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5, 2011

우리말, 딸내미와 싸움 2011-12-06


땐깡은 쓰면 안 되는 낱말이고,
그를 갈음한 지다위나 찔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앙탈, 찌그렁이, 투정 따위가 있다고 나나니 님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예수남은 선배님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곱게 나이들어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
(
예수남은 : 예순이 조금 넘는 수. 또는 그런 수의.)

어제 낸 문제 답은 '찔통'입니다.
"
몸이 좋지 않거나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여 자꾸 울거나 보챔."이라는 이름씨(명사)
평소 연모하던 순이가 눈에 뜨이자 그의 찔통이 제 성질을 가누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처럼 씁니다.

땐깡은 쓰면 안 되는 낱말이고,
그를 갈음한 지다위나 찔통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앙탈, 찌그렁이, 투정 따위가 있다고 나나니 님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난 주말에 딸과 있었던 짧은 대화입니다.


딸과 논리 싸움


제 딸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커가는 자식을 보는 기쁨이 이런 건가 싶게 요즘 잘 크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빠 : 지안아, 아빠와 너 가운데 누가 나이가 많지?

: 당연히 아빠가 많죠!

아빠 : 그럼 누가 더 오래 살 것 같아?

: 아 그거야 당연히 제가 아빠보다 오래살겠죠!

아빠 : ... 그렇지? 그럼 너는 앞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기회가 아빠보다 더 많겠지? 그러니 여기 있는 이것은 아빠가 먹을게, 맞지?

: .........

이런 논리(?)로 딸내미 앞에 있는 맛있는 것을 몇 번 뺏어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논리를 만들지 못해 고민하던 딸이 지난 주말에는 새로운 논리로 무장(?)하여 제게 대들었습니다. ^^*

: 아빠! 아빠와 저 가운데 누가 나이가 많아요?

아빠 : 당연히 아빠가 나이가 많지.

: 아빠, 그럼, 그동안 맛있을 것을 먹을 기회는 누가 더 많았을까요?

아빠 : 그거야... 그런 기회는 아빠가 많기는 했지만, 아빠 어렸을 때는 못살아서 이렇게 맛있는 게 없었어. 그래서 너나 나나 기회는 같아.

: 아니요. 그동안 아빠는 기회가 많았고, 많이 드셨을 테니, 이것은 제가 먹는 제 맞아요. 그렇지 않아요?

아빠 : .........

저 이렇게 삽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벌리다/벌이다]

며칠 전에 엽서를 하나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애 돌을 맞아 잔치를 벌렸으니 많이 참석해 주시라는...

근데 잔치를 어떻게 벌리죠?
‘벌리다’와 ‘벌이다’는 다른 낱말입니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는 뜻으로,
줄 간격을 벌리다/가랑이를 벌리다/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처럼 씁니다.
“껍질 따위를 열어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쨌든 물리적인 거리를 떼어서 넓히는 게 ‘벌리다’입니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뜻으로,
잔치를 벌이다/사업을 벌이다처럼 씁니다.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가게를 차리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쉽게 가르실 수 있죠?
‘벌리다’는 물리적인 간격을 넓게 하는 것이고,
‘벌이다’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고...

따라서, 잔치는 ‘벌리’는 게 아니라 ‘벌이’는 것이죠.
“잔치를 벌였다.”가 맞습니다.

세상살이가 늘 잔칫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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