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4, 2016

우리말) 구실 2016-03-24

아름다운 우리말
2016. 3. 24.(목)
안녕하세요.

아침에 SBS 뉴스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한 기사입니다.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할머니들이 기뻐하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자신들을 강제 동원했던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열서너 살밖에 안 되는 소녀들에게 위험한 업무를 시킨 것은 비인도적 불법행위이므로
소송을 낸 할머니 5명에게 위자료 약 5억6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입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상고를 했습니다.
이제 이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미쓰비시의 변호를 맡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법무법인인 김앤장이라고 합니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대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이고,
'명분'은 각각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또는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입니다.
그래서 '대의명분'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도리나 본분, 또는 어떤 일을 꾀하는 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입니다.

제가 보기에
어떤 의리, 대의, 명분 따위를 다 들이대도
김앤장이 미쓰비시를 변호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SBS 뉴스에서는 사진과 함께 소개한 기사 끄트머리에서 이런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사람을 죽인 살인범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있고, 그 변호를 맡았다고 변호사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 전범기업 변론을 맡았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1위 법률 사무소라면, 다른 대형 로펌들은 왜 이들 사건을 맡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법률 서비스를 하필이면 할머니들에 대한 강제 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미쓰비시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었을까요?

위에 있는 자막을 읽으면서 화가 났습니다.
김앤장에서 무슨 핑계를 어떻게 댈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법률 회사가 사회적 책임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구실'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온갖 세납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구실을 물다, 백성들은 가난하지만 이 구실을 못 바치고는 견디지 못하게 되는 까닭에…'처럼 씁니다.
지금은 뜻이 늘어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맡은 바 책임"을 이릅니다.
'사람 구실, 아비 구실, 제 구실을 다하다'처럼 씁니다.

무생물인 회사도 제 구실을 다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이루는 구성원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 구실을 다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회사라면, 그회사는 당연히 사회적 책임과 구실을 다할겁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 회사가 있다면...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이야벙이야]



안녕하세요.



하는 일도 없이 벌써 7월이 끝나가네요.

맡은 일을 대충 하기는 싫어 꼼꼼히 보다 보니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일이 많다고 어영부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엉이야벙이야하고 넘길 수도 없고...



우리말에 '엉이야벙이야'라는 어찌시(부사)가 있습니다.

"일을 얼렁뚱땅하여 교묘히 넘기는 모양."을 뜻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엉이야벙이야 넘기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처럼 씁니다.



'엉이야벙이야'가 입에 익지 않고 소리내기가 좀 어색하죠?

그럴 때는 '엉야벙야'라고만 하셔도 됩니다.

'엉야벙야'가 '엉이야벙이야'의 준말이거든요. ^^*



제 나이가 한창 일할 때라서 세월을 엄벙뗑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엉야벙야 보내기는 더더욱 싫고...

그냥 열심히 있는 힘껏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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