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1, 2015

우리말, 많다와 잦다(2) 2015-01-0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 9.(금요일)
제 생각에 '잦다'는 간격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고, '많다'는 전체 횟수를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보시고 유영희 님이 댓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유영희 님의 허락을 받고 여러분과 같이 읽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잦다'와 '많다'의 쓰임에 대한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잦다'는 간격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고, '많다'는 전체 횟수를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다'라는 것이 딱히 바르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상황으로 보아 '잦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때가 많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와는 관계없는 의견이 하나 있는데, 답장 쓰는 김에 내친 김에 더 쓸게요.
요즘 구제역이 또 발생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어느 신문에 우리에 있는 소 사진을 싣고 언젠가 구제역이 발생해서 소 67,000마리를 살처분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처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산 채로 매장하는 건데 살처분이라고 하면 마치 죽여서 처분한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어서 뭔가 상황의 심각성을 흐리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게다가 '살처분'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는 아직 올라와 있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생처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저희 애한테 말했더니,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네요.
살처분이라면 '죽인 후 없앤다'가 아니라 '죽이는 방법으로 처리한다'의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저희 아이는 그렇게 생각해서 별 무리 없어 보인다고요. 오히려 '생처분'이라고 하면 '산 채 매장한다'가 아니라 '살아있게 한다'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지만 인터넷에서 '살처분'을 쳐보니, 구제역에 전염된 동물들을 처리하는 방법에는 '생매장처분'과 '소각처분'이 있다고 합니다. '소각처분'은 '죽인 후 태워 없앤다'여서 '죽인 후 없앤다'에 해당하더라고요. (어떻게 죽이는지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생매장처분'을 주로 쓰고 있지만, 일부 '소각처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그렇다면 오해의 여지도 있고 사실과도 딱 맞지 않는 '생처분'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경각심을 살리자고 '생매장처분' '소각처분' 이렇게 구분해서 쓰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사람이 고기를 값싸게 많이 먹기 위해서 대량사육하다가 동물들이 병에 걸리고 생매장도 당한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가슴이 저며오는 기분이 들고 고기맛도 뚝 떨어져요. 그런데 살처분이라고 하면 당연히 죽어야 할 동물을 '죽여서' 없애는 것 같아서 다른 단어로 바꾸면 좋겠는데, '생처분'도 딱 맞는 것 같지는 않아요. 좋은 단어가 없을까요?

이미 있는 바른말 쓰기 운동하기도 어려운데, 없는 말 생각하자고 의논 드리니 짐을 하나 얹어 드리는 것 같네요.
그래도 의논드릴 데가 여기밖에 없군요. ㅠ.ㅠ

고맙습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