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7, 2010

국제적 위상 높아지고 있는 한국....KDI번역본

FINANCIAL TIMES

국제적 위상 높아지고 있는 한국
(South Korea: Into position / Christian Oliver & David Pilling )

  • 한국인들에게는 떨쳐버려야 할 망령이 있어. 바로 특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가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만국평화회의 참석을 거부당했던 기억임.
    • 이준 열사는 이것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책략을 막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호텔방에서 자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조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시에 울분한, 영웅적 실패자로 여겨지는 이준 열사는, 국제문제에 있어 한국의 무력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음.
  •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나갔고,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이제 아픈 과거를 잊어가고 있어
    • 한국은 세계적 경기침체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국가에 속할 뿐 아니라, 위안화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이라는, 현재로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교적 리더로 부상할 수 있어. 결정적으로 한국은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 그리고 주요 군사 동맹국인 미국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알고 있어
    • 기업 마인드를 지닌 이명박 대통령은 실제로 G20 의장국 역할을 한국이 선진국(coming-of-age)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 있어.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규칙을 만드는 나라와 규칙을 따라가는 나라임. 대한민국은 규칙을 따라가던 나라에서 규칙을 만드는 나라로 성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음.
  • 세계의 규칙을 만드는 역할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시아 최고 부국 중 하나로 부상한 한국에 걸맞은 역할임이 분명해
    •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2만달러 수준으로 과거에 한국을 지배했던 일본과 시장 가격 기준으로 5천달러의 격차가 날 뿐임. 또한 경제성장률은 일본보다 훨씬 견실한데, 이는 한국이 일본을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음을 의미해
    • 서구 및 일본의 다국적기업들은, 자동차ㆍ가전ㆍ조선업에서 이미 효율성을 인정받은 한국 기업들이 원전, 고속철도 등 다른 부문에서도 빠르게 부상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어
    • 금융서비스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일고 있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국민연금은 해외자산 보유액을 2014년까지 1천억달러로 네 배 확대하려고 해. 세계 5위 규모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런던의 HSBC 본사 건물을 12억달러에 인수하고 영국 개트윅 공항 지분 12%를 인수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면화했음.
    •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한국의 편협성과 열등의식이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우리는 할 수 있으며,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어”
  •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임. 북한경제는 어느 때보다도 위태로워 보이는데,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한국에 엄청난 인도주의적인 문제와 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것
    • 또한 한국이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려면, 1980년대에서야 막을 내린 군사독재 하에서 구축된 경제모델을 개선해야 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법 제도가 자신들에 불리함을 깨달으면서, 한국은 해외 투자 유치에 고전하고 있어. 한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액이 연간 약 110억달러인 반면, 중국은 900억달러임.
    • 또한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성장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제적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해
    • 올해 GDP 성장률은 4~5%가 될 것으로 전망돼. 여기서 더 발전하려면 가치사슬의 상위단계로 신속하게 이동해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저비용 생산업체들에 치이고 선진국 기업들의 혁신에 눌리게 될 것
  • 그러나 적어도 한국 기업들은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만큼이나 자신감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 지난해 한국전력 주도 컨소시엄은 프랑스 아레바 주도 컨소시엄을 제치고 200억달러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계약을 따냈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향후 20년 동안 원전 수주 규모가 4천억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 삼성, 현대 등의 기업들은, 중국 다음의 최대 글로벌 시장 기회인 인도에서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앞서 가고 있어. 인도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쿠마르(Rajiv Kumar) 씨는, “홍콩이 중국 본토에 초창기 투자자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한국이 인도에서 홍콩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음.
    • 또한 자원이 빈약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인도 등과 경쟁하면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로 원자재 확보 기회를 찾아 나서고 있어.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공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 자금으로 120억달러를 마련해두고 있어. 한국은 최근 카자흐스탄 원유채굴권을 획득했으며, 캐나다의 하비스트에너지를 41억캐나다달러에 인수함으로써 1일 원유ㆍ가스 생산능력을 5만배럴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음.
  • 이와 같은 기업의 위상 제고와 더불어, 한국이 국제사회에 대해 보다 폭넓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어
    • 이 대통령은 아이티 지진 때 한국의 지원을 친히 지위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은 아이티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구호인력, 의료진, 군인을 파견해, 지금까지 국제 재난 구호 노력 중 최대 규모의 노력을 펼쳐. 한국의 정부 관료들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받는 것에 익숙한 세대에 속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이 높아짐과 더불어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지시해
    • 이 대통령은 한국이 분쟁 지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군대를 파병하기를 바라고 있어. 한국은 이미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전함을 파견했는데, 이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하나인 한국이 해상 운송로가 개방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 또한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인프라 재건 참여를 약속했음.
  • 그러나 올해 G20 정상회의 개최 결과는 이 대통령의 외교 업적에 있어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
    • 글로벌 위기라는 자극 요인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G20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어. 경희대 국제학부 권만학 교수, “G20 정상회의 주최만으로는 한국의 세계적 위상 제고에 충분하지 않아. 한국은 G20 정상회의 폐막 때까지 컨센서스를 도출해야 하며, 출구전략 의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해”
    • 많은 해외 외교관들은 한국 정부가 외교적인 조명을 받게 될 첫 번째 대형 시험대인 G20 정상회의 주최를, 책임보다는 보상으로 받아들일까봐 우려된다고 밝혀. 그러나 많은 이들은 글로벌 위기 후의 의제를 다루려는 한국의 노력에 감명받고 있으며, 한국이 G20을, 점점 가열되고 있는 중국의 환율 논쟁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 중국처럼 유교 전통 속에서 자란 한국 관료들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면 자존심 즉, 체면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 따라서 한국은 내수시장 확대 등의 현안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지 않고도 궁극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돼
    • 또한 한국 정부는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개발 및 금융안전망 설치를 추진 중임. 일례로 한국 정부는 2008년 900억달러의 통화스왑 협정을 맺어 금융시장을 진정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통화스왑 체제 구축을 제안하고 있어.
  •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외교적 위상 제고는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해. 한국 기업들은 비용 압박으로 청정에너지 기술 같은 보다 선진화된 영역으로 진입함에 따라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 현대중공업은 조선 위주의 사업에서, 풍력터빈 및 하이브리드 전기차 부품 사업으로 빠르게 이동 중임. 한국전력은 UAE 원전 수주에 이어, 60억달러의 캐나다 풍력 및 태양광 복합발전단지 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어
    •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리튬전지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한국이, 저탄소 산업에서 소수의 기술 주도국 중 하나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해. 고도로 발달된 한국의 기술 인프라를 감안할 때 다른 분야에서도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 한국은 가계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95%로 독일의 58%를 크게 웃도는 등 세계에서 통신이 가장 발달한 나라임.
  •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또한 한국 유명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해외시장임.
    • 최근 매출액 기준으로 미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1위 전자기업으로 등극한 삼성전자는 올해 일본 15대 전자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 삼성전자의 부상이 소니, 샤프, 파이오니아 등 걸출한 일본 기업들의 몰락에 일조했다면, 이와 유사한 일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 한국 자동차의 미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8%인데, 도요타의 명성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추가적인 이득을 얻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해
    • 그러나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리차드 돕스(서울사무소 디렉터)는, 한국이 전문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중견 기업들의 부족한 강점과 깊이를 확보하려면,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 기업들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들을 분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해
  • 아직은 한국이 그 위치에는 오지 않았음. 그러나 이는 한국의 야심이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해.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를 가아가는 지위가 아니며, 기업들은 세계 도처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칠 능력이 있음을 자주 입증해 왔음.
    • 한국이 외교적으로 더 많은 자신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성공을 거둘 경우, 올해는 이준 열사의 1세기 전 유산을 떨쳐낼 수 있는 시기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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