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1, 2016

우리말, 난장판의 아수라 2016-01-28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6. 1. 28.(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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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난장판의 아수라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도 아직 선거구조차 확정하지 못한 국회는 언제나처럼 오늘도 정쟁에 여념이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난장판’은 여러 사람이 떠들면서 뒤엉켜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양반집 자제들이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던 과거 마당을 ‘난장’이라고 했다. 과거 시험장의 난장에 빗대어, 뒤죽박죽 얽혀서 정신없이 된 상태를 일컬어 ‘난장판’이라고 하였다.

‘난장판’과 똑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깍두기판’이다.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을 깍두기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한자리에 우르르 모여 뒤엉켜 있으면 ‘깍두기판’이 된다. 그래서 질서가 없는 집안을 비유해서 ‘깍두기집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 이름을 팔며 정쟁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정가야말로 깍두기판이라 할 수 있다.

‘난장판’, ‘깍두기판’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아수라장’이란 것도 있다. ‘아수라장’은 “싸움 따위로 혼잡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빠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우리말이 되었지만, 아수라장은 본디 ‘아수라’라는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아수라는 화를 잘 내고 성질이 포악해서 좋은 일이 있으면 훼방 놓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아수라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모습은 엉망진창이고 시끄럽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서 생긴 말이 ‘아수라장’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헌신할 일꾼들이 국민의 눈에 아수라처럼 보여서야 되겠는가.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조카와 조카딸]
[까칠하다와 거칫하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연구소로 돌아와 여기저기 인사다니다 보니 한 주가 다 갔네요.
지난주에 날마다 술을 마셨는데, 제발 이번 주는 술 마실 일이 없기를 빕니다.
사람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왜 꼭 술을 마시면서 혀가 꼬부라져야만 정이 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술이 싫은데...
그러나 막상 술자리에 가면 꼭 한 바퀴를 돌아야 직성이 풀리니... 제 잘못이 더 크죠...

요즘 제 얼굴이 까칠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술을 퍼 마셔대니 얼굴이 좋은 게 오히려 이상하죠.

까칠하다는 낱말을 하시죠?
그림씨(형용사)로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는 뜻입니다.
'가칠하다'보다 센 느낌이 드는 낱말입니다.
꺼칠하다나 거칠하다도 같은 뜻입니다.
까칠하다, 꺼칠하다, 가칠하다, 거칠하다 모두 쓰셔도 됩니다.

요즘은 사람의 성격에도 까칠하다는 말을 쓰더군요.
한 낱말의 쓰임이 넓어진다는 면에서는 좋게 봐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까칠하다에 성격에 관한 뜻은 없습니다.

사람의 성격이 좀 거칠 때 쓰는 낱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거칫하다'입니다.

거칫하다에는 까칠하다와 같이 "살갗이나 털 따위가 여위거나 메말라 윤기가 없이 거칠다."는 뜻도 있고,
"성미가 거친 듯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잠을 못 잤는지 얼굴이 거칫하다,
저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거칫한 것 같지만, 사귀어 보면 아주 부드러운 사람이야처럼 쓸 수 있습니다.

요즘 제 얼굴이 까칠합니다.
게다가 때꾼한 저를 보는 아내도 좀 거칫한 것 같습니다.
제발 술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어제도 마셨고, 오늘도... 그리고 주말까지 날마다 저녁 약속이 있는데, 어찌 버틸지 걱정입니다.
이놈의 술을 빨리 마셔서 없애버려야 하는데...
쩝...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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