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5, 2015

우리말, 조촐한 자리 2015-07-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7. 3.(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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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 애써서 갖은 반찬들을 한 상 가득 준비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잡수세요.”라고 겸손해 하는 것이 우리네 문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칠순 잔치 등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조촐한 자리지만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조촐하다’란 말을 ‘변변치 못하다’란 겸양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조촐하다’란 말은 본디 “아주 아담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쓸 말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하고 칭찬할 때 쓰는 것이 알맞다. “아주 아담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인사로 건네는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한 것을 나타낼 때에도 ‘조촐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어머니가 낮잠에 빠진 아기 머리맡에 단정하게 앉아서, 부채로 더위를 쫓아주고 있는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조촐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발품과 손품]

어제 낸 문제 답은 '실살'입니다.
실은 實에서 왔지만, 살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네요.
실살... 참 멋진 낱말 아닌가요?

어제 아침 일찍 정답을 보내주신 분께 약속대로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냥 심부름만 하는 것이고 선물은 송현희 님이 보내주신 겁니다.

우리말 편지를 보내면서 재밌는 일을 자주 겪습니다.
어제처럼 문제를 내면
거의는 문제 답을 찾고자 사전을 뒤져가며 공부했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몇몇 분은 왜 사람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느냐면서 저를 나무라십니다.
또, 문제를 낸 날은 '수신거부'가 가끔 있습니다. 아마도 문제로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게 싫으셨나 봅니다.
어제도 수신거부하신 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길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본뜻은 "남이 갈 길을 대신 가고 삯을 받는 일"이지만
"아무 보람도 없이 헛길만 가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길품만 팔았다고 할 때가 그런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발품을 팔다는 말이 있습니다.
"걸어다니는 수고"를 '발품'이라고 합니다.

길품과 발품은 걸어다니면서 일하는 것이지만,
우리말 편지에서 나온 문제를 풀고자 사전을 뒤적이는 것은
발로 걸어다니거나 발가락으로 사전을 넘기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품'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근데, 정말 '손품'이라는 낱말이 있을까요?
그럼 몸으로 하면 '몸품'이고 머리를 쓰면 '머리품'일까요? ^^*
손품이라는 낱말은 있고, 몸품과 머리품은 없습니다. ^^*

우리말 편지에서 문제를 내면 편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주십시오.
풀기 싫으시면 그냥 하루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걸로 사람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하시고 '수신거부'를 누르시면
제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진짜로 아픕니다. 남을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허리 복대가 필요하시면 편지를 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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