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0, 2016

우리말, 마을/마실 2016-01-07

안녕하세요.

날씨가 추울 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따뜻하네요. 겨울에는 추워야 제 맛인데, 걱정입니다. ^^*

지난해 12월 14일, 국립국어원은 낱말 11개를 표준말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1년에 짜장면, 먹거리 따위를 표준말로 올렸고,
2014년에는 꼬시다 등 13개를 표준말로 올린데 이어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고시한 이후 세 번째입니다.
표준이 자주 바뀌는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사전이 그만큼 현실 언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봅니다.

기나긴 겨울 밤, 심심한데 '마실'이나 나갈까?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자네 셋째, 참 '이쁘네'.

위에 있는 월을
기나긴 겨울 밤, 심심한데 '마을'이나 나갈까?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자네 셋째, 참 '예쁘네'.
라고 하면 말맛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마실/마을
이쁘다/예쁘다
찰지다/차지다
~고프다/~고 싶다
를 복수표준어로 올렸습니다.

잎새/잎사귀
푸르르다/푸르다
도 별도 표준어로 올렸습니다.

이렇게 사전은 새 뜻을 넣으면서 발전합니다.

앞으로는 '촌스럽다'에도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과 함께
"유달리 시골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여유로운 삶을 찾아 촌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같은 뜻도 사전에 같이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몇 년째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도 사전에 안 올라가네요. ^^*

저는 무척 촌스럽습니다.
촌에서 나서, 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촌을 좋아하며, 지금도 촌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촌에서 살 것이니
저는 당연히 촌스럽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안녕과 앞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다 보니 글을 쓰는 손이 좀 어색하네요.
우리는 지난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허전하고,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그래도 보내드렸습니다.

우리말에 헤어질 때와 만날 때 모두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만날 때도 쓰고 헤어질 때도 그 낱말을 씁니다.

'안녕'이 그런 낱말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동료를 만나면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젯밤에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거죠.
저녁에 집에 가면서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아무 탈 없이 잘 갔다가 내일 다시 보자는 말이겠죠.
사전에 오른 뜻은
감탄사로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만날 때도 '안녕'이라고 말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 말합니다.

'앞날'도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앞날은 이전의 어느 날이나 얼마 전이라는 뜻을 지녀 "전날"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쳐올 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안녕'하지 못했고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노 전 대통령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보내드렸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앞날'을 지지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분의 뜻에 따라,
우리 '앞날'은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아야 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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