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1, 2011

우리말, 아름되 2011-11-22

'아름되'는 "대추, 밤 따위를 많이 담기 위하여 꾹꾹 눌러 담는 되"라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무척 춥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추워도 내복을 입지 않았는데, 이제는 추위와 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 이번 겨울 처음으로 내복을 입었습니다. ^^* 어젯밤에도 우리말 겨루기를 봤습니다. 어떤 분이 '대추'라는 제시어를 보자마자 '아름되'를 바로 맞히시더군요. '아름되'는 "대추, 밤 따위를 많이 담기 위하여 꾹꾹 눌러 담는 되"라는 뜻입니다. '아름'이 꽃을 한 아름 사오다할 때 아름에서 왔는지, 잘 익은 밤송이 아람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고 멋진 우리말인 것은 분명합니다. ^^* '푼더분하다'는 낱말도 나왔습니다. 생김새가 두툼하고 탐스럽다는 뜻도 있지만, 사람의 성품 따위가 옹졸하지 아니하고 활달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저는 얼굴이 푼더분하지는 않지만, 성품만큼은 푼더분하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 이 자리를 빌려...] 안개가 짙게 끼었네요. 출근 잘 하셨죠? 주말 잘 보내셨죠? 저는 작년 마지막 날에는 가족과 함께 찜질방에 갔고, 올 첫날은 집에서 애들과 함께 뒹굴었습니다. 찜질방에서 박범신 님의 ‘남자들, 쓸쓸하다’는 산문집을 봤는데요.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제 아내도 지금 보고 있습니다. 연초라 좋은 내용으로 시작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작년 반성부터 해야 할 것 같네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말 시상식에서 꼭 지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상을 받는 사람 거의 다가,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라는 말을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분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올 한 해 많이 도와주시고...이 자리를 빌어 시청자/청취자님께 감사하고...’ 아마, 올 초 행사장에서도, 그런 말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는 틀린 말입니다. 최근에 맞춤법이 바뀐 게 18년 전인 1988년입니다. 그전에는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라는 말이 맞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빌다’에 1. 남의 물건을 도로 주기로 하고 가져다가 쓰다. 2. 남의 도움을 보수 없이 그냥 힘입다. 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빌리다’는, ‘도로 찾아오기로 하고 남에게 물건을 얼마 동안 내어 주다’로 ‘빌다’와 ‘빌리다’를 갈랐습니다. 그러나 1988년 맞춤법을 바꾸면서, 일상에서 잘 가르지 않고 가르기도 힘든 이 두 낱말을 ‘빌리다’로 통일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물건이나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뜻은 없습니다. 또, 어디에도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 3에 나온 뜻을 따르는 보기를 보면,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그는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기의 속 이야기를 풀어 갔다./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고위 관리들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어부의 말을 빌리면 토종 어종은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강쇠의 표현을 빌리자면 씨가 안 먹는 말이라는 것이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좀 길었는데요. 정리하면, 인사말을 할 때 흔히 말하는 ‘이 자리를 빌어...’는 틀리고, ‘이 자리를 빌려...’가 맞습니다. 제가 우리말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이 편지를 빌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아니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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