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8, 2011

우리말, 안전사고 2011-12-09


그 뿌리가 어찌 되었건 '안전사고'는 좀 이상합니다.
굳이 만든다면 '부주의사고'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에 철로에서 작업하시던 분들이 사고를 당하셨네요.
다섯 분이나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안전사고(安全事故)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사전에는
"
공장이나 공사장 등에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 따위로 일어나는 사고."라고 뜻을 풀고
보기로 안전사고에 대비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다 따위를 들었습니다.

'
안전사고' '안전' '사고'라는 낱말이 합쳐져 되었지만, 그 속에는 뭔가를 지키지 않음이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사고'
'
안전한 사고'라는 뜻이 아니라
'
안전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라는 뜻인 거죠.

이렇게만 봐도 '안전사고'는 말이 좀 어색합니다.
어떤 분은 '안전사고'가 일본말에서 왔다고 하십니다.
安全守則をまもらなくてはっせいした事故(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
安全意識欠如によってはっせいした事故(안전의식 결여 때문에 일어난 사고)
에서 이름씨(명사)만 뽑아서
安全守則事故와
安全缺如事故가 되었다가
이를 더 줄여
'
安全事故'가 되었다고 하십니다.

그 뿌리가 어찌 되었건 '안전사고'는 좀 이상합니다.
굳이 만든다면 '부주의사고'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말을 찾아서 쓰든가...
저는 딱히 떠오르는 낱말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홍어 안 먹은 지 오래됐다 =>> 홍어 먹은 지 오래됐다]

어제는 점심때 홍어를 먹었습니다.
회사 높으신 분이 홍어를 사 주시겠다며 저를 꾀더군요.
가볍게 넘어가 줬죠.
'
그래, 홍어 안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 오늘 목에 때 좀 벗기자 '
(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므로 작은따옴표)

이 말에서 뭐 걸리는 게 없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잘못된 말입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오래전에 홍어를 먹고 최근에는 먹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말하려면,
"
홍어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라고 해야죠.
그렇지 않나요?
홍어를 먹은 지 오래된 것이지, 홍어를 안 먹은 지 오래된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홍어를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라고 해야 합니다.

흔히, 이야기를 잘못 해 놓고도 억지를 쓰는 말에,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가 있습니다.

(
아래는 이진원 님의 말입니다.)
정말 개떡 같은 말이다. 두말할 것 없이 개떡은 개떡이다.
개떡을 찰떡으로 알아듣는 말글생활이 청산되는 날,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학교에 교육용 컴퓨터를 들이면서 뒷돈을 받는 교육자도,
찾아오지 않으면 스스로 찾아가서 봉투를 들이밀어야만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유흥업소 업주도 사라질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위해, 우리나라 간판에 한자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장관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저는 차마 못 하는 말을,
이진원 님이 시원하게 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보태기)
위에서 셋째 줄, '저를 꾀더군요.'
'
저를 꼬시더군요.'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는 뜻의 낱말은
'
꼬시다'가 아니라 '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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