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3, 2014

우리말, 수동형과 능동형 2014-12-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24.(수요일)
방송국에서 어디에 맡겨 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뉴스를 만드는 것이기에
'제작됩니다'보다는 '제작합니다'가 더 좋다고 보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제 실수가 잦네요.

어제 아침에 편지를 쓰고, 그 내용 가운데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맨 앞에 올려놓고도,
편지를 보내면서는 어제 내용을 그대로 보냈네요.
어찌 이러나 모르겠습니다.

저는 편지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다 날아가 버렸는데...

머리를 쥐어짜며 다시 생각을 떠올려 보면... ^^*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KBS 화면에 '뉴스는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됩니다.'라고 나왔습니다.
여기서 '제작됩니다'는 '제작합니다'와 같은 능동형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수동형은 남에게 뭔가 시키는 것을 이르고,
능동형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하는 것을 이릅니다.

KBS에서 뉴스를 남에게 시켜서 만들거나, 뉴스에 있는 내용에서 발뺌하려고 쓴 거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뉴스를 제작한다'고 해야 옳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남에게 내 삶을 대신 살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므로
'부지런히, 열심히 삽니다'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남은 며칠도 내 삶의 한 부분입니다.
남에게 맡기지 말고, 그냥 흘려보내지도 말고, 온 힘 다해 열심히 삽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어느와 여느]

안녕하세요.

어젯밤 11:17, MBC,
주유소에서 기름량을 속여 파는 것을 방송하면서
기름양의 단위를 l(필기체)로 썼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필기체가 아니라 정자로 소문자 엘(l)이나 대문자 엘(L)이 맞다고 그렇게 악을 써도...
11:38에는 '엑기스'라는 자막도 나왔습니다.
방송을 하시는 분들이 '엑기스'가 어떤 낱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실텐데...
더군다나 진행자 네 분 가운데 두 분이 아나운서였습니다.
우리말을 가장 정확하게 쓴다는 아나운서...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어제는 일터에서 숙직을 섰습니다. 그러다 텔레비전을 본 거고...^^*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애들이 자꾸 전화를 하네요.
여느 때와 달리 아빠가 없으니 허전한가 봅니다.

오늘은 '어느'와 '여느'를 갈라볼게요.
무척 쉬운데 막상 쓸 때는 헷갈립니다.

먼저
'어느'는 특별히 제한되지 않음을 뜻하거나 그 어떤 것이라도 해당함을 나타내는 매김씨(관형사)입니다.
여럿 가운데서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사람이나 사물을 이를 때 쓰죠.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 과일 가운데 어느 것이나 마음대로 가져라, 어느 부모도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처럼 씁니다.

'여느'는
특별나지 않고 예사로움을 뜻하거나 특정한 것과 대조되는 보통의 다수와 관련된다는 뜻의 매김씨(관형사)입니다.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여름은 여느 여름보다 더운 것 같다, 지금은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가볍다처럼 씁니다.

그래도 헷갈리신가요?
다시 갈라볼게요.

'어느'는
'어느 게 좋아요?'처럼 여럿 가운데 무엇인지를 물을 때 쓰거나
'어느 누구도 모른다'처럼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될 때 씁니다.

'여느'는
'여느 여름보다 덥다'처럼 그 밖의 예사로움을 나타낼 때 쓰거나
'여느 때와 다르다'처럼 다른 보통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어제 '여느' 때와 달리 제가 집에 들어가지 않아 애들이 저를 기다린 것이고,
저는 아들과 딸 가운데 '어느' 누구라도 통화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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