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
안녕하세요.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밤인데, 아직도 집에 못 가고 일터에서 남을 일과 싸우고 있습니다. 눈이 감겨와 우리말편지를 쓰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어제 편지에서 몇 가지 실수가 있었네요.
1. 어제는 오랜만에 옛 동료를 만나 저녁에 한 잔 했습니다. 라는 월을 보시고, 딱 한 잔만 했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한잔은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술이고, 한 잔은 딱 한 잔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어제 '한 잔'
한 게 아니라 '한잔'
했습니다. ^^*
2. 어제 편지
끝머리에 옛 동료와 만나 권커니 잣커니할 때는 '소주'보다는
'쐬주'가 더 어울리거든요. ^^* 라고 했는데, '권커니 잣커니'가 아니라
'권커니 잣거니'입니다. 앞에서 잘 설명해 놓고 막상 저는 틀렸네요. ^^*
3. 권커니 잣거니를 설명하면서 잣거니는 아마도 작(酌)에서 온 말 같다고 했는데, 어떤 분이 혹시 '자시거니'에서 온 말이 아니냐는 분이 계시네요. 정확한 말뿌리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왕 편지를 쓴 김에 하나 짚고 갈게요.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이 날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때문에 이름을 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밤을... 뭐 이런 노래
있잖아요.
이 노래 제목인 잊혀진 계절은 맞춤법에
맞지 않습니다. 잊다의 입음꼴(피동형)은 잊혀지다가 아니라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차츰 잊혀 갔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문법을 보면, '잊히다'가
'잊다'의 입음꼴인데, 여기에 부사형 연결어미 '-어'가 오고 그 뒤에 앞말이
뜻하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인 '지다'가 한 번 더
합쳐졌기 때문에 이중피동이 됩니다.
쓰다보니 편지가
좀 길어졌네요. 빨리 일 마치고 들어가야
겠네요.
주말 잘 쉬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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