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 2009

우리말, 누굴 호구로 아나... 2009-11-03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턱이 덜덜 떨리네요.
많이 춥죠?

아니요.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 '상당히' ''를 써야 바릅니다.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춥고, 꽤 춥고, 상당히 추운 겁니다.

요즘 일이 곰비임비 연거푸 일어나는데다, 이것저것 쌓이기까지 하네요.
웬만해서는 일을 겁내는 제가 아닌데, 요즘은 일이 무섭습니다. ^^*

일이 많을 때 저는 일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
어쭈! 이게 날 물로 아나. 내가 네까짓 것 못해볼까 봐 이렇게 한꺼번에 덤비냐? ! 다 덤벼!"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고 나면 속이 좀 풀립니다. ^^*

흔히 자신을 무시한다는 기분을 느꼈을 때 쓰는 말이,
'
날 호구로 보냐?'입니다.
오늘은 호구를 알아볼게요.
겹겹이 쌓인 일이 저를 호구로 보지 말라는 뜻으로...

호구는
휴지나 소용없는 물건을 뜻하는 일본말 反故(ほう-,[호우고])에서 왔습니다.
이를 예스럽게 ほぐ[호구], ほうぐ[호우구], ほご[호고]라고 합니다.

따라서,
'
네가 날 호구로 보냐?'라는 말은
네가 날 휴짓조각으로 보냐?
네가 날 물로 보냐?
날 물렁하게 보냐?... 뭐 이런 뜻이 됩니다.

세상이 제 삶을 물로 보거나 맹물로 볼지는 모르지만,
저를 '호구'로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국어사전에서 ''을 찾아보면
"
자연계에 강, 호수, 바다,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액체"라고 나와 있습니다.
'
맹물'을 보면
"
아무것도 타지 아니한 물."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으므로
네가 날 물로보냐?보다는 네가 날 맹물로 보냐?라고 하는 게 사전에 따르면 맞는 말입니다.
당연히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아야 할 말이고요.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
충남대학교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실은 제가 작년 말에 충남대학교 교원공채에 응모한 적이 있습니다.
1
차 서류심사, 2차 논문심사, 3차 공개발표까지 하고,
지난주 목요일에 4차 총장면접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 발표하는데, 저는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대학교 교수를 너무 쉽게 봤나 봅니다.
교수 자리가 그렇게 녹록한 자리가 아닌데...

오늘은 아쉬움을 달래며 녹록과 록록, 녹녹을 갈라볼게요.

먼저,
'
녹녹하다'는 그림씨로
'
물기나 기름기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좀 무르며 보드랍다.'는 뜻입니다.
녹녹하게 반죽을 하다처럼 쓰죠.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녹록(碌碌/錄錄)하다도 그림씨인데,
'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는 뜻과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녹록하지 않은 사람/나도 이제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처럼 씁니다.

록록하다는 북한에서 쓰는 말로,
'
녹록하다'를 그렇게 씁니다.

굳이, 억지로 말을 만들어보자면,
제가 충남대학교를 녹록하게 보고 덤빈 거죠.
(
녹녹하게나 록록하게가 아닙니다.)
그러니 떨어지죠. ^^*

아마도 교수가 되기에는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니,
실력과 덕을 더 쌓고, 좀더 겸손해지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고 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일부러 말을 만든 것이고,
저는 절대 충남대학교를 만만하게 보거나, 호락호락하게 보거나 녹록하게 보지 않습니다.
비록 저를 떨어뜨린 학교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를 빕니다.
더불어 이번에 충남대학교 교수가 되신 정 박사님의 앞날에도 큰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저는 오늘부터 베풂을 실천하고자
오늘 점심때 우리 과 직원을 모두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겠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수 떨어진 기념(?)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말 123

보태기)
움직씨 '베풀다'의 이름씨는 '베품'이 아니라 '베풂'입니다.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시는 분입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여기저기 누리집에 맘껏 올리셔도 됩니다.
더 좋게 깁고 보태서 쓰셔도 되고, 여러분이 쓰신 글이라며 다른데 돌리셔도 됩니다.
맘껏 쓰세요. ^^*

아래는
꾸준히 우리말편지를 누리집에 올리고 계시는 곳입니다.
이런 누리집이 더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여기에 주소를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국 국어 운동 대학생 동문회
http://www.hanmal.pe.kr/bbs/zboard.php?id=ulimal

우물 안 개구리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jtbogbog&folder=36

구산거사
http://blog.daum.net/wboss

서울요산산악회
http://cafe.daum.net/yosanclimb

도르메세상
http://blog.daum.net/dorme47

함께 걸어가는 세상
http://blog.naver.com/uninote1

머니플랜 가계부
http://www.webprp.com/bbs/zboard.php?id=urimal123

푸른초장,쉴만한물가"
http://cafe.daum.net/A-J

시와 정이 흐르는 토담집
http://cafe.daum.net/ejp312

새한마높
http://kr.blog.yahoo.com/jyhwang99/MYBLOG/yblog.html?fid=1428372&m=l&frommode=

전주향교
http://cafe.daum.net/2j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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