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9, 2011

우리말, 단초와 실마리 2011-06-10

일이나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 첫머리를 이를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단초(端初)라는 한자말보다는 '실마리'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으니 그걸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남부지방은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비 피해 없기를 빕니다.


1.
오늘 아침 6:45에 SBS 뉴스에서 '단초'라는 말을 썼습니다.
일이나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 첫머리를 이를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단초(端初)라는 한자말보다는 '실마리'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으니 그걸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단초가 일본에서 왔다고 하시는데,
조금 전에 일본어 사전을 뒤져보니 端初가 나와 있지 않네요.

2.
어제 낸 문제 답은 '노라리'입니다.
건달처럼 건들건들 놀며 세월만 허비하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노라리'를 뚱겨드리고자 편지 앞머리에서 '노가리'를 설명했던 거였습니다. ^^*

문제 답을 보내신분 가운데 세 분께 주소를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주소를 받는 대로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지금부터 8년간]

지난주 토요일에,
SBS에서 방송하는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생활 속에 숨어있는 재밌는 내용을 많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10억 원 이라는 돈의 가치를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24평 원룸’을 도배하는데도 1억 7천밖에 안 든다네요.
그리고 그 10억이면,
“지금으로부터 8년간 날마다 노래방을 갈 수 있는 돈”이라는 군요.

어떻게 보면 큰돈이고,
어떻게 보면 현실감이 없어서 전혀 와 닿지 않는 돈이고...

돈은 그렇다 치고,
저는 맞춤법 틀린 것이나 짚어내겠습니다.

먼저,
아파트 크기를 말할 때,
24평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계량법 제11조에 의해 1963년 5월 31일부터 거래•증명(證明)에 미터법 외에는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963년 12월 31일을 유예기한으로 하여 미터법의 완전실시(건물•토지 제외)가 행해지고,
1983년 1월 1일 시행령 부칙 제2조에 의해 건물•토지까지도 미터법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4평이 아니라 79.34제곱미터라고 표시해야 옳습니다.

당연히 소고기도 ‘한 근’이라고 하면 안 되고,
600 그램 이라고 해야 합니다.

우리 고유의 척관법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문제지만,
현재 법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 지적할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간’이라는 말입니다.
‘으로부터’는
어떤 행동의 출발점이나 비롯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그 사람으로부터 나온 이야기/그곳으로부터 십 리 밖의 거리/시험으로부터 해방되다
처럼 씁니다.

문제는 시간을 나타낼 때 입니다.

지나간 시간인 과거를 말할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미래를 말할 때는,
“지금부터 5년”이라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행사에서 사회를 볼 때도,
“지금부터 무슨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해야지,
“지금으로부터...”라고 하면 안 됩니다.

오늘은 내용이 좀 길었네요.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도 기분 좋게 보내세요.
저는 이번 주부터 시작해서 8월 중순까지,
논바닥에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논에 나가 피사리를 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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