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7, 2015

우리말, 싣고 갈까, 타고 갈까 2015-01-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 26.(월요일)
관광객이 비행기나 유람선에 타고 승객이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싣다’라는 표현이 알맞지 않다.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학술위원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싣고 갈까, 타고 갈까 - 성기지 학술위원

가끔 신문을 보면, “승객 몇 명을 실은 여객기”라든가 “승객 몇 명을 싣고 가던 버스가 추락했다.”와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익숙하지만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이 기사에 쓰인 ‘싣다’는 자동차나 배, 비행기 따위에 어떤 물건을 올려놓는다는 뜻을 지닌 낱말이다. 따라서 관광객이 비행기나 유람선에 타고 승객이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싣다’라는 표현이 알맞지 않다.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싣다’의 넓은 뜻으로 “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하여 차, 배, 비행기 따위의 탈것에 오르다.”도 포함시켜 놓았지만, 이는 “버스에 지친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밤중에 강제로 트럭에 실려 갔다.” 들과 같은 제한된 경우를 염두에 둔 풀이일 뿐이다. 자기의 의지대로 탈것에 오르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이 비행기나 배, 버스 또는 짐승의 등에 자기 의지로 오를 때에는 ‘타다’라는 표현을 쓴다. “비행기를 타다, 자동차를 타다, 말을 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무엇에 타게 하는 행위를 나타낼 때에는 ‘타다’의 시킴꼴인 ‘태우다’란 표현을 쓰는 것이 알맞다. 그렇기 때문에 “승객 몇 명을 실은”이란 표현은 “승객 몇 명을 태운”이라 고쳐야 하고, “승객 몇 명을 싣고 가던 버스”가 아니라 “승객 몇 명을 태우고 가던 버스”여야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새벽에는 바람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비가 잦아드니 바람이 이렇게 부네요.

지난주 토요일 08:40, KBS2,
엔도르핀 이야기하면서 '피로회복'이라 했습니다.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실지 궁금합니다.

시간을 못 썼는데 MBC에서 나오는 한 광고에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맨얼굴'이라고 하네요.
그런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민얼굴'이 맞습니다.

토요일 10:39, SBS,
전복 이야기하면서 '피로회복'이라고 했습니다.
전복이 좀 섭섭해하겠네요.
원기가 아닌 피로를 회복해 준다고 해서...^^*

토요일 11:20, EBS 라디오,
'야식'이라고 했습니다. '밤참'이라는 좋은 낱말을 두고 왜 야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교육방송에서...

다행히 일요일 오전 6:50, SBS에서는
자막에 '피로해소'라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자는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더군요.
좋지도 않은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는지 궁금합니다.
원기라면 쓸 데가 많지만...^^*

일요일 아침 6:55, MBC
경기 민요 제 57호라고 했습니다.
순서를 나타내는 제는 뒷말과 붙여 씁니다. '제57호'가 맞습니다.

일요일 오전 9:17, MBC,
자고 가던가...라고 했습니다.
던은 과거, 든은 조건에 씁니다.
자고 가든가(말든가)로 써야 합니다.

일요일 밤 10:05, KBS1,
희귀병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 별로 없어 우리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그런 드문 병은 희귀병이 아니라 희소병입니다.
희귀한 것은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희귀할 것입니다. 드물고 귀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병은 드물 수는 있어도 귀하지는 않습니다.
애들을 괴롭히는 병은 희귀병이 아니라 희소병입니다.

오늘 아침 06:46, KBS2
'청설모'라고 했습니다.
날다람쥐는 '청서'이고 그 청서의 털이 청설모입니다.

같은 방송에서 06:48,
'숫당나귀'라고 했습니다.
'수탕나귀'가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