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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오늘,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올해 무슨 일을 하겠다고 발표하는데,
저만 발표하지 않습니다.
발표하지 않으니,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뭔가 일은 해야 하니,
오늘은 우리말편지나 하나 더 보내겠습니다.
어젯밤에 축구 보셨어요?
비록 지긴 했지만 참 잘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은 물론 8강도 떼어 논 당상일 겁니다.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따 논
당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당상'은,
조선시대의 높은 벼슬인데,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이,
'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곧, '맡아 놓은 일, 확실한 일'이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떼 논 당상'이라고 써야지,
'따 논 당상'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
노름, 내기,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 따위를 얻다,
꽉 봉한 것을 뜯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 내다,
함께 있던 것을 홀로 남기다,
걸음을 옮기어 놓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당연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떼어 둔 당상 좀 먹으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를 위해서
이미 월드컵 8강을 따로 떼어 놨는데,
그게 어디 가겠어요?
우리 선수들이 가끔 흔들려도 월드컵 8강은 이미 우리를 위해 떼어 둔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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