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8, 2011

우리말, 공부 말뿌리 2011-10-19

오늘은 말뿌리(어원)를 소개해 주신 분의 편지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bobntae라는 분이 보내주신 편지인데요, 학습(學習, study)을 왜 공부(工夫)라고 하는지를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단풍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벌써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나 봅니다. 오늘은 말뿌리(어원)를 소개해 주신 분의 편지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bobntae라는 분이 보내주신 편지인데요, 학습(學習, study)을 왜 공부(工夫)라고 하는지를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내가 고등학생 때(1950년대) 왜 배울 學을 안 쓰고 공부工夫(영어로 Carpenter)로 쓰나? 내게 가르쳐줄 사람을 만날 수가 없어서 얼마나 애썼던지... 우리 한문은 學習 일본 한문은 勉强(벤교) 그럼 공부工夫는 어디서 왔느냐? 옛날 절(寺)에 잡일을 하는 사람을 工夫라고 불렀답니다. 왜냐면 문짝이 떨어지면 고치는 일도 했으니 그랬나 봅니다. 어느날 지주 스님이 반야심경을 가르치다 정랑에 가는데 공부가 마당을 쓸며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서 였들으니 반야심경을 줄줄 외는 것이었다. 볼일을 보고 나오며 또 들으니 반야심경이 맞다. (정랑 : 화장실을 절에서 부르던 이름, 강원지방에서도 그렇게 썼음) (절에서는 정랑은 본건물 밖에 있는 화장실, 정실은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 해우소는 경봉 스님이 나중에 지음) 방에 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반야심경을 배우는 (학승)스님에게 "어서 공부를 불러오너라."하셨고, 방에 들어온 공부에게 네가 빗자루질을 하며 을픈 게 뭣이더냐하고 물으니 "반야심경이 옵니다."라고 대답하기에, 그럼 어디 한번 을퍼보거라하니 반야심경을 줄줄 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우던 스님들에게 회초리를 들며 "공부처럼 학습(배움)을 제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공부처럼'이란 말이 이 절에서 저 절로, 절에서 마을로 퍼져서 학습 대신에 공부처럼을 쓰게 됐는데 나중에 '처럼'이 없어지고 '공부'만 남게 됐답니다. 그래도 학습은 아직도 목숨이 남아서 '학습지'라고 쓰지요? ㅋㅋㅋ. 어느 스님이 쓴 글을 읽고 40년이란 세월이 흐른 다음에 한(?)를 풀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그러니 공부와 왜말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요, 위에서 적은 것처럼 그들은 '벤교'勉强라고 합니다. 왜놈말이 많이 남아서 우리가 쓰고 있지요. 몇 낱말만 보면 야구野球 중국에선 방망이로 하는 운동이라고 봉구棒球라 하지요. 축구蹴球 중국에선 발로 하는 운동이라고 족구足球, 어느 게 맞는 것 같아요? 야채野菜 들에서만 나나요? 중국에선 소채蔬菜, 우린 채소菜蔬, 살가운 우리말에 나물, 남새, 푸성귀가 있는데 식당에서고 어디서고 모두들 야채만 쓰다니 정말로 대한민국이 맞나요? 소한민국만도 못하지요. 부끄럽습니다만 몇 자 적었습니다. 혹 틀린 게 있으면 고쳐주시고 내게도 알려주시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보태기) 일본말 사전을 뒤져보니, '勉强'은 나와 있지 않고, '工夫'는 나와 있는데, "좋은 방안을 찾으려고 생각을 둘러쌓여 것 또는 그 방법이나 수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끄물끄물/꾸물꾸물] 어제 오후에 하늘이 끄물끄물 하더니, 온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 치면서 돌풍이 불더군요. 저는 그런 날은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지은 죄가 많아서... 흔히,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는 모양”을 보고, 날씨가 ‘꾸물꾸물’하다고 하는데요. ‘꾸물꾸물’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이나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 으로, 꾸물꾸물 기어 다니다/병력이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다. 처럼 씁니다.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는 모양”은, ‘꾸물꾸물’이 아니라, ‘끄물끄물’입니다. 하늘이 갑자기 끄물끄물 흐려지다/불빛이 끄물끄물 희미해져 가다처럼 씁니다. ‘끄물끄물’과 ‘꾸물꾸물’은, 발음이 비슷해서 가끔 섞갈리는 말입니다. 날씨가 끄물끄물 한 김에 눈이나 좀 왔으면 좋겠는데, 오늘 아침은 화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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