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5, 2011

우리말, 먹거리와 먹을거리 모두 맞습니다 2011-10-05

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로 화초나 나무를 가꾸기도 하고 푸성귀 따위를 심기도 하는 공간을 '뜰'이라고 하는데, 이를 문학에서 가끔 '뜨락'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받아들여 추상적 공간을 비유하는 뜻으로 '뜨락'을 표준말로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수원 집에서 이곳 광화문에 있는 일터까지 오는 데 100분이 걸립니다. 좀 힘들기도 하지만, 일터 바로 앞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어 아침마다 인사드리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 지난 8월 말에 바뀐 규정에 따라 현재 표준말과 별도의 표준말로 인정한 낱말이 25개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먹거리'입니다. "먹을 수 있거나 먹을 만한 음식 또는 식품"은 '먹을거리'입니다. 거기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는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먹거리'도 표준말로 인정했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3년에 보낸 편지에 있는 '먹거리'가 틀렸다는 글입니다. 이제는 맞으니 아래 있는 글이 누리집에 올라 있으면 지워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때 공부 참 많이 했었네요. ^^* 오늘도 자주 웃으시고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먹거리? 먹을거리!] 방금 텔레비전에서 보니, 한 회사에서 ‘바른 먹거리’라고 떠벌리면서 자기 회사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노라고 주장하네요. 한심한지고... ‘먹거리’가 아니고 ‘먹을거리’입니다. 그것도 모르면서, ‘바른’이라는 낱말은 왜 쓰는지... 작년에 어느 잡지에 썼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좋은 하루 만드세요. 먹거리? 먹을거리! 예전에는 주로 쌀•보리•조 따위 곡류만을 양식으로 보고 푸성귀•고기류 따위는 식품으로 여기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곡류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을 아우르는 말이 필요하다. 그 말이 바로 ‘먹을거리’, ‘먹거리’다. 농업에서 꼭 나올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먹거리’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먹을거리’라고 쓰는 사람도 있으며, 구별 없이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도 있다.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먹거리’와 ‘먹을거리’라는 말이 어지럽게 같이 쓰이고 있다. 도대체 ‘먹거리’와 ‘먹을거리’ 중 어떤 게 맞는 말일까? ‘먹거리’가 ‘먹을거리’에 비해 더 많이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먹거리’라고 쓰면 안 되고 ‘먹을거리’라고 써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전에 “‘먹거리’는 ‘먹을거리’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는데도 ‘먹거리’라는 말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활개치며 나댄다. 왜 그럴까? 이번 글은 잘 쓰고 있는 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말에 어깃장을 놓거나 가탈 부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따따부따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어떤 것을 쓰건 간에 정확하게 알고 쓰자는 것이다. ‘먹거리’가 옳다고 주장하는 편의 생각과 ‘먹을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의 말을 정리했고, 몇 가지 사전과 우리말 관련 단체가 ‘먹거리’와 ‘먹을거리’를 보는 차이도 정리했다. ‘먹거리’가 맞다 한글학회에서 만드는 한글 새소식 제57호(1977. 5. 5.)에 보면 김 아무개 씨가 쓴 “‘식량 정책’ 대신 ‘먹거리 정책’을 써야”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이 글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내용은 “‘식량’이라는 일본식 한자 대신 우리말인 ‘먹거리’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먹을거리를 다 나타낼 수 있는 우리 토박이말에 ‘먹을거리’와 ‘먹이’가 있는데, ‘먹이’는 가축의 사료를 뜻하므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먹을거리를 다 나타내는 데는 적당하지 않고, 먹을거리의 준말인 ‘먹거리’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조선일보에는 “食糧의 우리 옛말 ‘먹거리’ 27년 뛰어 辭典에 올렸다”라는 기사가 있다.(1984. 10. 10. 조간 11면)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농업기구 한국협회 이사인 김 아무개 씨가 “만 27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식량이란 일본식 한자어 대신 ‘먹거리’(‘먹을거리’의 준말)란 우리말을 쓰자고 고집”해 왔고, 한글 낱말 정착을 위해 ‘먹거리 연구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도 했으며, 마침내 “‘먹거리’가 잊혀져 가는 우리의 옛말임을 확인했고 조어법에도 들어맞음을 증명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글학회가 9일 한글날을 기해 ‘쉬운말 사전’을 펴내면서 김 씨의 주장을 인정, ‘먹거리’란 낱말을 순수한 우리말의 하나로 수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먹거리’라는 낱말은 1970년대에 우리 곁에 시나브로 나타났다. 그 뒤, ‘먹을거리’보다 ‘먹거리’가 말하기 편하고 간단하다는 이유로 자주 쓰이게 되었고, 거기에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먹거리’를 살려 쓰는 운동을 펼쳤다. 그 노력으로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실리게 되고, 언론에도 널리 알려져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렇듯 ‘먹거리’라는 말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써온 말이며, 한자어인 음식•식품 따위의 낱말에 억눌려 잊어버릴 뻔한 우리말을 되찾은 것이다. ‘먹거리’는 일부 지방의 방언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지역에 관계없이 두루 사용해온 낱말로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값진 말이다. 그런데 이 ‘먹거리’가 우리말 규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1999년에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먹거리’는 ‘먹을거리’의 잘못”으로 올라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두 개의 낱말이 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드는 합성법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통사적 합성법이고 다른 하나는 비통사적 합성법이다. 통사적 합성어는 우리말 성분 배열 방식에 따라 합성한 낱말을 말하고, 비통사적 합성어는 우리말의 성분 배열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합성한 낱말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슬비, 작은집, 새해’ 따위는 통사적 합성어며, ‘덮밥, 꺾쇠, 접칼, 늦더위, 검버섯’ 따위는 비통사적 합성어다. ‘먹거리’는 ‘동사어간-명사’의 형태를 갖는데, ‘덮다, 꺾다, 접다’라는 동사의 어간에 관형형 어미 ‘~(으)ㄴ’ 없이 바로 명사 ‘밥, 쇠, 칼’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동사의 어간에 바로 명사가 이어지는 낱말의 구성이 우리말의 조어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게다가, ‘먹을’에서 ‘먹’은 실사고, ‘을’은 허사로, ‘을’이 실제로 낱말의 기본 뜻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형식에만 얽매이는 건 오히려 우리말의 자유스러운 활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먹거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외래어에 짓밟힌 우리말 중 어렵게 우리네 일상에 뿌리 내린 ‘먹거리’를 문법 규칙을 들어 죽이는 데 대해서 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한 술 더 떠 실생활에서는 ‘먹을거리’보다 ‘먹거리’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판이 이렇게 돌아가니 당연히 ‘먹거리’를 ‘먹을거리’와 함께 복합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 ‘먹을거리’가 맞다 사람들은 새 물건이 필요하면 새로 만들어 쓰기도 하고, 또 필요 없게 되면 버리기도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새 말이 필요하면 만들어 쓰기도 하고, 필요 없게 되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말을 새로 만들 때에는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새 말을 만들 때에는 일정한 법칙에 따라 만들어야 한다. ‘먹거리’는 우리말의 법칙에 맞지 않는 말이다. 이 말은 ‘먹다’의 ‘먹~’에 ‘재료’를 나타내는 ‘~거리’를 붙여서 만든 말인데, 안타깝게도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온갖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단지, ‘먹거리’는 ‘먹(墨)을 만드는 재료’일 뿐이다. 사전을 뒤져보면 ‘~거리’는 “명사 뒤에 붙거나 어미 ‘을’ 뒤에 쓰이어,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즉, 어떤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가리키는 말로 ‘~거리’가 다른 말과 결합할 때는 ‘명사+거리’ 또는 ‘동사의 관형형(~ㄹ/~을)+거리’ 형태로 이뤄진다. 국-거리, 반찬-거리, 대판-거리, 이야깃-거리, 소일-거리, 일-거리, 요깃-거리 따위가 그 보기다. 다만, 받침 없는 동사어간에는 관형형 어미 ‘~ㄹ’이나 ‘~을’을 붙여 먹을-거리, 볼-거리, 땔-거리 따위로 쓴다. ‘먹다’는 동사다. 동사에 ‘거리’가 합성될 때는 반드시 그 관형사형과 어울러야 한다. ‘먹거리’의 ‘먹-’은 어근이며 어간일 뿐, 관형사형이 아니기 때문에 바른 합성법이라 할 수 없다. 의존명사의 경우 앞에 오는 동사는 동사의 어간만 오는 경우는 없고 동명사의 형태를 갖는다. 따라서 ‘먹을거리’라고 해야 맞다. ‘먹다’ 동사의 어간 ‘먹’과 ‘~거리’가 결합한 ‘먹거리’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먹을거리’를 ‘먹거리’로 줄여 쓸 수 있다면, ‘입을 거리’는 ‘입거리’, ‘웃을 거리’는 ‘웃거리’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은 없다. 한편, 보기에 따라 ‘거리’를 접미사도 의존명사도 아닌 일반 명사로 볼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먹거리’는 동사 어간과 명사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판단 기준에 따라 ‘먹거리’ 또는 ‘먹을거리’로 쓸 수 있는데 현대 국어에서는 동사 어간이 바로 명사에 붙어 새로 한 낱말을 만드는 조어법은 거의 없기 때문에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먹을거리’로 써야 바르며 ‘먹을거리’는 관형어와 명사가 결합한 구조이지만 이미 의미가 굳어져 한 낱말로 쓰기 때문에 붙여 쓰면 된다. ‘먹거리’를 ‘먹을거리’의 준말이라 볼 수도 있고, 말은 문법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고 문법에는 예외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또한, 널리 쓰이기 때문에 표준말로 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널리 쓰인다고 해서 다 표준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표준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먹거리’는 아직까지 여러 면에서 표준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먹거리’는 써서는 안 될 말이다. ‘먹을거리’라고 써야 한다. ‘먹을거리’로 원하는 뜻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음에도 어법에 맞지 않고 방언인 ‘먹거리’를 ‘먹을거리’와 함께 표준어로 하기는 어렵다. 국어의 순화나 우리말을 지키려는 노력이 소중한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말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쓰려는 노력이다. 사전에는 어떻게 나와 있나 언어생활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는 사전에는 ‘먹거리’와 ‘먹을거리’가 어떻게 나와 있을까. ‘먹거리’는 1982년 이승희 님의 국어대사전에 지방사투리로 처음 사전에 올랐다. 같은 해에 민중 국어대사전(2판)에도 ‘먹거리’가 ‘먹을거리’의 경상•전라 방언으로 올라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 한 것처럼 김 아무개 씨의 노력으로 1984년에 한글학회가 펴낸 ‘쉬운말 사전’에도 ‘먹거리’란 낱말이 순수한 우리말의 하나로 올랐다. 이렇게 90년대 말까지 대부분의 사전에서 ‘먹을거리’와 ‘먹거리’가 함께 표준어로 올라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9년 맞춤법 개정 후 발간한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먹거리’가 우리말 규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먹을거리’의 잘못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1998년 연세대학교 언어정보개발연구원에서 펴낸 ‘연세한국어사전’에는 ‘먹거리’가 ‘먹을거리’의 유사어로 올라 있다. 그 사전을 뒤져보면 ‘먹거리’는 “음식의 재료”, ‘먹을거리’는 “먹을 것, 식료품”으로 나와 있다. 국민 언어생활의 길잡이가 되어야할 사전이 이렇게 서로 다른 가락으로 노래하니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우리말 관련 단체에서는 뭐라고 하나 우리글의 뼈대를 세우고 우리나라 어문 정책의 전반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글학회라고 할 수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우리나라 어문 정책의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어 생활의 향상을 꾀하기 위해 설립했다. 한글학회는 연구 발표, 국어 교육, 사전 편찬, 기관지와 그 밖의 필요한 도서 출판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두 단체 모두 우리글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만든 단체인데, ‘먹거리’와 ‘먹을거리’에 대한 이 두 단체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 국립국어연구원에 따르면, “‘먹거리’는 국어의 조어 방법에 맞지 않는 말로 비록 예전에 표준어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 나온 사전에는 ‘먹을거리’만을 표준어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이는 ‘먹을거리’가 널리 쓰이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글학회에서는 달리 말한다. 한글학회에 따르면, “‘먹거리’는 금성판국어대사전(1992),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1992)에 모두 올라 있던 말로 요즘 들어 쓰인 것이 아니라 이미 10년도 더 전에 국어사전에 오른 말이다.”고 한다. ‘~거리’가 어근에 바로 붙는 보기가 없다는 이유로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는 결국 ‘먹거리’를 빼버렸는데, ‘~거리’가 어근에 바로 붙은 보기는 찾을 수 없지만 우리말에서 어근 뒤에 바로 뒷가지가 오는 구성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즉, “낱말 만들기 방법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잘살려 쓰고 있는 ‘먹거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한다. 우리글의 뼈대를 세운다는 두 기관에서 이렇듯 정 반대 의견을 내니 국민은 어느 쪽 생각을 따라야 할지 헷갈린다. 도대체 ‘먹거리’로 쓰라는 말인가 ‘먹을거리’로 쓰라는 말인가? 거기에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의 의견을 들으면 앞이 더욱 캄캄해진다. 한국방송공사의 한 프로그램인 ‘바른말 고운말’ 운영진에 따르면, “‘먹거리’에 비해서 ‘먹을거리’가 문법에 더 맞지만 아직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이렇다할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말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맞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서 그냥 되는대로 검비검비 나불대겠다는 소리다. 그럼 어떡하라고! 우리글의 뼈대를 세워야 할 공공기관과 공영방송의 의견이 이렇게 다르면 우리들은 어느 땅을 딛고 서며, 어느 처마 밑에 웅크려야 하는가. 표준어 규정에 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예전에는 ‘중류 사회’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기준이 모호한데다, 세계 여러 나라의 경향도 있어 ‘교양 있는 사람들’로 바꿨다. 재밌는 것은 이 구절이 갖는 또 하나의 숨은 뜻이다. 즉, ‘중류사회’를 ‘교양 있는 사람들’로 바꿈으로써 표준어를 못하면 ‘교양 없는 사람’이 된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한 것이다. 표준어는 국민 누구나가 공통으로 쓸 수 있게 마련한 공용어이므로, 실은 교양의 수준을 넘어 국민이 갖추어야 할 의무라 하겠다. 따라서 국민의 한 사람인 농민이 정성들여 생산해, 국민의 한 사람인 소비자 앞에 내놓는 농산물 하나하나에도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말법에 맞게 써야 하는 것이다. 말법에 맞지 않은 말을 들으면 당연히 듣그럽다. ‘교양 있는 소비자’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놔두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농산물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어는 사회성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 건 많은 사람이 익혀 휘뚜루 쓰면 나중에는 사전에까지 올라 어엿한 표준말 노릇을 한다. 학자들이 모여 어법에 맞게 말을 만들고 그에 따라 언어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해서 꼭 어법에 맞으라는 법은 없다. 지금 다루는 ‘먹거리’와 ‘먹을거리’가 그렇다. 비록 인터넷상에서는 ‘먹거리’를 쓴 횟수가 ‘먹을거리’를 쓴 횟수보다 훨씬 많을지라도 ‘먹거리’는 어법도 맞지 않고, 사전에도 ‘먹을거리’의 잘못이라고 분명하게 나와 있다. ‘먹을거리’만 현재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다. ‘먹거리’는 예전에는 어쨌건 간에 지금은 표준어가 아니다. 비록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일지라도 표준어는 아닌 것이다. 표준어는 “교육적?문화적인 편의를 위하여 한 나라의 표준이 되게 정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답은 뚜렷하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의미할 때는 ‘먹거리’라는 말을 쓰면 안 되고 ‘먹을거리’를 써야 한다. 이번 기회에 명토박아두자. “먹고 살 수 있는 온갖 것”을 아우르는 우리말은 ‘먹을거리’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맥주가 식는다] 이틀 전 밤에 텔레비전에서 ‘말아톤’을 방송하더군요. 몇 개월 전에 봤던 영화인데, 워낙 감동적이라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다시 봤습니다. 맥주...하니 생각나네요. 언젠가 동료와 함께 맥주를 마실 때, 여러 병을 한꺼번에 내놓으니까, “야! 맥주 식는다 한 병씩 꺼내 와라”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아마 그 친구 말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놓고 오래 있으면 맥주에 있는 차가운 기운이 없어져서 밍밍하게 된다는 말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식다’는 낱말은, “더운 기가 없어지다.”는 뜻으로, 국이 식다/식은 밥은 먹기 싫다처럼 쓰일 뿐입니다. 차가운 기운이 있는 물체에 더운 기가 더해지는 데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가 맥주를 데워 맥주가 더워질 뿐 식지는 않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때요? 날씨가 너무 추운가요? 그럼 소주로... ^^* 보태기) 맥주가 ‘밍밍하다’가 맞을까요, ‘맹맹하다’가 맞을까요? 이건, 언젠가 말씀드린 작은말과 큰말 관계입니다. 맹맹하다나 밍밍하다 모두 “음식 따위가 제 맛이 나지 않고 싱겁다”는 뜻인데, 맹맹하다가 작은말이고, 밍밍하다가 큰말입니다. 당연히 둘 다 표준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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