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4, 2016

우리말, 대갚음/되갚음 2016-01-1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6. 1. 13.(수요일)
안녕하세요.

차분하게 눈이 내리네요. ^^*

저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여유가 생기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해심도 넓어지고, 배려하는 마음도 더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후배 때문에 골탕을 먹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를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서운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저 녀석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불혹을 넘어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이 되었는데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당한 것을 되갚으로고만 하고 있네요. 제가 이 모양입니다.

우리말
"남에게 입은 은혜나 남에게 당한 원한을 잊지 않고 그대로 갚음"이라는 뜻을 지닌 낱말은
'되갚음'이 아니라 '대갚음'입니다.

어제 당한 것을 대갚음을 하였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죄다 대갚음하고도 남을 호강이 있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되돌려서 갚다’는 ‘되갚음’이 아니라
‘대(對)갚음’입니다.

이 편지를 쓰면서
그 후배가 한 일을 잊고 있습니다.
대갚음하겠다는 나쁜 생각도 같이 지워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어부인이 아니라 그냥 부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만난 어떤 분이 제게 "어부인 잘 계신가?"라고 묻더군요.
아직도 어부인이라는 말을 쓴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어부인'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은 이름씨나 동작씨 앞에 '어'를 붙여 존경을 나타냅니다.
상대편 회사를 '御社'라고하고, 전화도 御電話라고 높여 부릅니다.
그래서 부인도 앞에 어를 붙여 남의 부인을 어부인(御夫人)이라고 높여 말하는 겁니다.
이걸 우리가 그대로 가져가 쓸 까닭이 없죠.

또,
다 아시면서 실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남 앞에서 자기 아내를 소개할 때 '부인'이라고 쓰는 겁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므로
남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면 안 됩니다.
'아내'나 '처'라고 말해야 합니다.
만약, 자기 아내를 남에게 소개하면서 '내 부인'이라고 이야기 하면
나와 같이 있는 남의 아내를 이르는 꼴이 됩니다.
지금 나와 같이 있는 남의 아내라... 좀 거시기 하잖아요. ^^*

요즘은 '집사람'이라는 낱말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집사람'은 집에 있는 사람인데,
직장 생활하는 아내는 '집사람'이 아니잖아요. ^^*
'집사람'은 남존여비 사상이 들어있다고 해서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사전에는 올라 있습니다.

벌써 주말입니다.
이번 주는 제 부인, 아니, 제 아내와 함께 어디로 놀러 가면 좋을지 궁리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우리나라도 '어'를 쓰기는 씁니다.
임금과 관련된 것에 붙이죠.
임금의 명령은 어명(御命)[이고, 임금의 손은 어수(御手)이며, 임금의 나이도 어수(御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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