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8, 2015

우리말, 들러/들려 2015-10-15

이렇게 '들러, 들르니'처럼 써야지 '들려'로 쓰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가을이라 피부가 무척 건조하네요.
그래서 오전에 회사에 연가를 내고 잠시 병원에 들렀다 왔습니다.

저도 슬슬 나이가 드나봅니다.
50대 라는 말을 들을 날이 얼마 안 남았네요. ^^*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을 지닌 움직씨(동사)가 '들르다'입니다.
친구 집에 들르다, 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들러, 들르니'처럼 써야지 '들려'로 쓰면 안 됩니다.

'듣다'의 피동형이 '들려'입니다.
밤새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아침에는 날이 맑게 개었다처럼 씁니다.

지금쯤
일 마치고 집에 가면서 방앗간에 들르자고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울리지도 않는 전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뭏튼과 아무튼]

안녕하세요.

웬 눈이 오네요. 가뭄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전자우편을 몇 통이나 받으세요?
저는 한 이백 개는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편지를 받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내용을 보지, 맞춤법 틀린 곳이나 찾는 그런 차가운 사람이 아닙니다. ^^*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을 보면 안 되잖아요. ^^*

그래도 어제 받은 편지에서 틀린 게 있어 바로잡고자 합니다.

1.
'아뭏튼 와라'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라는 뜻의 어찌씨(부사)는
'아뭏튼'이 아니라 '아무튼'입니다.
아무튼 불행 중 다행이다, 낳기도 전이던가 아무튼 오래전에...처럼 씁니다.
어떻든에 끌려 아뭏튼이라 쓰시는 것 같습니다.

2.
'움추리고 살면'
"몸이나 몸 일부를 몹시 오그리어 작아지게 하다"는 뜻의 낱말은
'움추리다'가 아니라 '움츠리다'입니다.
너무나 민망해서 고개를 움츠렸다, 그는 한기에 몸을 움츠렸다처럼 씁니다.

저는 날마다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제 몸이 아파도 '아무튼' 보냅니다.
비록 지금 눈이 내리지만 철은 봄입니다. 너무 '움츠리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고 삽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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