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4, 2012

우리말, 애매와 알쏭달쏭 2012-11-05

한자말을 갈음할 우리말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마땅한 우리말이 있다면 우리말을 쓰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제고'나 '감소'보다는 '높이다'나 '줄이다'를 쓰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실은 그보다 하루 앞서 보낸 우리말 편지를 보시고 그 안에 있는 한자말을 꾸짓어 주신 분이 계셔서 그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편지에서
'좋다고도 볼 수 없고, 나쁘다고도 볼 수 없는 그런 애매한 뜻입니다.'라고 쓴 것을 보시고,
애매(曖昧)는 일본투 한문이고, 模糊(모호)는 우리말투 한문이라고 하시면서,
그런 한문보다는
아리송하다, 알쏭달쏭하다,흐리멍덩하다, 흐릿하다, 흐리터분하다, 똑똑하지 않다를 쓰는 게 좋다고 꼬집어 주셨습니다.

또,
'직장내에서 언니 호칭'을 보시고는
굳이 한자 '내'를 쓰지 말고
직장에서, 직장 안에서, 일터에서로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고,
'호칭'을 두고는
부르는 이름, 부름말로 바꾸는 게 깨끗하고 좋다는 편지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고 계시니 우리말이 이렇게 세계로 뻗어나가는 힘을 얻나 봅니다.
여러분도 우리말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데 힘쓰시자고요. ^^*

한자말을 갈음할 우리말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마땅한 우리말이 있다면 우리말을 쓰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반거들충이]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네요.
다음 주는 12월이고... 왠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해 놓은 일이 없어서...

'반거들충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을 뜻하죠.
게으른 놈은 언제나 반거들충이 밖에 안 된다처럼 씁니다.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다 잠시 이곳으로 와서 일 좀 배운다는 게 벌써 2년입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하는데...
이곳 일에 재미를 붙여 한두 해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면 연구 감각이 많이 떨어진텐데...
반거들충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도리'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 "조금도 빈틈없이 썩 모이게 생긴 사람."입니다.
그는 아주 당찬 모도리여서 남에게 사기당하지는 않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제가
모도리는 못되더라도 반거들충이는 되지 않아야 하는데...
11월의 마지막, 곧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으려니 괜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서 나이가 드는 거겠죠? 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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