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5, 2015

우리말, 군더더기 말은 불룩 나온 뱃살 2015-10-23

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군더더기 말은 불룩 나온 뱃살-성기지 운영위원
가끔 “주민들의 해묵은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라는 말을 듣는다. 군더더기가 붙은 표현이다. ‘숙원’이란 말이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으로 쓰이는 ‘해묵다’를 붙여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냥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는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난관에 봉착했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된다. ‘난관’이란 말이 일을 해 나가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고비를 이르기 때문에 ‘난관’ 앞에 붙은 ‘어려운’이란 말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무심코 쓰는 말들에 이렇게 필요 없는 군더더기가 붙어 세련된 언어생활을 방해하고 있다. “직장인의 목표는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문장의 경우, 한자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같은 뜻의 낱말을 겹쳐 쓰고 있다. ‘대동소이’가 “큰 차이 없이 거의 같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 앞에 ‘거의’란 낱말을 붙이는 것 또한 군더더기이다. “직장인들의 목표는 거의 같다.”라든가, “직장인들의 목표는 아주 비슷하다.”처럼, ‘대동소이하다’ 대신 ‘거의 같다’, ‘아주 비슷하다’로 바꿔서 표현하면 더욱 자연스럽다.

어떤 의미를 강조하거나 기존 낱말의 뜻을 보완해 이해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면, 겹치는 표현은 불룩 나온 뱃살처럼 군더더기일 뿐이니, 건강한 언어생활을 위해 삼가는 게 좋다. “손을 놓은 채 수수방관하다.”는 그냥 “수수방관하다.”로 하면 되고, “독자 노선의 길을 걷다.”는 “독자 노선을 걷다.”, “그대로 답습하다”에서는 ‘그대로’를 빼고 “답습하다”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노란자와 노른자]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면서 달걀을 사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몇 개 삶아주니 애들이 좋아하더군요.
달걀을 다 먹어야 할 텐데 노른자는 퍽퍽 해서 그런지 먹지 않고 부드러운 흰자만 먹네요.

흔히
달걀 안쪽에 있는 노란 부분을 노란자라고 하십니다.
노란색이라서 그렇게 생각하시나 봅니다. 노란자와 흰자... 말이 되잖아요.

표준어 규정에 보면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제5항)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강남콩'이 '강낭콩'으로 되고
'삭월세'가 '사글세'로 바뀌어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노른자 또한 그렇다고 봅니다.
노란색이긴 하지만 어원에서 멀어져 노른자라고 더 많이 쓰이기에 '노른자'가 표준어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9항에는
'다만, 어원적으로 원형에 더 가까운 형태가 아직 쓰이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가리'가 '갈비'가 되고,
'구젓'이 아니라 '굴젓'이 표준어입니다.

오늘은 좀 딱딱하죠? ^^*

오늘 낮에도 날씨가 무척 좋을 거라고 합니다.
좋은 날씨만큼 많이 웃으시면서 하루를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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