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3, 2011

우리말, 빨간 단풍 2011-10-24

'단풍'은 붉을 단(丹) 자에 단풍나무 풍(楓) 자를 써서, "기후 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을 뜻합니다. 그러나 단풍이라고 해서 꼭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란 단풍'이나 '오색 단풍'도 말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토요일에는 팔순 안팎의 어르신 세 분과 남산에 올라 울긋불긋 물든 먼진 단풍을 봤고, 일요일에는 여주에 있는 누님댁에 가서 애들과 같이 땅콩도 캐고 논에서 볏짚도 묶었습니다. 나중에 나무 감싸주려고요. ^^* 1. 오늘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입니다. 이때쯤 들판에는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이 부족합니다. 오죽하면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익은말(속담)이 있을까요. 이렇게 농촌에서 바삐 서두르니 우리가 따뜻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 농촌에 계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우리는 슬슬 겨우살이 채비를 서두를 때입니다. 2. '단풍'은 붉을 단(丹) 자에 단풍나무 풍(楓) 자를 써서, "기후 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을 뜻합니다. 그러나 단풍이라고 해서 꼭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란 단풍'이나 '오색 단풍'도 말이 됩니다. 3. 단풍든 잎을 보면 나무에 따라 샛노란 빛으로 물든 잎도 있고 조금 누르스름한 잎도 있습니다. 은행나무 같은 나무는 마치 달걀노른자처럼 샛노랗고 고운 잎이 있습니다. 그런 색을 이르는 어찌씨(형용사)가 뭔지를 맞히시는 것을 오늘 깜짝 문제로 냅니다. ^^* 샛노란 색도 노란색이니 일단 '노'자는 들어가겠네요. ^^* 맞히신 분 가운데 다섯 분께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4. 심심풀이 삼아 단풍으로 가을이 오는 속도를 좀 따져보죠. 서울에서 시작된 단풍이 제주도까지 가는데 약 20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직선거리는 대략 440km 정도 되므로, 그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440km를 20일로 나누면 22km/일이 나옵니다. 곧 하루에 약 22km 정도씩 아래쪽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시속으로 바꿔보면, 하루가 24시간이므로 22km를 24로 나누면 됩니다. 약 0.917km/h 정도가 나오네요. 보통 다 큰 사람의 걷는 속도가 한 시간에 약 4km 정도 되는데, 가을은 한 시간에 채 1km를 못 가네요. 따라서, 가을이 움직이는 속도는 어른이 걷는 속도의 1/4 정도 되는 겁니다. 이런 속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애가 아장아장 걷는 속도와 비슷할 겁니다. 제 막내가 이제 7개월에 접어듭니다. 곧 기는 속도가 약 0.917km/h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 5. 철 묵은 색시 가마 안에서 장옷 고름 단다는 익은말이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정작 일이 닥쳐서야 당황하여 다급히 서두르는 경우를 비꼬아 이르는 말입니다. 더 미루지 말고 이번 주에는 단풍 구경하러 가시는 게 어때요? 6. 지난 토요일 남산에 가서 단풍구경은 잘했는데, 몇 가지 가슴 아픈 것도 있었습니다. 두 가지만 짚고자 합니다. 남산 꼭대기에 가면 팔각정이 있고 그 앞에 봉수대가 있습니다. 봉수대 앞에는 '봉수대 보호 휀스에 매달리지 맙시다. 봉수대, 성곽등에 낙서를 하지 맙시다'라는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오셔서 보는 곳인데 맞춤법이 엉망입니다. 휀스가 아니라 펜스가 외래어표기법에 맞으며, 이마저도 '울타리'라는 우리말을 쓰면 더 좋습니다. 등은 앞말과 띄어 써야 바릅니다. 성곽등이 아니라 '성곽 등'입니다. 1시에 수문장 교대식을 했는데, 그때 치는 징이 금갔는지 소리가 매우 탁했습니다. 징 하나에 얼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징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징에서는 그런 탁한 소리만 나늘 것으로 알까 걱정됩니다. 7. 팔순 안팎의 어르신 세 분과 함께하면서 배운 게 참 많습니다. 몇 가지를 여기에 옮겨 같이 보고자 합니다. - 어르신들과 만날 때는 저녁보다는 점심때 시간 여유를 두고 만나는 것이 좋고, 헤어진 다음에는 꼭 전화를 드려서 댁에 잘 들어가셨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장충단공원은 을미사변때 희생되신 영령을 위로하려고 만든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아야 한다. - 나이가 드는 것과 늙는 것은 다르다.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늙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나이들 수록 두뇌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가보는 등 뇌에 적당한 긴장을 줘야 한다. - 하루하루를 너무 야박하게 살지 마라. 남을 위하고, 가진 것을 베풀고 살면 마음이 부자다. - 나이가 들어 맞는 '3까'가 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야 하고, 살까 말까 할 때와와 지갑을 열까 말까 할 때는 잠시 보류해야 하며, 좋을 것을 볼까말까할 때는 스스로 책임하에 알아서 하라. ^^* - 이 나이에라는 말을 하지 마라. 죽기 전까지 늦는 일은 없다. - 주민등록증과 소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유통기한이란 스스로 관리하기에 달렸다. - 언제나 부지런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1분 1초가 소중하다.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 자식에게는 유산을 물려줄 게 아니라, 부담을 물려줘야 한다. - 젊은 사람에게는 지적이 아닌 격려가 필요하다. - 어른은 어른답게 처신해야 한다. 나이에 따라 큰 어른은 큰 어른답게, 중간어른은 중간어른답게, 작은 어른은 작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 세월이 가면 말이 어눌해지고 자주 까먹기는 하지만, 그것은 흉이 아니라 훈장이다. 이 밖에도 하신 말씀은 많지만 제가 다 옮겨 적지를 못하겠네요. 어르신께서 여유있게 삶을 즐기시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맑은 정신을 심어주고자 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편지가 좀 길었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홍 길동 선생님 귀하.] 지난 11월 30일, 국회 행자위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하네요. 당연히, 진작 그렇게 했어야죠. 아니, 애당초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빼지 말았어야죠. 국회의원들이 오랜만에 제 구실하네요. 어제 편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그 편지 오른쪽 아래에, ‘홍 길동 선생님 귀하.’라고 쓰여 있더군요. 뭔가 눈에 거슬리지 않나요? 편지 봉투에 이름을 쓰는 방법도 표준 화법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홍길동 좌하, 홍길동 귀하’는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홍길동 존하’는 비현실적인 말이라서 표준 화법에서 뺐다고 합니다. 여러 번 나온 이야기지만, 이름은 당연히 붙여 써야 합니다. ‘홍 길동’이 아니라 ‘홍길동’으로... 또, ‘홍길동 님 귀하, 홍길동 씨 귀하, 홍길동 과장님 귀하’처럼 ‘님, 씨, 직함’ 뒤에 또 ‘귀하’를 쓰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굳이 직함을 쓰고 싶으면, ‘홍길동 과장님께’라고 쓰시는 게 좋습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지적하자면, ‘귀하’뒤에 점(.)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맞춤법에서 마침표(점, .)는, 1.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 쓴다. 젊은이는 나라의 기둥이다. 2.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적에 쓴다. 1919. 3. 1. (1919년 3월 1일) 3. 표시 문자 다음에 쓴다. 1. 마침표 ㄱ. 물음표 가. 인명 4. 준말을 나타내는 데 쓴다. 서. 1987. 3. 5.(서기) 라고 나와 있습니다. ‘귀하’는 표시문자도 아니고, 준말도 아닙니다. 뒤에 점을 찍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또, (끝으로 하나만 더 지적한다고 했는데...) 아라비아 숫자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2005. 12. 2’처럼 일 다음에는 점을 찍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2005. 12. 2.’로 써야 합니다. 진짜 그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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