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4, 2016

우리말) 물 2016-07-14

안녕하세요.

오늘은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가장 훌륭함이란?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이야기 했습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씀이지요.
이 말은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납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우린 주변에 흔하다는 이유로 물을 홀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됨됨이가 야물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맹물이라고 했을까요?

우리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도 국물입니다.
친구와 다투다가 협박하거나 경고할 때 사용하는 말 중에
"국물도 없다."란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국물이 참으로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맹물이던 국물이던 물은 귀중한 것입니다.
그 처세를 들여다보면 왜 노자가 상선약수를 외쳤는지를 깨닫게 되지요.

물은 상대와 다투지 않습니다.
채우거나 돌아갈지언정 겨루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건 겸손함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공을 다투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이룬 공을 공치사 하나로 날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떠벌리는 것보다 묵묵함이 더 멋스러운 법인데 말입니다.

물은 부드럽고 연약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유연함이 단단함을 이깁니다.
사람의 관계를 깊게 해주는 것은 힐난과 비난의 강경함이 아니라
용서하고 사랑하고 포용하는 부드러움에 있는 것이니까요.

또한 물은 공평함입니다.
물을 아무리 흔들어 놓아도 결국에는 수평을 유지하게 됩니다.
파인 곳을 메꾸고 드러난 곳을 깎아 공평함을 유지하는 물이야말로 완전함 자체입니다.

물은 순리입니다.
法이라는 글자는 水와 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법이라는 의미이지요.
물은 절대로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으니 결국 법이란 순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은 스스로를 정화합니다.
물은 각종 오염에 물들었을지라도
스스로를 정화해내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최고의 선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훌륭함이란
주변과 비교하여 더 뛰어날 때가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아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아졌을 때를 의미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우리말편지 댓글]
안녕하세요.

어제, 일요일 아침 7:41, MBC에서 식초 이야기를 하면서 '피로회복'이라고 이야기하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회복해야 하는 것은 피로가 아니라 원기입니다.
피로는 없애야할 겁니다.
피로해소나 원기회복이 맞습니다.
곧이어 8:21에는 '단촐하다'고 이야기하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는 뜻의 낱말은 '단촐'이 아니라 '단출'입니다.

어젯밤 KBS 9시뉴스에서 '뱃속'에 마약을 숨겨왔다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오늘 아침 SBS와 KBS뉴스에도 '뱃속'이라고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마약을 숨기는 배의 안쪽은 '배 속'입니다.

오늘은 우리말 편지를 읽고 보내주신 댓글을 소개하겠습니다.

보낸사람 "나나니"

보내주시는 우리말 편지를 통해서 많이 배웁니다.
바쁘실 텐데 매일 편지를 보내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싶네요.
물론 좋아서 하시는 일이겠지만요.^^

편지를 읽다 보니 사전 찾아보는 일을 즐겨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취미가 사전 뒤적이는 것인데,
제가 찾은 낱말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요.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바로 '느ㅊ'이라는 낱말입니다.(한 글자로 써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씁니다.)
제가 갖고 있는 동아新콘사이스라는 사전에는(아주 오래된 사전입니다.^^;;)
'앞으로 어찌 될 것같이 미리 보이는 빌미'라고 풀이되어 있고
예문으로는 '그 애가 느ㅊ이 글렀다'가 실려 있네요.
한컴 사전에는 '미리 보이는 빌미. 앞으로 어찌될 것 같은 징조.'라고 되어 있고
'느ㅊ이 사납다.'는 예문이 올라 있고요.

Daum 국어사전에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일의 근원. 또는 먼저 보이는 빌미.'라는 설명과 함께
'느ㅊ이 사납다, 그 녀석은 느ㅊ이 글렀다, 이번 일은 느ㅊ이 좋은 것 같지 않다.'는 예문이 있습니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느ㅊ이 글렀다'라고 쓸 때
비슷한 뜻으로 쓸 수 있는(있을 것 같은) 낱말인 '싹수'보다는
어감이 훨씬 부드러운 것 같아서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더구나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 쓰신 편지는 더욱 말이죠.
앞으로도 좋은 말,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편지를 보내주셔서 제가 고맙죠. ^^*

고맙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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