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9, 2015

우리말, 무슨과 몇 2015-07-29

안녕하세요.

벌써 수요일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날짜가 빨리 지나가는 것을 두고 월-금, 월-금으로 간다고 했는데,
제가 요즘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월요일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바로 금요일이 오는 것 같습니다. ^^*

가끔, 요일을 물을 때 “무슨 요일이야?”가 아니라 “몇 요일이야?”라고 묻는 것을 봤습니다.

'무슨'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두루 물을 때 쓰는 말이고
'몇'은 수를 물을 때 쓰는 말입니다.
'요일'은 수가 아니므로 '몇 요일'이 아닌 '무슨 요일'로 써야 바릅니다.

수요일.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겠죠?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호질기의(護疾忌醫)]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33, MBC 뉴스, 앵커 어깨 쪽에 있는 화면에
'스프링쿨러'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몇 초 뒤에 화면 아래에 나온 자막에는 '스프링클러'라고 나왔습니다.
'쿨러'는 냉방기입니다. 물을 뿌리는 것은 쿨러가 아니라 클러입니다.

7:42, KBS1,
기자가 마늘주사 이야기를 하면서 '피로회복'이라고 했습니다.
좋지도 않은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삐딱선을 탔으니 죽 나가 볼게요.

어제 교수신문에서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뽑았다네요.
호질기의는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자기 결점을 감추고서 고치지 않으려는 태도를 꼬집는 말이라고 합니다.
호질기의를 추천한 교수님은
정치권이 국민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해서 이 낱말을 골랐다고 합니다.

2003년엔 방향 제시를 못 한 채 이리저리 헤매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을,
2004년엔 무리를 지어 상대를 공격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를,
2005년엔 사물이 함께하지 못하고 이반, 분열된다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을,
2006년엔 구름만 많고 비는 내리지 않아 암울한 상황을 표현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2007년엔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을 뽑았습니다.

이런 사자성어를 볼 때마다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어리석은 백성이 이런 어려운 한자를 공부해서 익혀야 한다는 말씀인지,
교수는 보통사람과 격이 다르니 교수님 하시는 것 보고 부러워하라는 뜻인지...
그런 뜻이 아니라면
왜 남들이 다 아는 속담을 두고 이런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삶에도 익은말(속담)은 수두룩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넘치게 많습니다.
"쇠귀에 경 읽기"라고 해도 호질기의의 뜻을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오히려 더 쉽게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소의 귀에 대고 경을 읽어 봐야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니,
아무리 알려주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정치권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봅니다.
말 귀에 염불이나 쇠코에 경 읽기도 같습니다.

오늘 편지도 제가 꾸중 들을 만 하네요.
감히 교수님을 빗대서 이야기 한 거나,
정치권에 대고 한 소리를 감히 따다 쓴 거나,
좋게 써도 될 것을 삐딱하게 비틀고 꽈서 쓴 거나...

오늘 글을 읽고 꾸중하신다면 그냥 그대로 받겠습니다.
오늘 글을 읽고 수신거부 하신다고 해도 그냥 그대로 받겠습니다.

오늘 편지는 우리말을 아끼자는 이야기를 한 것뿐이지,
기자를 욕한 것도, 교수님을 흉본 것도 아니고, 정치권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닙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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