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3, 2014

우리말, 싸다와 쌓다 2014-09-0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9. 1.(월요일)
아주 쉽게 갈라서,
포개는 것은 '쌓다'이고,
그러지 않고 그냥 두르는 것은 '싸다'입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9월입니다. 새벽에는 제법 쌀쌀함도 느꼈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도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

이곳 전주는 수원과 달리 모든 게 조금은 느긋합니다.
수도권과 달리 산도 많아 공기가 맑고 좋습니다. ^^*
이렇게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게 참 좋습니다. ^^*

우리는 흔히 '싸다'와 '쌓다'를 헷갈립니다.
어떤 물체의 주위를 가리거나, 물건을 안에 넣고 보이지 않게 씌워 가리거나 둘러 마는 것은 '싸다'이고,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는 것은 '쌓다'입니다.
그래서 둘러서 감싸거나 둥글게 에워쌀 때는 '둘러싸다'를 쓰고,
둘레를 빙 둘러 쌓을 때는 '둘러쌓다'는 씁니다.

아주 쉽게 갈라서,
포개는 것은 '쌓다'이고,
그러지 않고 그냥 두르는 것은 '싸다'입니다.

새 일터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맑고 깨끗합니다.
마치 깨끗한 공기가 한 층 두 층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오늘도 즐겁게 보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축제와 축전]

안녕하세요.

어제 붙인 파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셔서 다시 붙입니다.

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축제'가 참 많네요.
오늘은 '축제'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축제(祝祭)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잔치', '축전'으로 순화.
문화 축제, 거리 축제, 개교 기념 축제, 축제 분위기에 싸이다, 축제가 열리다, 축제를 벌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곧, 요즘처럼 꽃 필 때에 맞춰 벌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잔치'나 '축전'이 맞다는 말씀입니다.
사전에서 다듬은 말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마당'도 좋을 겁니다.

제가 알기에는,
영어 festival을 일본사람들이 祝祭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festival을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종교적인 행사나 일반(정기적) 축제, 제사, 제일, 축일을 뜻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일본어 투 '축제'와 뜻이 같은 말이 축전(祝典)입니다.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죠.

그러나 축제나 축하는 한자말이고, 우리말로는 '잔치'가 있습니다.
잔치는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고,
한마당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잔치와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벚꽃축제 보다는
벚꽃 잔치나 벚꽃 한마당이 더 낫지 않나요?

이번 주말에는 애들과 함께 여기저기 잔치하는 곳이나 찾아다녀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일본말에서 祭는 '제사'라는 뜻 말고도 '축제'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축제가 축하하는 잔치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옛날에는 나라가 정한 축일, 또는 축제였지만,
지금은 「국민의 축일」이라고 해서 축제, 축일로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사는 엄숙하고 경건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엄숙하거나 경건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벚꽃축제(祝祭)가 아니라 벚꽃 잔치마당이나 벚꽃 놀이마당이라고 해야 제 뜻에 맞습니다.


2.
축제에는 제사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일본말 사전에서 祭(제사 제 자)를 찾아보니,
일부 이름씨(명사)에 붙어 의식, 축전의 뜻을 더한다고 나와 있으며
보기로 축제(祝祭)와 사육제(謝肉祭)를 들어 놨네요.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와는 관련이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축제(祝祭)가 아니라 축전(祝典)이 맞습니다.

3.
축제의 제는 제사를 뜻하므로,
춘향제, 의병제처럼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부터 지낸 다음,
문화예술 행사를 여는 것을 두고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사를 받는 주체가 있어야 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도 아닐뿐더러 제사라 하더라도 받는 주체가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벚꽃축제는 말이 안 됩니다.


4.
어떤 학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축제는 축하와 제사가 합쳐진 말이긴 하지만, 제사를 더 강조한 낱말이고
축하를 더 강조한 낱말은 宴이라고 합니다. 곧, 잔치죠.

우리가 요즘 곳곳에서 벌이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잔치이므로 '축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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