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9, 2014

우리말, 삐치다와 삐지다 2014-12-2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29.(월요일)
'피로'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합니다.
따라서 '피로'는 없애야 하지 굳이 '회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복한다면 원기를 회복해야겠죠.
'피로회복'이 아니라 '원기회복'이나 '피로해소'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이 해가 지려면 이제 사흘 남았네요.
올해는 기획실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제가 남을 괴롭힌 일도 있고, 남들이 저를 힘들게 한 일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다 지금까지 그 서운함이 남아 삐친 분들도 계시겠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2014년에 그러한 마음을 모두 담아 훌훌 털어버리고자 합니다.
내년에는 삐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죠. ^^*

예전에는
"성나거나 못마땅해서 마음이 토라지다."는 '삐치다'로 쓰고,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는 '삐지다'로 썼습니다.
그래서 서운함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 때 '삐지다'로 쓰면 틀리고 '삐치다'로 써야 맞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15일부터는 마음이 토라졌을 때 '삐지다'고 해도 됩니다.
그날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이 발표되었거든요.

내년에는 연구실로 돌아갑니다.
앞으로는 사람 때문에 ‘삐치는’ 일이 없고,
일 때문에도 ‘삐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모찌와 찹쌀떡]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KBS뉴스에서 '제 1차관'이라고 했습니다.
한자어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되는 차례'의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는 뒤에 오는 낱말과 붙여 씁니다.

오늘은 제 일터에서 승진 심사가 있는 날입니다.
저는 아직 그 틈에 끼지 못해 맘은 편합니다. ^^*

승진이나 시험을 앞두면 찹쌀떡이나 엿을 줍니다.
찰기가 있어 잘 붙으라는 뜻이겠죠.
제가 아는 모든 분들이 승진 심사에서 다 합격하시길 빌며 오늘은 찹쌀떡을 알아볼게요.

일본말에서 찹쌀, 차조 따위 차진 곡식을 もち[餠, 모찌]라고 합니다.
또 그냥 떡을 もち라고도 합니다.
이게 우리말에 들어와 모찌떡 하면 찹쌀떡을 이르게 되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모찌는 일본말에서 왔으니 '떡'이나 '찹쌀떡'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네이버 웹문서에서 '모찌'를 검색하니 127,980건이 나오고,
'모찌떡'을 검색하니 2,647건이 나오며,
'찹쌀떡'을 검색하니 4,849건이 나오네요.
어느 나라 누리집인지 모르겠습니다.

'모찌'라고해야 더 끈끈하고
'찹쌀떡'이라고 하면 덜 쫀득거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앙꼬 모찌'를 들어보셨나요?
'모찌떡' 속에 '앙꼬'가 든 것을 두고 '앙꼬 모찌'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도 엉터리입니다.
앙꼬(anko)도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팥소'로 다듬었습니다.
따라서 '앙꼬 모찌'는 '팥소 찹쌀떡'이라고 해야 바를 겁니다.

'소보로빵'을 아시죠?
소보로(soboro) 또한 일본말에서 온 것으로 '곰보빵'이sk '못난이빵'이라 다듬었습니다.

'오방떡'도 들어보셨죠?
타원형의 판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인데,
이 또한 일본에서 온 말(ooban)로 '왕풀빵'으로 다듬었습니다.

아침부터 먹는 이야기 하니 오늘 얻어먹을 복이 있으려나 봅니다. ^^*

아무쪼록
저와 함께 일하는 오경석 박사, 김경호 박사, 이상규 박사, 김영 박사 모두 좋은 점수로 꼭 승진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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