 조사했다고 하네요
.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

‘진위 여부’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
따라서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
예를 들면,, 생사(生死), 진위(眞僞), 성패(成敗) 같은 낱말 뒤에는 ‘여부’를 쓰면 안 되는 거죠
.
생사, 진위, 성패라는 낱말이
,
이미, 살거나 죽거나,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란 뜻을 담고 있는데
,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가 없잖아요
.
다시 말하면,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

따라서
,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
‘논문 진위’, , 논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한 거죠
.

조난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조난자의 생사’를 모르는 거고
,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연구의 성패’를 모르는 거죠
.

그러나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이 오지 않으면 ‘여부’를 써도 됩니다.
예를 들면
,,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 싶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는 논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고
,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연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에 달렸다는 말이고
,
‘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싶다’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

정리하면
,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
그 낱말 앞에
,
‘그러거나 그러지 않다’는 뜻이 있는, ,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

이제 이 일을 어떻게 매조지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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