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8, 2014

우리말, 무투표 당선 2014-06-0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6. 5.(목요일)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마땅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투표율이 56.8%라고 하네요. 예전보다는 높다고 하지만, 제 기대치는 그보다 더 높았습니다. ^^*

아침 뉴스를 들으니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4곳에서 후보가 1명밖에 나오지 않아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고 합니다.
광역의원 53명, 기초의원 66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105명, 교육의원 1명까지 합쳐 모두 229명이 투표를 하지 않고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떼 놓은 당상 자리'라 마음이 얼마나 편했을까요. ^^*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뜻으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따 논 당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당상'은 조선 시대의 높은 벼슬인데,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이 '(따로)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곧, '맡아 놓은 일, 확실한 일'이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떼 논 당상'이라고 써야지,
'따 논 당상'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
노름, 내기,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 따위를 얻다,
꽉 봉한 것을 뜯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마땅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당상 자리를 따로 떼 놓은 것도 국민 뜻이고,
투표로 누군가를 지원하는 것도 국민 뜻입니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국민 뜻이 아닙니다.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벌 가운데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번 투표율을 보면서 그 말을 되새겨 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지금부터와 지금으로부터]

안녕하세요.

새로운 해가 떠올랐건만 제 일터 분위기는 지는 해보다 더 무겁게 가라앉아 있네요.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에 생긴 농촌진흥청이,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에 통일벼를 만들어 모든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했고,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에 녹색혁명을 이뤄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비닐하우스 농법을 개발하여 사철 내내 신선한 푸성귀와 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게 했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고품질 농산물을 개발하였으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공학 기술을 실용화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는 돼지 젖에서 항암제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없어지고 나면, 농촌진흥청이 민간 출연연구소로 넘어가고 나면,
농민과 농업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없고, 오로지 돈 되는 연구만 해야 합니다.
기초분야 연구는 할 수 없고, 연구비를 대 주는 기업체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해야 합니다.

지금도 식량 자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몇 년 안에 우리 밥상은 몽땅 외국산 천지가 될 겁니다.
정말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앞에서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에 농촌진흥청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는 지금의 뒤로(과거로) 갈 때 쓰고,
'지금부터'는 지금의 앞으로(미래로) 갈 때 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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