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6, 2014

우리말, 끌탕 2014-06-2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6. 25.(수요일)
속을 태우거나 속을 끓인다고 생각해서 '끓탕'이라고 쓰는 분을 봤습니다.
'끌탕'이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70일이 넘었습니다.
아직도 11명이나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얼마나 속을 태우고 있을까요.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마음고생일 겁니다.

"속을 태우는 걱정"을 '끌탕'이라고 합니다.
누가 끌탕 중인지 모른다처럼 씁니다.

속을 태우거나 속을 끓인다고 생각해서 '끓탕'이라고 쓰는 분을 봤습니다.
끌탕이 바릅니다.

그러나 오늘만은 끓탕으로 쓰고 싶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속을 끓이고 있을 테니까요. 아니 어쩌면 속이 까맣게 타서 끓일 수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애써 눈을 돌려서 그런지 조금씩 잊고 있습니다.
자주 웃으면서 즐겁게 사는 것도 좋지만,
끌탕하는 사람도 생각하면서 지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조문기 선생님의 빈소]

안녕하세요.

설 잘 보내셨나요?

어젯밤에 숭례문이 다 타버렸습니다.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젯밤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너무 안타까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문화재는 한번 없어지면 그 가치를 다시 살려낼 수 없는 것인데...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가슴 아픈 일이 또 있었습니다.
설을 이틀 앞두고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 이사장님이 돌아가셨네요.
평생을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힘쓰셨고, 최근에는 친일인명사전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쓰신 분입니다.

저는 어제도 일터에 나와서 조직개편 관련 자료를 만드느라 미처 빈소나 분향소에 들르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으로만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오늘이 발인인데 천국에서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언젠가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했는데
오늘도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으로
조문기 선생님의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빈소는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분향소'는,
"영정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면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으로,
여기저기에 많이 차릴 수 있습니다.

설 이틀 전에 돌아가셔서 분향소가 많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얼을 되찾고 기리는데 한뉘를 바치신 선생님의 뜻은
굳이 분향소를 찾지 않아도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남을 겁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 큰 별 두 개가 떨어진 느낌입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빈소'는 사전에 있으나
'분향소'는 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분향'만 올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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