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8, 2014

우리말, 말뿌리 몇 가지 2014-12-1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19.(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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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송춘종 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소개합니다.


관용어처럼 쓰이는 우리말 100 가지의 유래(제1회: 1~10가지)

1. 가차없다
사정을 봐 주거나, 용서가 없다는 뜻이다.
가차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그 중 하나는 한자를 만드는 방법인 육서(六書)의 한 가지를 뜻하기도 한다.
이 때의 가차는 적당한 글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어서 대신 쓰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보리를 뜻하는<來(래)>자를 빌어 <오다>를 뜻하는 글자로 쓰던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차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어 오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니,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보기 : 가차없이 그를 처벌해야 한다.


2. 감쪽같다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조금도 흠집이 없다. 는 뜻이다.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곶감의 쪽은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을 뿐만 아니라  말끔히 흔적도 없이 다 먹어 치운다.
이런 뜻이 번져서 현대의 뜻처럼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이 쓰이게 된 것이다.
보기 : 기사님이 망가진 선풍기를 감쪽같이 고쳐 놓았다.


3. 개떡같다
매우 보잘 것 없다. 의 뜻이다.
밀가루나 보릿가루 또는 노깨(밀가루를 곱게 치고 난 찌끼), 메밀 속껍질 등을 반죽하여 둥글넓적한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떡을 <개떡>이라고 한다.
농촌 생활이 궁핍할 때에 흔히 해 먹던 떡으로, 맛이 거칠고 형편없었다.
이러한 개떡에 빗대어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나 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로 만든 떡이라고 해서 <겨떡>이라고 하던 것이 점차 <개떡>으로 변해서 된 말이다.
보기 : 개떡같은 소리를 하다.


4. 거덜이 나다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려 결단이 나다. 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때 궁중의 말과 마굿간을 관리하던 사복시라는 관청이 있었다.
거덜은 사복시의 하인을 말하는데, 궁중에서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큰소리로 길을 비키라고 사람들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잘난 체 거드름 피우는 것을 <거덜거리다>라고 하게 되었고,
이렇게 <흔들흔들>한다는 뜻이 더욱 발전하여 살림이 흔들흔들거리고
밑천을 홀랑 들어 먹는 것을 <거덜이 나다>라고 하게 되었다.
보기 : 노름으로 살림이 거덜 났다.

5. 고뿔
지금은 감기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 <고뿔>이라고 했다.
이 <고뿔>은 마치 <코>에 <뿔>이 난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것은 <코>에 <불>이 난 것이다.
즉 <코>에 열이 난다는 뜻이다. 예전엔<곳블>이었다.
즉 <코>를 뜻하던 옛날 말인 <고>에 <블>이 원순모음화와 된소리가 되어(블―뿔) <고뿔>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자어인 <감기>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기 : 마을에서 제일 고령인 복동 할멈까지도 고뿔 한 번 앓지 않으며 겨울을 보냈다.

6. 고주망태
술을 많이 마시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취한 상태를 고주망태라고 한다. 물론 이는 고주와 망태의 합성어이다.
옛말이 <고조>였던 <고주>는 <술을 거르거나 짜는 틀>인데 오늘날에는 <술주자>라고 한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노로 엮어 만든 그릇>을 이르는 말이다.
술주자 위에 술을 짜기 위해 올려놓은 망태이기에 언제나 술에 절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어 취한 상태인 고주망태란 말은 이에서 연유된 말이다.
보기 : 몸도 못 가눌 만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

7. 곤죽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다가 밥이 몹시 질거나 땅이 질척질척한 상태를 가리키게 되었으며,
나아가 사람의 몸이 몹시 상하거나 늘어진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술을 곤죽이 되도록 퍼 마셨군과 같이 쓰이게 되었다.
보기 : 하수도 공사를 하는데다 비까지 와서 길이 곤죽이 되었다.

8. 골탕먹다
크게 곤란을 당하거나 손해를 입다. 는 뜻이다.
골탕이란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맑은 장국에 넣어 끓여 익힌 맛있는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골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고기 국물을 먹는다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곯다라는 말이 골탕과 음운이 비슷함에 따라 골탕이라는 말에 곯다 라는 의미가 살아나고,
또 먹다 라는 말에 입다, 당하다 의 의미가 살아나서 골탕먹다가 겉으로는 멀쩡하나 속으로 남 모르는
큰 손해를 입게 되어 곤란을 겪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보기 : 그 일을 해내느라 골탕먹었다.

9. 곰팡이
몸 구조가 간단한 하등 균류의 총칭으로, 동식물에 기생하며 어둡고 습기가 있을 때
음식물이나 옷이나 가구 등에 생겨나는 것으로 그 종류가 많다.
<곰팡이>는 그 원래의 형태가 <곰> 이었다. 그리고 이 곰이란 단어는 늘 곰피다, 곰이 피다등으로 쓰이었다.
그러면 <팡이>는 무엇일까? <곰>은 색깔이 노랑 파랑 흰색 검은색 등을 지닌 가느다란 털꽃이 핌으로
곰과 털꽃이 피는 팡이를 어울러 곰팡이로 쓰이게 되었다.
보기 : 음식이 쉬게되면 의례히 곰팡이가 핀다.

10. 곱살이 끼다
남이 하는 일에 곁다리로 끼다는 뜻이다.
노름을 할 때 판돈을 대는 것을 <살 댄다>고 한다.
여기서 <살>은 노름판에 걸어 놓은 목에 덧 태워 놓는 돈이라는 뜻이다.
노름을 할 때 밑천이 짧거나 내키지 않아서 미처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패가 좋은 것이 나올 때에
살을 댄 데다 또 살을 대고 하는 경우가 있다.
살을 댔는데 거기다 또 살을 대니까 <곱살>이 된다.
그래서 정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하는 일에 껴 얹혀서 하는 것을 곱살이 끼다라고 하게 된 것이다.
보기 : 나는 연수네 모둠에 곱살로 끼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리터당과 리터에]

안녕하세요.

요즘 기름 값 너무 비싸죠?
노는 것은 좋은데 기름 값 비싸서 밖에 나가기는 겁납니다.
오늘은 기름 값 이야기로 두 가지를 풀어볼게요.

먼저,
기름값 표시입니다.
모든 주유소는 기름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데 대부분 1,800원/l(필기체)라고 씁니다.
액체의 단위인 리터는 l(필기체)가 아니라 소문자 엘(l) 이나 대문자 엘(L)로 써야 바릅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주유소에서 필기체 엘(l)을 단위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생수도 대부분 필기체 엘(l)을 단위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뭘 잘못 알고 있나 봅니다.
분명히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액체의 단위인 리터는 l(필기체)가 아니라 소문자 엘(l) 이나 대문자 엘(L)로 써야 바르다고 나와 있는데 그것도 틀렸나 봅니다.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읽는 방법입니다.
'1,800원/l'를 대부분 [리터당 천팔백원]이라고 읽습니다.
뉴스건 신문이건 그렇게 읽고 씁니다.
아시는 것처럼 '당(當)'은 씨가지(접사)로 수 또는 단위 뒤에 붙어 '마다'의 뜻을 더하는 뒷가지(접미사)입니다.
마리당 삼천 원, 시간당 얼마, 열 마리당, 40명당으로 쓸 수 있습니다.
'1,800원/l'를 [리터당 천팔백원]이라고 읽는 게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당(當)', 한자 당을 쓰지 않으면 읽을 수 없을까요?
저라면
'1,800원/l'를 [일리터에 천팔백원]이라고 읽거나 [리터마다 천팔백원]이라고 읽겠습니다.

우리말로 바꿀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말로 쉽게 바꿔쓸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말로 바꿔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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