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8, 2015

우리말, 찌푸리다 2015-10-15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오전에 안내할 일이 있어 밖에서 좀 걸었는데, 따스한 햇볕, 서늘한 바람, 맑은 공기, 높은 하늘…….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니 언제 찌푸린 하늘이었는지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

'찌푸리다'는
"날씨가 매우 음산하여 흐려지다"는 뜻과 "얼굴의 근육이나 눈살 따위를 몹시 찡그리다"는 뜻이 있습니다.
쓰기나 읽기나 모두 '찌푸리다'인데, '찌뿌리다'로 읽고 쓰는 것을 봤습니다.
'찌푸리다'로 쓰고 [찌푸리다]로 읽는 게 바릅니다.
'째푸리다'도 같은 뜻입니다.

이렇게 맑고 좋은 날, 하늘만큼 멋진 일이 자주 일어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스킨십]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토요일에 강화도 석모도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함께 보문사에도 오르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기도 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토요일과 일요일 가운데 하루는 애들과 놀아주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
아이와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게 애들 정서에도 좋다지만,
제가 애들과 이렇게 어울릴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스킨십(skinship)은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라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스킨십을 '살갗 닿기', '피부 접촉'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1.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말터라는 누리집이 있습니다.(http://www.malteo.net)
우리말을 다듬는 터라는 뜻일 겁니다.
2004년에 리플을 댓글로 바꿨고,
웰빙을 '참살이'로, 스팸 메일을 '쓰레기 편지'로 바꾼 게 바로 이 누리집에서 한 일입니다.
2006년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스킨십을 갈음할 우리말을 찾았는데,
'닿음정', '살갗정(나눔)', '살어름', '살정(나눔)', '피부교감' 이렇게 다섯 낱말을 대상으로 투표하여
스킨십을 '피부교감'으로 다듬었습니다.

2.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낱말 끝에 오는 [∫], [t∫]를 '시, 치'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고,
스킨'쉽'이 아니라 스킨'십'이 맞습니다.
skinship을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소리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을 우리끼리 어떻게 쓰고 읽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원칙을 세운 게 외래어표기법입니다.
그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skinship은 스킨십이라 써야 하고, 이를 우리말로 다듬으면 피부교감이나 살갗정, 닿음정 따위가 됩니다.

3.
저는 컴퓨터를 샘틀로 바꾸자 거나 학교를 서당으로 바꾸고, 이화여자대학교를 배꽃계집큰서당으로 바꾸자고 외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낱말이 들어오는 게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낱말을 받아들일 때,
다른 나라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삶과 우리 문화를 넣어서 받아들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받아들일 때
'정체불명의 비행체'라고 하지 않고 '비행접시'라고 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비행체나 미확인 비행물체는 다른 나라의 UFO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고,
비행접시는 다른나라의 UFO에 우리의 삶과 얼을 넣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kinship을 받아들이면서 누군가 피부교감이나 살갗정, 또는 닿은정이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아침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니
자연은 당신의 꿈을 이루어 주는 징검다리이고, 강인한 체력은 당신의 꿈을 이루어 주는 징검다리라고 하네요.
즐겁게 보내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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