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8, 2016

우리말) 낫다/났다/낮다 2016-08-26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온도가 다르네요.
이제 더위가 한풀 꺾였나 봅니다. ^^*

조금 전에 롯데그룹 어떤 분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살했다는 속보가 나오네요.
자살...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겁니다.
오죽하면 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어떤 핑계를 대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늘에서 주신 삶을 자기 스스로 마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소리는 [낟따]로 같지만 뜻은 다른 낱말이 '낫다'와 '낮다'입니다.
'낫다'는 [낟ː따]로 소리내고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는 뜻이고,
'낮다'는 [낟따]로 읽고 "아래에서 위까지의 높이가 기준이 되는 대상이나 보통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났다'까지 오면 더 헷갈립니다.
'나다'의 과거형인 '났다'는 예전에 상처가 생긴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상처가 났다'고 하면 상처가 생긴 것이고,
'상처가 낫다(나았다)'고 하면 상처가 아문 것입니다.

자살...
어떠한 변명도 안 됩니다.
자기는 저승으로 도망갈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이 받을 고통은 그 어떤 상처보다 클겁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하루빨리 잘 마무리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구제역]

안녕하세요.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오늘 아침 7:36에 KBS2에서 진행자가 유자를 들고 "피로회복에 좋다"고 했고, 자막에는 '피로해소에 좋다'고 나왔습니다.
왜 '피로회복'이 입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피로해소, 원기회복이라는 바른말을 두고 말도 안 되는 '피로회복'을 못 버리는지요.
그놈의 '피로'는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

아침 뉴스에 보니 경북에서 구제역이 또 나타났군요.
걱정입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 많은 동물이 죽어나가겠네요.

뉴스에서 '살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네이버 뉴스에서 살처분을 뒤져보니
13,006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이 '살처분'은
죽일 살(殺 ) 자와 "처리하여 치움"이라는 뜻의 처분을 합친 낱말입니다.
게다가 처분은 處分(しょぶん[쇼분])이라는 일본 낱말에서 왔습니다.
굳이 뜻풀이하자면 "죽여 없앰" 정도 되겠죠.

정부에서 먼저 썼는지 언론에서 먼저 썼는지는 모르지만
살처분은 좀 껄끄러운 낱말입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살처분'이란 말보다는 '도살 매립' '도살 소각' 따위로 풀어쓰는 게 좋겠다고 하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42383
농식품부에서는 '강제 폐기'로 바꾸자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도 맘에 안 듭니다.
그냥 '죽여 없앰'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살처분이나 도살 매립, 도살 소각, 강제 폐기...... 뭐가 다르죠?
꼭 이렇게 한자로 낱말을 만들어야 하나요?

바로 이럴 때,
우리말에 없는 낱말을 만들어야 하는 이런 경우에,
정부와 언론이 신중해야 합니다.
'노견' 대신 '어깨길'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갓길'을 찾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학자들이 머리 맞대고 알맞은 낱말을 찾거나 만들어야겠지만,
저라면,
'묻어 없앰'이나 '죽여 없앰'을 쓰겠습니다.

좀 다른 말이지만,
대부분의 의대에는 동물 위령비가 있습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만들면서 실험용으로 쓴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만든 비입니다.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기술이라도 발전시켰죠.
이번에 구제역이 왔다고 그 둘레 몇 km 안에 산다는 까닭만으로 죽어간 소나 되지는......

저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니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죄없이 죽어간 동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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