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30, 2014

우리말, 망막하다/막막하다 2014-09-3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9. 30.(화요일)
문법으로 따지자면,
'막막한 바다'와 '망막한 바다' 모두 맞지만,
앞길을 이야기할 때는 '막막하다'를 써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애들이 새근거리며 자는 것을 보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엽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게 해주셔고 고맙고,
식구 모두 건강해서 더 감사하고,
추위에 떨지 않을 집이 있어 늘 기쁩니다.

이곳 전주로 이사 오면서 혼자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늘 막막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를 마쳐도 찾아갈 식구가 없고,
맘 편히 있을 집도 없습니다.
그러니 막막할 수밖에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식구가 모여 살기를 빕니다.

우리말에 '막막하다'와 '망막하다'가 있습니다.
쓰는 게 비슷하고 소리도 같지만, 뜻은 조금 다릅니다.

'막막하다'는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답답하다, 쓸쓸하고 고요하다, 꽉 막힌 듯이 답답하다는 뜻입니다.
산사의 밤은 막막했다, 눈이 더 쌓여 오도 가도 못할 몇 달 동안을 생각하면 서로 막막하고 아쉽다처럼 씁니다.

'망막하다'는 넓고 멀다, 뚜렷한 구별이 없다는 뜻으로,
망막한 우주, 망막한 평원, 그곳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갈 길이 망막하다처럼 씁니다.
주로 물리적인 공간을 이야기할 때 쓰죠.

이에 견줘 '막막하다'는 '망막하다'보다 더 많은 뜻이 있습니다.
분위기나 마음을 나타낼 때도 쓰니까요.

문법으로 따지자면,
'막막한 바다'와 '망막한 바다' 모두 맞지만,
앞길을 이야기할 때는 '막막하다'를 써야 바릅니다.

식구와 떨어져 사는 것이 여러 가지로 힘들 겁니다.
그런 막막한 삶을 벗어나는 길을 하루빨리 식구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봅니다.
터놓고 말 못할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식구는 함께 살면서 서로 부대껴야 정이 든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옥수수와 강냉이]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 이천 누나 집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애들과 함께 흙에서 뒹굴다 왔습니다.
저녁에는 상추 뜯고, 두릅 꺾어 고기에 싸먹고,
낮에는 고구마를 좀 심어뒀습니다. 여름에 가서 캐먹으려고요...^^*
아내가 좋아하는 옥수수를 심으려고 했는데, 누나가 벌써 심어 놨더군요.
올 때는 밭둑에 난 매발톱꽃 하나(아내)와 제비꽃 두 개(딸 하나, 아들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제비꽃 사진을 붙입니다.

오늘은 옥수수 이야기 좀 할게요.
'옥수수'와 '강냉이' 가운데 어떤 게 맞을까요?

먼저,
옥수수는 식물도 옥수수이고, 그 식물의 열매도 옥수수입니다.
따라서, 밭에 옥수수를 심다, 옥수수를 쪄 먹다, 옥수수 알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다도 말이 됩니다.

강냉이는 지역에 따라 옥수수 알맹이만 뜻하기도 하고, 옥수수 나무를 뜻하기도 합니다.
곧, 강냉이나 옥수수나 뜻이 같습니다.
이처럼 두 낱말이 널이 쓰이게 되자,
1988년 표준어 규정을 만들면서 둘 다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옥수수나 강냉이나 다 맞습니다.

이런 복수 표준어는 어찌 보면 낱말의 쓰임 폭을 넓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의 작은 차이를 무시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 생각에...

복수 표준어는
쇠고기/소고기, 예/네, 가뭄/가물, 늦장/늑장 따위입니다.

참,
옥수수는 알갱이는 수수와 비슷하지만
그 모양이 옥처럼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난다고 해서 '옥 같은 수수'라는 뜻으로 옥수수라고 한다네요. ^^*

이번 주도 정신없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삽시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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