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4, 2011

우리말, 맨송맨송과 맹숭맹숭 2011-10-25

몸에 털이 있어야 할 곳에 털이 없어 반반한 모양, 산 따위에 나무나 풀이 우거지지 아니하여 반반한 모양,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아니하여 정신이 말짱한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는 '맨송맨송'입니다. 여기에 맨숭맨숭과 맹숭맹숭도 표준말로 인정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편지가 좀 깁니다. 되도록 짧게 쓰려고 하는데 할 말이 좀 많아서... ^^* 1. 오늘 아침에는 이번 가을 들어 처음으로 귀가 시려웠습니다. 아침 방송에서는 "오늘 아침 많이 춥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네요.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따라서 많이 추운 게 아니라 꽤 춥고, 상당히 추운 겁니다. 2. 요즘은 우리말 편지를 보내면 그날 읽어보시는 분이 반이 안됩니다. 1/3정도 밖에 안 되네요. 점점 편지를 여시는 비율도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말 편지가 이제는 좀 물렸거나 싫어지셨나 봅니다. 뭔가 다른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편지를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3. 어제 편지에서 문제를 냈습니다. 그러나 편지를 꼼꼼하게 읽지 않으셔서인지 안타깝게도 한 명도 답장을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단 한 명도... 그래서 힘이 좀 빠지네요. 문제를 아무도 보지 않으셨으니 답을 알려 드릴 필요도 없겠죠? ^^* 4. 오늘도 지난 8월 31일 바뀐 규정에 따라 새롭게 표준말이 된 낱말을 알아보겠습니다. 몸에 털이 있어야 할 곳에 털이 없어 반반한 모양, 산 따위에 나무나 풀이 우거지지 아니하여 반반한 모양,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아니하여 정신이 말짱한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는 '맨송맨송'입니다. 여기에 맨숭맨숭과 맹숭맹숭도 표준말로 인정했습니다. 말맛(어감)이 달라 표준말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말맛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에서 맨숭맨숭과 맹숭맹숭이 틀렸다는 편지인데요. 이제는 그런 낱말을 써도 되니 누리집에 올리신 분은 지워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맨숭맨숭/맹숭맹숭 >> 맨송맨송] 요즘 무척 덥죠? 이 더운 날씨에 논에 나가서 일하는 것을 제 부모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지... 논에서 일할 때는 누가 뭐래도 술이 한 잔 들어가야 일이 잘됩니다. 그런 때는 몇 잔 마셔도 취하지도 않죠. 몇 잔 들어가면 정신은 말짱하면서 피곤함도 잊은 채 일할 수 있거든요. 어제는 퇴근 후에 고향 친구와 맥주를 한 잔 했습니다. 좋은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니 취하지도 않더군요. 말짱한 정신으로 새벽에 들어갔습니다. 흔히,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아니하여 정신이 말짱한 모양”을 ‘맨숭맨숭’이나 ‘맹숭맹숭’이라고 하는데요. 그건 ‘맨송맨송’이 맞습니다. 몸에 털이 있어야 할 곳에 털이 없어 반반한 모양, 산에 나무나 풀이 우거지지 아니하여 반반한 모양도 ‘맨송맨송’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머리털이 맨송맨송 다 빠졌다’처럼 쓰죠. 표준어 규정에,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낱말은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좋게 지내거나 이야기하는 모양”도 ‘오손도손’이 아니라, ‘오순도순’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끼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다’처럼 쓰죠. 요즘은 찜질방 장사가 안 되겠어요. 낮에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데, 누가 돈 내고 찜질방 가겠어요? 아무리 드실 게 없어도, 더위는 먹지 마세요.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에누리] 어제 오후에 가족과 함께 대형 시장에 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 쎄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모두 ‘20% 에누리’라고 썼네요. 한 5-6년 전입니다. 어떤 술자리에서 제가, “‘세일’이라는 이상한 말을 쓰지 말고 ‘에누리’를 쓰자”고 했더니, 대부분의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세계화가 안 된다. 그럼 비행기도 날틀이라고 하고 이화여대도 배꽃계집큰학교라고 해라. 그따위 소리 잘못하면 북한 따라간다는 말 들으니 조심해라. 이상한데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해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농업 하는 사람이 무슨 한글 나부랭이냐. 그렇게 고리타분해서 어디에 쓰겠냐? ...... 그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서 잘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에누리’말씀을 좀 드릴게요. ‘20% 에누리’가 무슨 말이죠? 1만 원짜리 물건을 20% 깎아 8천 원에 준다는 말이죠? 맞죠? 만약에, 1만 원짜리 물건에 ‘20% 에누리’라고 붙여 놓고, 1만2천 원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 물건을 판 사람은 사기꾼이겠죠? 아니요. 그 사람은 사기꾼이 아닙니다. 1만 원짜리 물건에 ‘20% 에누리’라고 붙여 놓고, 8천 원을 받아도 되고, 1만2천 원을 받아도 됩니다. 우리말 ‘에누리’는 정반대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사전에서 ‘에누리’를 찾아보면, 1. 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 값. 2. 값을 깎는 일. 3. 실제보다 더 보태거나 깎아서 말하는 일 4. 용서하거나 사정을 보아주는 일 로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누리가 없는 정가(正價)이다. 인심이 순후하여 상점에 에누리가 없고 고객이 물건을 잊고 가면 잘 두었다가 주었다. 에 나오는 ‘에누리’는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을 말하고, 정가가 만 원인데 오천 원에 달라니 에누리가 너무 심하지 않소? 에누리를 해 주셔야 다음에 또 오지요. 에 나오는 ‘에누리’는 “값을 깎는 일”이고, 그의 말에는 에누리도 섞여 있다. 정말 소중한 얘기는 그렇게 아무한테나 쏟아 놓지 않는 법이야. 설사 하더라도 에누리를 두는 법이지. 에 나오는 ‘에누리’는 “실제보다 더 보태거나 깎아서 말하는 일”이며, 일 년 열두 달도 다 사람이 만든 거고 노래도 다 사람이 만든 건데 에누리없이 사는 사람 있던가? 에 나오는 ‘에누리’는 “용서하거나 사정을 보아주는 일”을 말합니다. 따라서, 주인이 에누리한 물건을 손님이 에누리해서 샀다면 그것은 본전입니다. 재밌지 않나요? 어쨌든, 시장에 붙은 ‘20% 에누리’는 정가보다 20% 깎아준다는 말이지, 설마, 다른 가게보다 20% 비싸다는 뜻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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