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7, 2014

우리말, 삐지다와 삐치다 2014-12-1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17.(수요일)
그런데 많은 이들이 '삐치다'를 '삐지다'로 쓰다보니 국립국어원에서 '삐지다'를 표준말로 올렸습니다.(2014.12.15.)
이제는 애들이 토라지는 것을 두고 '삐지다'고 해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와 그제는 정신없이 보내느라 편지를 못 썼습니다.
전주에 살다 보니 서울 나들이가 쉽지 않네요. ^^*

저희집 셋째는 이제 네 살입니다.
지 할 말 다하고, 오빠를 두들겨 패기도 하며, 가끔은 아빠에게 삐치기도 합니다.
어제도 늦게 들어간 저를 붙들고 "아빠 이렇게 늦게 오면 아빠하고 같이 안잘 거야~"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더군요. ^^*

우리말에 '삐지다'와 '삐치다'가 있습니다.

"성나거나 못마땅해서 마음이 토라지다."는 뜻을 지닌 낱말은 '삐치다'이고,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는 뜻은 '삐지다'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삐치다'를 '삐지다'로 쓰다보니 국립국어원에서 '삐지다'를 표준말로 올렸습니다.(2014.12.15.)
이제는 애들이 토라지는 것을 두고 '삐지다'고 해도 됩니다.

셋째가 하는 짓은 모두 귀엽습니다.
삐쳐도 귀엽고, 토라져도 귀여우며, 심지어 울어도 예쁩니다.
그래서 늦둥이를 두나 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그냥 제 아들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토요일, 내일 일요일이 제 아들 생일입니다.
나이는 네 살이지만 이제 겨우 36개월 됐습니다.
두 돌이 좀 지나니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말을 잘합니다.
누가 따로 말하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무척 잘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런 애를 보고, 몸속 어딘가에 말이 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한꺼번에 나온 거라고 하십니다.
배워서 저렇게 하려면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울 수 있겠냐면서...

옛 어르신은 말을 배운다고 하지 않고 말문이 트인다고 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처럼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본디 안에 있던 게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 거죠.

'트이다'는 "식물의 싹, 움, 순 따위가 벌어지다"나 "막혀 있던 것을 치우고 통하게 하다"는 뜻인 '트다'의 입음움직씨(피동사)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말이라는 어떤 싹이나 그런 유전자가 안에 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한꺼번에 나온다고 본 거죠.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주위에서 말을 듣고 배운다지만
자라는 여건이 다른데도 말문은 두 살쯤 되면 다 트입니다.
부모가 키우건 든 할머니가 키우건 그 쯤되면 다 말문이 트입니다.
그래서 저도 저희 어머니 말에 동감합니다.
애들은 어딘가에 말을 품고 있다고 두 돌쯤 지나면 내뱉기 시작하는 거라고...^^*

우리 조상은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우리는 애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줍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이를 세기 시작하니 태어나자마자 두 살이 되는 거죠.
곧, 배 속의 태아도 사람으로 본 겁니다. 그래서 태교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셨겠죠.

또,
옛날에는 자녀를 많이 낳아 길렀습니다.
가난한데도 많이 낳아 길렀습니다.
왜 그리 많이 낳으셨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저절로 생겼다고 할 것이고
애들은 태어나면서 자기 먹을 것은 다 가지고 나오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하실 겁니다.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제 애들이 다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났다고 봅니다.
저는 제 아들과 딸이 차가운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애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라고, 눈치보다는 배려를 먼저 알고 나눔과 베풂을 먼저 아는 아이로 자라라고,
오늘도 오후에 애들과 함께 흙 밭에서 뒹굴고 놀 생각입니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진실한 것이 해와 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해야 햇빛을 받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흙은 만지고 놀면서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흙이 좋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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