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1, 2016

우리말, 엔간하다 2016-01-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6. 1. 20.(수요일)
안녕하세요.

이제 눈이 좀 그치나 봅니다.
어제는 일터에 늦게 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집에서는 일찍 나왔으나, 길이 밀려서 그렇게 된 거겠죠.
그래서 어제 엔간히 늦은 것은 별 말 없이 넘어갔습니다.
사고 없이 일터에 나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마우니까요. ^^*

우리말에 '엔간하다'가 있습니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꽤 가깝다."는 뜻으로
'형편이 엔간하면 나도 돕고 싶다, 그 녀석 엔간해서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엔간하다'는 '어연간하다'가 줄어든 말로
'앵간하다'나 '엥간하다', '웬간하다'로 쓰면 틀립니다.

오늘도 퇴근길은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엔간하면 10분이라도 일찍 퇴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처신과 채신]

안녕하세요.

어제 차비와 채비 이야기하면서 제가 저를 주책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채비나 주책처럼 한자에서 온 낱말로 채신이 있습니다.

채신은 처신(處身)에서 온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처신입니다.
이 '처신'이 바뀌어 '체신'이 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겁니다.
아마도 체신이라는 한자 體身을 떠올려서 그렇게 쓰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체신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처신에서 온,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채신'입니다.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는 '채신머리'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채신보다 채신머리가 더 낮잡은 말 같습니다.

여기에 없다가 붙어 '채신없다'나 '채신머리없다'가 되면,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어제 제가 주책없이 군것을 두고도 채신머리없다고 할 수 있죠. ^^*

한자에서 온 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배추도 백체에서 온 낱말이고,
지렁이도 지룡에서 온 낱말이라고 합니다.

주말입니다.
많이 웃으시면서 편히 쉬시고 월요일을 즐겁게 맞이합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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