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5, 2014

우리말, 매다와 메다 2014-09-1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9. 16.(화요일)
'매다'는 무엇을 묶는 행위를 가리키고,
'메다'는 무엇을 어깨에 얹는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보다 더 쌀쌀한 아침이네요.

오늘은 제가 중요한 행사에서 사회를 볼 일이 있어 처음으로 나비넥타이를 맸습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어쨌든 좀 거시기합니다. ^^*

넥타이를 매는 게 바를까요, 메는 게 바를까요?
'매다'와 '메다'가 늘 헷갈리시죠?
가르는 방법은 무척 쉽습니다.

'매다'는 무엇을 묶는 행위를 가리키고,
'메다'는 무엇을 어깨에 얹는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더 쉽게는
물건을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을 때,
책임을 떠맡을 때,
목구멍이 막히거나 무엇이 가득 찰 때는 '메다'를 씁니다.
핸드백을 어깨에 메다, 총을 메다, 회사의 장래를 메고 갈 사람, 가슴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처럼 씁니다.

'매다'는
주로 끈이 풀리지 않게 묶는 일에 쓰고,
저 같은 사람이 논밭의 잡풀을 뽑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넥타이를 매다, 신발 끈을 매다, 그는 그 일에 목을 매고 있다, 김을 매다처럼 씁니다.

빨간 나비넥타이는 목에 매고,
오늘 행사는 제 어깨에 메고,
기쁜 마음으로 잘 치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아빠, 누가 이걸 버렸지? 지구가 아파하겠네?"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그러면 안 되는데... 그치?"

오늘 아침에 저와 34개월 된 세 살배기 제 아들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은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만 보면 "지구가 아파하는데... 누가 버렸지?"라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아빠랑 같이 자니 행복해요."라고 말해 제 코끝을 찡하게 만든 귀여운 녀석입니다. ^^*

이런 고운 마음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으면 좋으련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되바라지겠죠?
그렇게 되기 마련이지만, 그 게 좀 늦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제 아들 입에서 "지구가 아파한다."는 고운 말을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 ^^*

나이가 들면서 까지기 마련인가요? 그게 마땅하겠죠? 아닌가요?
'까지기' 마련인가요, '까지게' 마련인가요?

사전에 보면,
'기'는 씨끝(어미)으로 그 말이 이름씨(명사) 노릇을 하게 합니다.
혼자이기는 해도 외롭지 않다, 밥을 먹기 싫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처럼 씁니다.
곧, 이름씨(명사) 이다로 쓰여 어떤 것을 지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게'도 씨끝입니다.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죠.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 든든하게 먹어야지, 행복하게 살아라처럼 씁니다.

문법으로 따지면 그런데 실제 쓰임은
'하기 나름이다'는 맞고, '하게 나름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때문이다'는 맞고, '하게 때문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십상이다'는 맞고, '하게 십상이다'는 틀립니다.
그러나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는 둘 다 맞습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그래요... ^^*

깔끔하게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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