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7, 2016

우리말) 어떻게/어떻해 2016-07-26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잘 주무셨나요?
저는 밤잠을 좀 설쳤습니다. 너무 더워서요.

남들은 휴가 간다는데, 저는 일이 더 많아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내년도 예산을 넘기는 게 9월 3일입니다.
그 전에 기재부에서 내년 예산안을 짜야 하는데, 요즘 그 작업이 막바지입니다.
제가 맡은 일이 내년도 인력 확보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행자부와 기재부를 찾아다니면서 예산확보를 위해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여름에 휴가도 못 가고 그렇게 뛰어만 다니면 어떻게 하냐고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그거야 뭐... 제 팔자려니 해야죠... ^^*

오늘은 어떻게 어떡해, 어떻해를 갈라보겠습니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가 줄어든 말입니다.
곧, 낱말이 아니라 하나의 구로써, 문장에서 서술어 노릇을 합니다.
출근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어떡해, 오늘까지 배달이 안 되면 어떡하지?, 내가 어떡하면 화가 풀리겠니?
처럼 씁니다.

'어떻다'는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의견,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찌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는 '어떻다'의 활용형으로 부사로 씁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몸은 좀 어때?, 네 의견은 어떠니?
처럼 씁니다.

'어떻해'는 없습니다.

조금 헷갈리지만,
'어떻게 해'는 하나의 구이고, 이 구가 줄어든 '어떡해'도 움직씨(동사)이므로 서술어로 쓸 수는 있지만 동사를 수식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 난 어떡해'는 말이 되지만, '이 일을 어떡해 처리하지?'처럼 쓸 수는 없습니다.

'휴가 못 가면 어떡해?'라고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좀 더 움직여서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그까짓 휴가쯤이야 '어떻게' 되도 상관 없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새날이 도래]

안녕하세요.

어제 진면목보다는 참모습이라는 낱말을 쓰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야기 좀 더 할게요.

많은 사람이 깨끗한 우리말보다 한자 낱말을 쓰거나 영어를 섞어 쓰면 더 유식하게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영어를 섞어서 쓰면 유식해 보이는 게 아니라 속 없어 보이고,
한자 낱말을 많이 쓰면 어색하게 보입니다.

낼모레 새해가 되면
새날이 밝았다나 새날이 왔다고 하면 될 것을 새날이 도래했다고 한다고해서 더 유식해 보이는 것은 아니잖아요.

뭔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보다는 뭔가를 좋아하는 흐름이나 끼가 있다가 더 좋고,
무엇에 기인한다보다는 무엇 때문이라고 하는 게 더 깨끗하며,
한자 낱말라고 쓰기보다는 한자 낱말이라고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우리말을 우리가 나서서 다듬고 깨끗하게 써야 한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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